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보다 무척 쉬운 문제를 풀어보자.
<문제1> 여기 두 개의 기사가 있다. 같은 점과 차이점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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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일 오후 1시, 문제의 그 기자회견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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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 남소연 |
"올바른 대학입시제도 수립을 위한 교육·시민·사회단체 대표자회의(대표자회의)는 12일 오후 1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당수의 대학에서 정상적인 고교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접근할 수 없는 수준의 문제들을 출제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오마이뉴스 10월 12일치)
"전교조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서강·성균관·한양·이화여대가 논술·심층면접을 변칙적인 본고사로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또 이 문제들의 난이도가 고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수험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고교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다."(조선일보 10월 13일치)
<해답> 같은 점은 '본고사 실시 의혹에 대한 내용을 다룬 것'이고 다른 점은 '기자회견을 주최한 단체의 이름'이다.
<문제2> 왜 사실을 보도해야 할 언론이 이런 초보적이며 상식적인 주최 단체 표기에서조차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문제2>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자.
12일 기자회견을 주최한 단체를 놓고 <오마이뉴스>와 <한겨레>는 '올바른 대학입시제도 수립을 위한 교육·시민·사회단체 대표자회의(대표자회의)'라고 보도했다. 반면 <조선·중앙·동아> 등을 비롯한 여러 신문은 '전교조 기자회견'이라고 적었다.
"악의적인 왜곡보도, 강력 대처"
어떤 내용이 올바른 것인가.
이날 기자회견 자료는 '올바른 대학입시제도 수립을 위한 교육·시민·사회단체 대표자회의 보도자료'라고 적혀 있다. 전교조도 이 대표자 회의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수십 여 개 단체 가운데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보도자료에서 '전교조 주최'란 말 자체를 찾을 수는 없었다.
이날 오후 1시에 열린 실제 기자회견 참석자들 또한 사정은 같다. 전교조 대표인 원영만 위원장만 참석한 것이 아니었다. WTO교육개방 저지와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국민교육연대 박거용 공동대표, 참교육학부모회 박경양 회장,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대표 등도 공동주최자들로서 자리를 함께 했다.
대표자회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대표자회의엔 WTO교육개방 저지와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국민교육연대(44개 시민단체),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20개 시민단체),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30개 시민단체, 사학법개정운동본부), 문화연대 등의 대표자들이 속해 있다.
이 가운데 사학법개정운동본부만 해도 경제정의실천연합, 녹색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반부패국민연대,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흥사단 등 44개 단체나 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몇몇 언론들은 대표자회의 공동 주최 기자회견이란 사실을 숨긴 채 전교조 단독 주최의 기자회견처럼 축소, 보도한 것이다.
더욱 색다른 사실은 <조선> <동아> 등 신문들은 '대표자회의'란 말 자체를 기사에서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이 두 신문의 전·현직 대표들은 최근 고교등급제 적용 사실이 밝혀진 연세대와 고려대 이사장 직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대표자회의 소속 교육시민단체들은 "악의적인 왜곡"이라며 강력 대응하겠다고 13일 밝혔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회견 모습을 눈으로 본 기자들이 이런 기사를 썼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특별한 의도에 따라 조중동 등 일부 언론이 악의적인 왜곡 행태를 벌이고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도 "교육시민단체의 광범위한 운동을 전교조만의 움직임으로 보도하는 것은 명백한 축소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심성보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운영위원장은 '교육시민단체가 전교조의 들러리는 아닌가'란 질문에 대해 "교육시민단체는 자체 정관에 따라 자주적으로 모인 모임"이라면서 "최근 고교등급제와 대입안 개혁 운동이야말로 전교조만이 아닌 대부분의 사회단체가 공감하고 있다"고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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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13일치 A10면 머릿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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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 조선일보PDF |
그럼 왜 이 같은 보도가 나오는 것일까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은 "전 국민적인 공감을 얻고 있는 고교등급제 반대운동과 대입안 혁신운동을 전교조만의 운동으로 축소시켜서 이념대결을 야기시키고자 하는 음모가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교조와 안티 전교조의 싸움으로 몰아가겠다'는 보수언론과 기득권 층의 속셈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 다시 <문제2>의 질문 내용으로 돌아가 보자. 왜 사실을 보도해야 할 언론이 이런 초보적이며 상식적인 주최 단체에서조차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그 까닭은 3일치 <조선>의 사설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조선>은 이날 '전교조 治下에서 한국교육을 해방시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엉터리 고교 내신'의 주범으로 전교조를 꼽은 뒤, "전교조에게 인질로 붙잡힌 교육을 해방시키라"고 목청을 높였다.
"'내신 뻥튀기'는 교사와 학생이 공범(共犯) 관계로 저지르는 일종의 사기극이다. 이것이 전교조의 간판인 '참교육'의 실상이다. 내신으로만 뽑자는 것은 이 같은 사기 수법을 공인(公認)받자는 말이나 한가지다. 이 전교조의 지령(指令)에 꼭두각시처럼 끌려가면서 교육부는 학력격차를 반영한 대학에 대한 감사와 제재를 밀고 나가고 있다."
전교조만이 최근 고교등급제 논란 등 모든 문제를 주도하고, 꼭두각시인 교육부를 앞세워 모든 문제를 결정한다는 전교조 결정론의 극치인 셈이다. 정말로 그럴까.
<조선> 등 일부 신문은 '사상 최초로 단식에 나섰다'는 학부모들을 비롯 서민층의 울분에 언제까지 눈감을 것인가. 최소한 사실 왜곡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10월 15일치에 쓴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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