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교총은 한나라행, 전교조는 철창행?

[분석] 정치활동 놓고 고건·선관위 이중잣대 논란
 
윤근혁
 
▲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3월 23일 교원 3단체 대표를 만났다. 이 만남이 진행된 후 일주일만에 이군현 한국교총 회장은 한나라당 비례대표가 됐고,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은 정치활동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2004 교육소식
우리나라 양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간부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 정부가 전혀 다른 잣대를 적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교총 간부 2명은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행 차표를 끊은 반면, 전교조 간부는 '정치활동' 혐의로 철창 신세를 져야할 위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달 30일, 당시 한국교총 회장이던 이군현씨를 비례대표 16번에 추천했다. 이 단체 산하조직인 한국초등교육여자교장협의회와 한국초등교육여자행정협의회 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김영숙 교장(서울서래초)도 한나라당 비례대표 13번에 함께 추천됐다.

더구나 이 둘은 비례대표 임명 전에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교총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 전 한국교총 회장은 4월 1일, 김 교장은 하루 전인 3월 31일에야 사표를 냈다. 또한 이 전 회장은 한나라당에 올초 이미 공천 신청을 직접 했던 것으로 드러나, 도의적 책임과 함께 법적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둘은 초·중등 교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단체의 간부들인데다, 김 교장은 현직 교장이었기 때문에 정치활동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시각이다. 교사들은 현행법상 정치활동과 선거운동이 금지돼 있다.


전교조 간부는 억울하다?

▲ 전교조 간부가 체포된 지난 2일, 교사들이 서울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항의하고 있다.
ⓒ2004 안옥수
반면, 경찰은 2일 전교조 성방환 충북지부장과 김정규 경남지부장을 각각 긴급 체포한 데 이어, 전교조 원영만 위원장과 유승준 서울지부장까지 긴급 체포했다가 결국 풀어줬다.

'탄핵무효 시국선언'을 주도해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위반한 혐의다. 특히 '민주노동당 지지'와 관련 개인 서신을 전교조 사이트에 올린 원 위원장은 선거개입 혐의까지 추가됐다.

이는 고 대행이 지난달 23일 전교조의 시국선언 발표 이후 잇따라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 등을 열어 '전교조 정치활동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고 검경에 수사를 지시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더구나 선관위는 지난 달 30일, '시국선언'에 대해서도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론을 내려 고건 대행의 발언을 뒷받침해줬다.

선관위는 교육부가 시국선언과 관련 선거법 위반 여부를 질의한 데 대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서명을 받는 행위는 '공무원의 중립 의무와 선거운동 금지' 규정에 위반된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선관위의 이 같은 회신에 대해 교육시민단체들은 "형평성에도 어긋날 뿐더러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3월초 교장 단체가 특정 인사의 한나라당 전국구 공천을 요구하며 교사 대상 대규모 서명 운동을 벌인 사실엔 눈을 감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 사립교장단에서 각 학교에 보낸 한나라당 후보 공천을 위한 서명 용지.
ⓒ2004 윤근혁

당시 서울사립중고등학교장회가 현승일 의원의 한나라당 전국구 공천을 요구하는 교사 대상 서명을 받은 사실이 들통 나 <오마이뉴스>는 물론 <한겨레>, MBC 뉴스데스크 등에도 보도된 바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 교직원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을 뿐더러(법 58조 정치활동 금지),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 국공립교원의 복무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법 제 55조 국공립교원 복무규정 준용).

그런데 선관위는 이들에 대해 특별한 제재를 하지 않은 반면 유독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해서만 칼을 들었다는 것이다.

선관위, 한나라당 의원 추천 '교사 서명'은 눈감아

선관위 관계자는 사립교장단 서명운동과 관련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정당의 비례대표를 추대하기 위해 내부 회원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받는 것까지 문제를 삼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판단에 따라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은 선관위가 이번엔 특정 정당도 언급되지 않은 '탄핵 무효 교사서명'에 대해 혐의를 적용한 것은 '고무줄 법적용'이란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교육계 일각에서는 "정부와 선관위가 교원의 한나라당 지지는 면죄부를 주는 대신 민주노동당 지지 움직임에만 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시민단체들이 반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현직 교원단체 회장과 학교장이 특정당 비례대표가 되는가 하면, 지난 대선에서는 일부 학교장들이 특정당 정치자금을 모금한 일이야말로 선거운동"이라면서 "그런데도 고건 대행과 선관위는 전교조의 일상적 노조활동만 집요하게 걸고 넘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 한재갑 대변인은 "전교조는 공식적으로 민주노동당 지지 의견을 위원장이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고, 한국교총 대표는 공천 직후 단체에서 사퇴를 했기 때문에 동일한 잣대로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교수들처럼 교원이나 교원단체가 정치적 의사표출을 하는 것은 당연히 법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 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서는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권두섭 변호사는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직무를 이용해 선거운동 하는 것을 제한하자는 취지"라면서 "교사도 한 인간인데 최근 정부의 법 집행은 머리 속으로만 생각하고, 생각하는 것은 말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문화연대, 스크린쿼터문화연대, 한국방송프로듀서협회 등 문화언론 관련 8개 단체도 3일 성명을 내고 "공무원의 업무상 중립과는 무관한 정치적 의사표현은 보장해줘야 한다"면서 전교조 간부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4월 7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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