2009년 8월 4일 화요일

교사가 아스팔트로 뛰쳐나가는 이유

잘못 진입한 고속도로에서는 차를 돌릴 수 없기에
 
윤근혁
 

교육시장화 및 교육불평등과 앞으로 닥쳐올 교원구조조정에 맞서는 교사들의 투쟁의 활시위는 이미 팽팽히 당겨지고 있다. 10월 10일 전교조 조합원들의 조퇴투쟁으로 교사들은 ‘수업을 내팽개치고’ 아스팔트 위로 튕겨져 나가야 한다. 찢겨지고 망가지는 교육을 살리려 아스팔트 위에서 함성으로, 성난 파도로 응수하기 이전에 교사들은 숨을 고르려 한다. 이제 학부모들은, 학생들은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뒤돌아보아야 할 시기가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 교단에 있어야 어울리는 교사들이 ‘업무방기’라는 죄명을 뒤집어쓰면서까지 거리로 뛰쳐 나오는 절박한 이유가 뭔지 점검해 보자. [편집자주]


사람의 마음을 만드는 교육을
더이상 미제 시장주의와
영국제 신자유주의에 맡길 수 없다.
절박한 심정으로 교사들이
거리로 나서는 이유다.


시작종이 울렸다.
이제 떨리는 가슴으로 조금은 특별한 교수-학습을 시작해야 한다. 농민이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농부가 새벽같이 일어나 논물 대는 마음으로 교사들이 움직이고 있다. 교사들도 알 사람은 다 안다. 농사가 흙 위에서만 짓는 게 아니듯, 교육이 교탁 앞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이들은 외친다. 사람의 마음을 만드는 교육을 더 이상 미국제 시장주의와 영국제 신자유주의 교육에 내맡길 수 없다고.
이제 절박한 마음 모아 교사들이 길 위로 나섰다. 10월부터 ‘아스팔트 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10월, 길 위의 교사들

전교조 본부와 16개 지부는 지난 9월부터 ‘2001 하반기 총력투쟁 본부’를 일제히 꾸렸다. 지난 9월 6일 대의원대회에서 파업을 불사한 총력투쟁안을 통과시킨 다음 곧바로 내려진 조치다. 9월말엔 학교마다 분회총회와 지회별 결의대회를 갖고 성과급 거부와 교원구조조정 반대 의지를 다졌다. 투쟁의 올바른 내용을 알릴 교육선전단 교육활동도 9월 중 1천5백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6개 지부에서 열었다. 이 모든 활동이 “당초 예상보다 열기가 무척 뜨거웠다”는 게 전교조 정책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8만이 넘는 성과급 거부 동참교사들의 몸짓이 이를 반증한다고 전교조는 보고 있다. 이제 교육시장화 저지와 교육평등권 쟁취를 위한 싸움 준비가 모두 끝난 것이다.

싸움의 포문은 10일 조퇴투쟁으로 연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이날 조퇴를 하고 지부별로 진행하는 ‘교육시장화 저지와 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결의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어 10월말엔 5만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연가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이 때 교사들은 서울로 집중하여 교육주체결의대회에 참가한다.

교사들이 분필을 놓고 거리로 나서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위기 정도가 심각하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박병관 대전 대암초 교사는 “성과급 지급으로 교사연봉계약제의 첫 단추가 끼워진 것으로 생각한 동료교사들이 술렁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애령 서울 경희여고 교사는 “7차교육과정에 따른 교원 수급 유연화정책이 코앞에 다가오니 벌써부터 눈치작전이 시작된 것 같다”면서 “남의 나라 문제로만 생각하던 교원구조조정이 현실로 다가오니 어깨에 힘이 빠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70%에 가까운 교사들이 7차교육과정 자체를 반대하는 모습은 이를 잘 반증한다.

준비는 끝났다

전교조는 교육불평등과 교원 구조조정을 위한 교육당국의 벽돌쌓기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올 해 들어 위기를 체감할 정도로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분석한다.
교육부의 벽돌쌓기는 이미 교원정년단축, 정기전보 주기 자율화, 순회·겸임 교사 확대, 초·중학교 수준별 교육과정 실시, 국가 수준 학력성취도 평가 등으로 진행되었다. 쌓고 있는 벽돌도 있다. 자립형사립고가 그 대표격. 이밖에도 고교 선택중심교육과정, 파트타임 교사도입, 전문직 석박사 계약제 도입, 복수·부전공 연수 확대 실시 등으로 파악된다는 게 전교조 핵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 교육정책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바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따른 교육 시장화라고 보고 있다. 부유층에만 유리한 7차 교육과정은 우열반 교육을 통해 사교육비를 늘린다. 선택형 교육과정은 부자 학교와 가난한 학교를 가른다는 것이다.

하반기에 성패 달려

이번 투쟁을 준비하는 교사들은 올 하반기가 관건이라면서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조남규 전교조 교육선전실장은 “올 하반기가 중요한 이유는 교육평등권과 교직 안정화를 깨는 법과 제도가 바로 이 시기에 완결되기 때문”이라면서 “교사들이 넋 놓고 있다가는 내년과 내후년엔 고교입시부활과 교장 책임 경영제가 도입되고, 교사 구조조정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조 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2005년 수능과 대입제도도 올 12월에 확정·발표된다. 자립형 사립고를 도입하기 위한 법령 개정작업도 올 정기국회에서 진행된다. 연봉제 실시를 위한 성과급 제도의 존폐도 올 하반기 교사들의 대응에 달려있다.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 2001-10-10 제284호에 실은 글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