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기초 취재력 진단평가 받아야할 동아일보

[보도분석] '헛소문' 취재, 해괴한 진단평가 보도
 
윤근혁
 
기사를 시작하며

15일 초등 3학년 기초 학력 진단평가가 끝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진단평가였기에 진단평가 보도 또한 넘쳤다. 이 같은 보도 가운데 동아일보의 기사 몇 가지만 간추려본다. 이 신문의 진단평가 보도를 진단하는 까닭은 족벌신문으로 대표되는 일부 중앙일간지의 보도와 취재태도를 가늠하는 데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현실의 반영이 올바른가, 잘못됐는가.' 이 글에서 쓴 진단평가 보도에 대한 진단의 잣대다. 이 잣대는 신문의 '기초 취재력 진단평가'에 해당하는 아주 초보적인 것이다.

▲ 동아일보 9월 26일치 기자칼럼 '기자의 눈'
ⓒ2002 윤근혁
기초 취재력 진단평가의 잣대

동아일보 교육부 출입기자인 이인철 기자는 9월 25일, 오전에 급히 기자실을 찾은 이상주 장관을 만난 다음 '기자의 눈'이란 기자칼럼을 썼다. 그는 "평가는 교육을 책임진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는 이 장관의 말을 옮긴 뒤 다음처럼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런데도 교원단체들이 반대하는 속내에는 교원들이 평가업무를 잡무로 여기고…. 또 지금까지 아무 반응이 없던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평가방법의 보완을 건의하고 나선 것도 사실은 교원단체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 짧은 글에서 찾을 수 있는 잘못된 사실은 두 가지다. 첫째는 '교원들이 평가업무를 잡무로 여기고…'란 대목이고, 나머지는 '아무 반응이 없던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란 부분이다.

얼마 전부터 교사들끼리 싱겁게 던지는 다음과 같은 농담이 하나 있다. "교사도 할 만한 직업이야. 애들만 없으면." 이는 오히려 '애들' 앞에서 가르치는 것이 녹녹하지 않음을 뒷받침하는 말이다.

하기에 교사에겐 수업시간이 일하는 시간이라면 평가시간은 노는 시간으로 간주할 정도로 쉬운 법이다. 보통 진단평가 치르는 네 시간 정도면 소설책 한 권을 다 읽는 교사도 있다.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일부 중·고등학교에서 중간·기말고사 기간은 '교사 단합대회' 철과 맞물릴 정도다.

시험은 아이들을 지치게 하지만 교사가 일에 치이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번 시험은 정부가 문제까지 제공하고 채점까지 한 다음 분석을 통해 성적표까지 제공하겠다는 데 잡무가 많다고 투덜댈 교사는 없다.

물론 OMR카드로 시험 내용을 옮겨 적는 일을 귀찮아 할 교사가 몇몇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 때문에 '교원단체에서 거리농성과 삭발, 집회를 하면서까지 반대를 한다'고 판단하는 기자의 사고수준이 한참 의심스러울 뿐이다.

짧은 기사, 틀린 내용 두 가지

또 전국 시도 교육감들은 '지금까지 아무 반응이 없다가' 이날 갑자기 건의문을 쓴 게 아니다. 9월 초 서울·경북교육청은 교육부에 공문까지 보내 '표집평가'를 건의한 바 있다. 오히려 이 글을 쓴 기자가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장관 말만 믿고 글을 쓴 것은 아닐까.

한겨레 26일치와 조선일보 27일치 기자칼럼을 보면 동아일보 이 기자의 위와 같은 기사는 장관 말을 고스란히 베낀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당연히 장관도 틀린 말을 했고 이를 자기 생각처럼 풀어 쓴 이 기자도 틀린 셈이다.

동아일보의 10월 12일치 초판 기사는 더욱 기가 막히다. 이인철 기자는 "전교조가 시험 업무를 거부할 방침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면서 "이상주 교육부총리는 이날(11일) 전교조 관계자들을 만나 자제하도록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합의문을 갖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판단하다니. 전날인 10일 이 장관이 기자들 앞에서 "전교조를 설득하겠다"고 한 말을 이 기자는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11일 전교조 이수호 위원장이 이 장관을 만나 합의문 초안을 작성한 것은 오전 11시 30분이었다. 기자실에서 채 50m도 떨어지지 않은 부총리실로 걸어와 면담 장면을 취재했다면 이런 '설득'이란 엉뚱한 표현과 '시험 거부'라는 '완전한 오보'는 없었을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교사 세 명 가운데 한 명 꼴인 13만명이 보는 주간 <교육희망> 기자인 나는 이날 면담장면을 취재하려다 다른 곳도 아닌 교육부의 장관실에서 쫓겨났다. 동아일보 정도면 넉넉히 취재할 수 있었을 텐데도 말이다.

▲ 동아일보 10월 2일치 29면 톱으로 실린 진단평가 기사
ⓒ2002 윤근혁
동아일보 10월 2일치 29면엔 '교육부 초등 3년 평가방식 후퇴'란 제목의 기사가 크게 실렸다. 그 내용은 일제고사 방식이 아니라 '10% 내에서 표집처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후퇴'라는 제목을 붙인 것처럼 보인다.

70년대식 일제고사는 '전진'이고 표집평가 방식은 '후퇴'라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기사 또한 공교롭게도 이인철 기자의 작품이다.

동아일보의 이상한 진단평가 기사의 백미는 시험 다음날인 10월 16일치 사설에서 나왔다. 이 사설은 "(진단평가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이 시험을 반대하는 전교조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기 때문"이라면서 '줏대를 상실하고 우왕좌왕한 교육부'를 꾸짖는 말로 시작된다.

정책판단 어지럽히는 족벌신문

▲ 초등 진단평가 다음날인 10월 16일에 나온 동아일보 사설
ⓒ2002 윤근혁
이어 사설은 다음처럼 말한다.

"교원단체의 반대 이유는 시험준비 과열과 학교서열화의 부작용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시험이 준비과열을 부를 것 같지는 않다. 혹시 일부 과열이 있다고 해도 그리 대단치 않은 수준일 것이다."

그럼 이제껏 '시험열풍'을 다룬 나머지 신문·방송의 보도 내용은 동아일보의 '상식적인 판단'으로 보면 억지며 오보라는 얘기인가. 전국의 초등교사들이 '시험을 앞둔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며 외친 목소리도 모두 꾸며낸 것이라는 말인가.

동아일보와 같은 족벌신문의 비뚤어진 취재 관행과 '상식'타령이 교육부의 정책판단을 어지럽히고 있다. '기초 취재력 진단평가'를 받아야 할 장본인이 바로 이들인 것이다.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 322호에 실은 내용을 깁고 늘여 다시 쓴 것입니다.

2002/10/18 오후 6:43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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