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사립법 개정되면 김일성 학습받는다니...

분석] 31일치 <조선>사설 악담, 교사 모독
 
윤근혁
 
▲ 문제의 31일치 <조선일보> 사설.
ⓒ2004 조선PDF
논리가 딸릴 땐 억지라도 써야 한다? 31일치 <조선> 사설이 꼭 그 꼴이다.

<조선>은 이날 사설에서 정부 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 움직임을 놓고 "조국의 부끄러운 모습만 집중적으로 교육받고 김일성의 항일유격대 활동을 학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은 주장이라기보다는 악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빨갱이 사냥이 아무리 효과가 크더라도 '국민 80%가 희망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놓고 이처럼 말한 것은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사설의 제목은 "학교를 전교조의 '인간改造(개조)공장'으로 만들 건가". 첫 문구부터 섬뜩하다. 전교조의 '인간화교육'이란 기치를 '인간개조'로 나타낸 것으로 보이지만 학교를 놓고 '공장'이라고 표현한 것 또한 이치에 맞지 않다.

사설 내용은 기사라기보다는 선동문구 같다. <조선>은 "열린우리당은 전교조의 주장을 대폭 받아들여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려고 한다"면서 그 내용을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소개한 뒤 다음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사설은 사립학교 운영에 대한 교사참여를 높인다는 것은 "한마디로 사립학교의 운영권을 교사들에게 넘겨주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사설은 "말이 좋아 교사들에게 넘긴다는 것이지 실제는 전교조가 이 나라의 학교와 교육을 완전히 접수한다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군사정권 때 버릇 다시 도졌나?

민주적 사립학교 운영을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 <조선>의 사설은 몰상식에 가깝다. 이어 <조선>은 사설을 통해 이런 걱정을 늘어놓았다.

"이제 이 나라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우리의 아들딸들은 조국의 부끄러운 모습만 집중적으로 교육받고, 6·25전쟁을 일으켜 수백만 명의 사람 목숨을 앗아간 김일성의 항일유격대 활동을 학습하고, 미국 등의 동맹국이 추악한 나라라는 교육을 받으면서 대한민국의 '신(新) 국민'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이 나라 학교는 '인간개조(改造) 공장'이 된다는 이야기다."

나도 전교조 교사지만 주변에서 '조국의 부끄러운 모습만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전교조 교사를 본 적이 없다. <조선>은 어디에서 이런 모습을 본 것일가? 또한 주변에서 '김일성 항일유격대 활동을 학습시키는 교사들'도 본 적이 없다. <조선>은 어떤 근거로 이 같은 무서운 말들을 쏟아내는 것일까.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 이렇게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지금도 이런 교사들이 있다는 소린가?

<조선> 사설은 '전교조 교사=빨갱이 교육'란 등식에 바탕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한국 교사 셋 중의 한 명꼴인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모독인 셈이다. 물론 이런 <조선>식 가설은 그들의 상상일 뿐이다.

<조선>의 '언론을 통한 교사 모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선>과 <월간 조선>은 89년, 당시 노태우 정권과 함께 의식화 교사 사냥에 나선 바 있다. 이에 더해 지면에서는 같은 해 5월 전교조 결성 소식과 인공기 사진(평양학생축전 대학생 준비사진)을 이틀 연속으로 배치하여 교묘한 편집을 보이기도 했다.

15년이 흐른 지금, <조선>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놓고 군사정권 시절의 옛 버릇이 다시 도진 것일까?

<조선일보>에 묻고 싶다. 이제 '신문의 기본 품위'도 팽개치고 막 가자는 것인가.

<조선일보>31일치 사설 전문보기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7월 31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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