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교장회, 학교 돈 43억 회비로 '펑펑'

최순영 의원 "교장회비· 경조사비 등 173억 지출"
 
윤근혁
 
▲ 초등 교장회 행사장에 펼쳐진 펼침막.
ⓒ2004 윤근혁
특정 교원단체 소속 교장회가 전국 초·중등학교의 예산에서 수십억원대의 돈을 빼내, 자체 조직 운영비로 써 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공정택)은 지난 20일께 '내년부터 교장회비 전면 지출 금지'를 전격 결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윤종건, 이하 한국교총) 산하기구인 교장회는 전국 6400여개 초중고의 학교 운영비에서 자체 회비로 최근 2년 6개월 동안 모두 43억2683만원을 모았다. 학생 교육 활동에 써야 할 학교 운영비에서 2002년 15억820만원, 2003년 16억5809만원을 거둬들인 데 이어, 올해 6월까지 11억6054만원을 더 받은 것이다. 이 액수는 교감 회비는 빠진 것이어서 교감 회비까지 따지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실은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 최순영(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드러났다.

최 의원은 지난 22일 "최근 3년 동안 교장회비 총액 43억원을 포함, 교장회 소속 교장 등에게 건넨 경조사비까지 합하면 모두 173억원이 학교예산에서 지출됐으며 99년부터 추산하면 390억원이나 된다"고 밝혔다. 이 액수는 전국 12만2700명의 결식 아동에게 한해 내내 학교급식비를 지원할 수 있는 돈과 맞먹는 예산이다.

최 의원은 이날 "99년 감사원이 처분서를 통해 학교장 등이 개인 자격으로 가입한 교총 산하 단체에 회비를 낼 수 없도록 통보까지 했는데도 교육부는 교장회에 대해 특혜를 줘 왔다"면서 "교육부는 학교 예산으로 교장 회비를 지출한 학교에 대한 행정 조치와 함께 지출 예산을 회수할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결식아동 '12만명 한해 급식비' 액수와 맞먹는 거액
서울교육청, 내년부터 공사 막론 교장회비 전면 금지키로


▲ 교육부에서 최 의원에게 보고한 교장회 지출 자료.
ⓒ2004 교육부
이같이 학교 돈으로 수십억원대의 교장회비 지출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태만(서울 개봉중) 교사는 "개인이 가입한 교원단체에 개인 월급으로 회비를 내는 것은 법 이전에 상식"이라면서 "사사건건 교육 개혁에 발목을 잡은 한국교총 소속 교장회가 학생에게 가야 할 돈을 이처럼 조직 활동비로 가로 챈 사실에 대해 경악한다"고 말했다.

지난 해부터 교장 회비 문제를 교육청에 지적해 온 최홍이 서울시교육위원도 "국민 혈세가 특정 단체에 빠져나가 보수적인 정치 활동에 쓰였다는 주장이 계속됐는데도 교육 당국은 모른 척 해 왔다"면서 "교장회는 임의단체이기 때문에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단 한 번의 감사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 지난 해 7월 초등교장회 제주도 연수회 모습. 강연하는 이는 이상주 전 교육부장관.
ⓒ2004 윤근혁
한편, 서울시교육위원회 내부 감사를 받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부터 학교 예산에서 교장 회비 납부를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중견 간부는 이날 전화 통화에서 "내년부터 일체의 교장 회비는 공사를 막론하고 금지하기로 했다"면서 "이미 교육감에게 구두 보고까지 끝냈으며 사변이 일어나기 전까지 이런 방침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 12월 각 학교에 보내는 학교회계예산지침에 이같은 문구를 넣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국초등교장협의회의 이승원(서울 ㄷ초 교장) 명예회장은 23일 전화 통화에서 "교장회는 교육 발전을 위해서 자율 장학 활동 차원으로 회비를 걷은 것일 뿐 교육 외적 활동에 예산을 쓴 적이 없다"면서 "앞으로 교육청이 학교 예산에서 회비 납부를 금지시키면 따라야 하겠지만 자율 장학 회비는 교육상 꼭 필요한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교총과 함께 'NEIS 찬성', '장관 퇴진' 운동도
수십억 회비, 한국 교장회는 어떤 단체?

지난 해 5월 26일 오후.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조건부 재검토' 결정을 내리자 교육부 장관실을 방문, 거세게 항의한 중년의 신사들이 있었다.

이들은 바로 학교 예산으로 자체 조직 운영비를 충당하는 교장회 대표들이었다. 이 단체는 당시 한국교총과 함께 "전교조에 휘둘리는 윤 부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교장회는 현재 한국교총 산하 단체로 등록되어 있을 뿐, 특별한 법적 근거 없이 활동하는 임의단체다. 조직 체계로만 봐서는 교장회 소속 교장은 한국교총 산하단체 회원인 셈이다. 올해 들어 교장회 내부에서 사단법인 등록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장회는 2000년 들어 잇따라 자체 연수를 갖고 '학교장 책임경영제', '학교운영위원회 자문기구화', '정년원상회복' 등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발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현재 한국교총 사이트(www.kfta.or.kr)는 산하단체로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한국중등교장협의회 ', '한국국·공립일반고등학교장회', '한국중등학교여교장회', '전국공업고등학교장회', '한국초등교육여자교장협의회'를 비롯 '한국초등교감행정연구회' 등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교총은 이 화면에서 "현재 한국교총 산하단체는 25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산하단체는 한국교총으로부터 행·재정적 지원을 받게 되며, 일정요건을 갖춘 산하단체는 대의원을 배정 받아 한국교총의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고 적었다.

최근 교장회 활동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교장회에 가입하지 않는 교장들도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교육부가 최순영 의원에게 건넨 자료만 봐도 전체 1만여 개의 초·중등 학교 가운데 학교 운영비로 회비를 낸 교장은 2003년 6555명에서 2004년 6352명으로 줄었다. / 윤근혁 기자
  교장회, 평준화와 3불정책 재검토 요구 논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10월 24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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