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9월20일> 교실창문

교실창문
 
윤근혁
 
 
 


20여 년전 나는 사회시간이 다가오면 떨었다. 엉덩이가 통통한 처녀선생님이라 속으로 좋아하기도 했는데, 그 선생님이 사회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그 선생님을 사모해서 떨었냐고? 절대 아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 선생님이 한창 사춘기인 우리들의 팬티를 검사했기 때문이다. 그 선생님은 팬티가 더러우면 비위생적이라면서 속옷 검사를 했다. 남녀 공학이라 같은 교실에 여학생도 있었는데 남학생들만 집중해서 그 검사를 했다.

키가 멀대 같은 성곤(가명)이란 녀석은 졸지에 고추검사를 받기도 했다. 가정 살림이 어려운 때라 이 녀석이 글쎄 팬티를 못 입고 왔기 때문이다. "바지 내려!" 이런 추상같은 명령에 이 녀석은 겁을 먹었는지 바지를 내렸고 그 속엔 있어야 할 팬티 대신 고추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시절 혹시 이 사회선생님이 '변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줌마도 아닌 이쁜 처녀 선생님이니 더욱 이상했다. 아직도 그 궁금함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몇 해전 일하던 학교에서 팬티를 검사하는 선생님을 발견했다. 고학년 특수반에 다니는 한 남자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를 현관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 아이는 인사를 잘 하고 대답도 제일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

근데 갑자기 어떤 교사가 오더니 "야! **야. 팬티 검사해야지"하면서 바지를 들춰보는 것이 아닌가. 이 아이가 팬티를 입고 오지 않아 반 아이들한테 망신을 산 적이 있는 모양이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이 아이는 담임 선생님이 가정통신을 보내 "팬티를 꼭 입혀 보내라"고 아이 엄마한테 부탁해도 속옷을 입고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왜냐하면 속에 거추장 스런 것을 입는 걸 제일 싫어하는 버릇이 이 아이한테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특수아에 대한 그 선생님의 팬티 검사의 본 뜻은 교육과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뜻을 이해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 교사의 행동을 이해는 하면서도 '그 아이가 참 속으론 부끄러워 하겠구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다.

나는 과연 용의검사를 할 자격이 있을까. 운동장에서 체육을 하다보면 오히려 내가 제일 더럽기 때문이다. 용의검사. 교육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검사를 과연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모든 일엔 죄다 양면성이 있는 것 같다.

*제 개인홈페이지(edu.mygoodnews.com) 방문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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