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돋보기 11월5일] 화장실, 폐쇄 엄포

교육방송 라디오 원고
 
윤근혁
 

◎학생의 날에 생각하는 학생 없는 학교

-11월 3일은 75주년 '학생의 날'이었는데요. 학생인권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보고들이 있었다고요.
예. 먼저 소개해드릴 내용은 '학교규정에 학생 인권침해 내용이 많다'는 것인데요. 이전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된 적이 있긴 합니다만. 학생의 날을 맞아 교원단체에서 발표한 내용을 다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현재 일선 고등학교엔 '학칙’이나 ‘선도규정’'학생회 회칙’'체벌규정’'학생생활수칙’등이 있는데요. 이런 규정들이 인권침해 요소가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요. 학교 안에도 국가보안법과 비슷한 규정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는데요. 경남지역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불온문서 은닉-탐독-제작’과 ‘불법집회-불량서클 가입-참석’ 등에 대해서도 중징계를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내용은 전교조 경남지부가 학생의 날(11월 3일)을 앞두고 창원과 마산지역 지역 전체 34개 고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학교규정을 분석한 결과 드러났습니다. .
이에 대해 전교조는 "사상과 양심, 집회, 결사의 자유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한 부정적 가치판단을 갖고 학생관련 규정을 만든 것은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성적으로 학생들을 차별 대우하는 규정도 발견됐다고요.
마산 5개교와 창원 6개교에서는 아직도 '학력 열등(학습부진아)’도 선도규정에 포함시켜 놓고 있었습니다. 공부를 못한다고 선도 대상으로 삼은 셈이죠.

또‘학생회 회칙’과 ‘선거관리규정’에서도 성적관련 차별 조항이 있었는데요. 몇몇 학교는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개표 결과 동점자가 나올 경우,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회장으로 임명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었습니다.

-학생규정의 문제가 하루 이틀 거론된 것이 아닌데요. 학교 화장실도 학생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결과도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현재 학교에 있는 화장실이 남녀차별을 하고 있다는 얘긴데요. 무슨 소리냐 하면 여학생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해서 여학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세히 말씀해 주시죠.
경기도교육위원회 최창의 위원이 최근 경기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이 지역 초중등 학교 여학생용 화장실 변기수가 턱없이 부족해서 변기 1개마다 20-30명의 여학생들이 쓰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인데요.

이 지역의 변기(대소변기 합산) 1개당 초등 학생수는 평균 남학생이 12명, 여학생이 16명 꼴이었습니다. 변기 1개당 사용하는 여학생수가 30명 이상인 학교도 11개교나 있었는데요. 고양에 있는 어떤 중학교는 무려 39명의 여학생이 하나의 변기에 매달린 형편이었습니다.

생리구조상 여학생들은 화장실을 자주 이용해야 하는데요. 쉬는 시간 동안 한 명마다 1분씩만 사용해도 2,30여 분을 훌쩍 넘긴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래서 여학생들이 생리적인 고통을 겪거나 소변기 질환을 일으키고 있다고 최 의원은 강조했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요. 해결책은 없나요?
현행 '공중화장실등에 관한 법률'은 7조에서 "여성화장실의 대변기수는 남성화장실의 대소변기수의 합 이상이 되도록 설치하여야 한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남녀 화장실만 분리한 채 공간의 크기를 똑같이 맞추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인데요. 역시 학생들의 편리함보다는 시공업자의 편리함을 앞세웠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해결책은 법대로 하는 것입니다. 우선 새로 만드는 학교라도 여학생용 대변기수 기준을 남학생용 대소변기수만큼 만드는 일이 필요합니다.

◎사립학교 폐쇄 엄포, 가능할까?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놓고 말들이 많군요.
한마디로 찬반 세력이 정면충돌 일보직전까지 온 형국인데요. 흥사단, 전교조, 참교육학부회 등 44개 교육시민단체가 모인 사립학교법 개정 국민운동본부는 저번 주 일요일(31일)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요. 사학재단, 국공립교장단, 한국교총 등은 이번 주 일요일(7일) 큰 규모 궐기대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사학민주화를 통한 공익성 확보냐, 아니면 재단의 경영권 손실로 인한 재산권 침해냐 하는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사학재단이 이미 선언한대로 자진 폐교를 진행하고 있다고요?
벌써 전체 1200여 개 사학법인 가운데 840개가 자진 폐교를 결정했다고 하는데요. 이사회에서 주로 만장일치로 결의한 것이죠. 한 법인이 두세 개 학교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학교 수로 치면 1400여 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 등 사학단체들은 사학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곧바로 폐쇄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자진 폐교가 정말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현행 교육관계법을 따져보면 엄포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초·중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 관련 조항을 살펴보면, 학교를 폐쇄하려면 교육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폐교에 대한 인가를 받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하는 징벌규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정은 사립학교법도 마찬가지인데요. 학교법인이 해산 절차를 밟더라도 교육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장관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학교 문을 자진해서 닫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만에 하나 학교를 폐쇄하더라도 재산은 설립자 등 개인에게 귀속되는 것도 아닙니다. 법인이 해산하면 다른 학교법인이나 기타 교육사업을 경영하는 이에게만 넘길 수 있습니다. 또 모든 재산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어야 하는 것이죠.

법은 사립학교재단이 개인 사유물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익법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못박고 있는 셈이죠.

-자진 폐교론에 대한 반응은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오죽했으면 자진 폐교까지 선언하겠냐 하는 동정론도 있지만, 폐교를 말하는 것 자체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무책임한 엄포라는 비판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1천여 개가 넘는 학교가 폐교를 결정한 상태지만, 학교 구성원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자신의 학교가 폐교를 결정했는지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이사회가 이들 학교 구성원의 의견 수렴절차를 밟고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

-연일 성명전도 뜨거운데요.
사학단체들은 "정부여당의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영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전교조가 가 학교를 장악하게 된다"면서 "이런 사회주의식 사학법 아래서는 학교를 경영할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자진 폐교하겠다"고 반발의견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이에 반해 전교조는 4일(어제) 성명을 내어 "자진 폐교하겠다는 사립학교는 당장 공립학교로 전환시키라"고 정부당국에 요구하는 형태로 맞받아치고 나섰는데요. "사학재단들이 학교를 사유재산이나 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사회적 책임은 망각한 채 배타적 소유권만 주장하는 것은 사리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게 전교조 등 사학법 개정을 찬성하는 쪽의 시각입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는데요. 자신의 학교가 폐교결정을 내린 사실도 모른 채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을 보면서 기가 막혀 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목고 경쟁률 떨어져

-올해 특수목적고 지원율이 떨어졌다고요.
그렇습니다. 2008학년도 새 대학입시안이 발표되고 특목고 지원율에 관심이 집중됐는데요. 서울지역 외국어고의 특별전형 입학경쟁률이 지난해에 비해 큰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입시업체에서 운영하는 특목고 설명회 인파도 많이 줄었다는 소식입니다.

-그 현황은 어떤지 설명해 주시죠.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달 1일과 2일 서울지역 6개 외고의 특별전형에는 모집인원 656명에 3018명이 지원했습니다. 4.6대 1의 경쟁률인데요. 이는 지난해 6개 외고의 특별전형 경쟁률 6.07대 1보다 부쩍 줄어든 수치인데요.

이에 따라 2008학년 이후 새 대입제도 방안이 특목고 입시에서는 먹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대입안은 내신을 중시하는데다 특목고생이 대학을 입학할 때 동일계열일 때만 혜택을 주기로 했기 때문에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학고는 경쟁률이 오히려 높아졌다고요.
그렇습니다. 과학고의 경우는 오히려 경쟁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외고와 같은 기간 진행된 서울지역 2개 과학고 특별전형 원서모집결과는 또 경쟁률이 높아졌습니다. 서울과학고는 1.39대 1로 지난해 1.14대 1보다 높아졌고요, 한성과학고 는 3.22대 1로 지난해 1.05대 1보다 무척 높아진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핵심문제는 특목고의 특수목적이 '대입명문고'인 비뚤어진 현실만큼은 고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2004/11/06 [20:59]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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