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사상 최초 학부모 단식 박경양 참학 회장 | ||||||||||||||||||
이들은 지난 달 7일 '대학입시제도 개혁과 고교등급제 금지 촉구 학부모 집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한 달 남짓 서울에서만 11차례나 집회와 기자회견을 거듭했다. 급기야 이번 달 5일부터는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처럼 학부모들이 대학입시 개혁을 요구하며 집회와 단식농성에 뛰어든 것은 처음 있는 일. 이런 운동의 한 복판에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아래 참교육학부모회) 박경양 회장(47·목사)이 있다. 단식농성 4일째인 박 회장은 고교등급제 적용 사실이 확인된 8일, "야만적인 고교등급제의 배후엔 교육부의 묵인과 부유층·특권층만의 교육을 강조하는 일부 언론과 대학이 있었다"면서 '교육부장관 사퇴와, 일부 언론과 대학의 각성'을 촉구했다. 박 회장 인터뷰는 7일 저녁 8시부터 두 시간에 걸쳐 청와대 앞 농성장에서 진행했다. 8일 고교등급제 적용 사실이 확인된 직후엔 전화 인터뷰도 이어졌다. 위염을 앓고 있는 그는 마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그의 부르튼 입술 밖으로 또박또박 말이 튀어나왔다. -일부 대학이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것이 사실로 밝혀졌는데. "용납할 수 없는 패륜 행위가 신성한 상아탑에서 벌어졌다. 이들 대학이 그 동안 학부모와 학생을 속이고 고교등급제를 부인하지 않았나. 부도덕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데 대하여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정부당국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앞으로는 부유층과 특권층만을 위한 고교등급제 같은 야만적 행태가 교육계에서 발을 붙이면 안 된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부유층만의 나라가 아닌 4천만의 나라다. 대학들이 죄 지은 것에 대해 처벌해야 한다. 더구나 고교등급제를 몰래 벌인 다른 대학은 없는지 서울대 등 국립대학도 살펴봐야 한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그리고 기여입학제도의 금지를 고등교육법에 명시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가 고교등급제 사실을 밝혀낸 것은 늦었지만 다행인데. "교육부가 정말로 고교등급제 사실을 몰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교등급제는 이미 학부모도 알았고 학원도 알았고 학생들도 알았던 일이었다. 만약 교육부가 이 사실을 몰랐다면, 교육부는 정부의 정책을 책임질 능력도 없는 부처로서 이미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또 이를 알고도 여태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학부모와 학생과 교사들을 분명히 속인 행위다." -교육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얘긴가. "안타깝지만 이번엔 교육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도 철저하게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달 전 만해도 안병영 교육부장관은 고교등급제 의혹을 앞장서서 덮으려고 했다. 실태조사도 사실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요구에 마지못해 진행한 것 아니냐. 이번 고교등급제가 벌어진 시기는 현 안 장관 재임기간이다. 교육부장관은 책임을 져야 하며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 회장은 안 장관에 대해 "수능방송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등 참여정부 사회 부처 각료로는 어울릴 수 없는 인물"이란 혹평도 했다. 그 동안 참교육학부모회는 참여정부의 기본 정책에 대해 다른 교육사회단체에 견줘 대체로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제는 "교육정책이 이대로 가다간 큰일나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박 회장은 말했다. 물론 이번 고교등급제 사태와 새 대학입시제도 문제가 이 같은 생각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고 한다. -왜 하필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시작했나. "지금 대학입시 개혁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교육혁신위원회와 교육시민단체들의 의견을 훼방놓고 뒤틀어놓고 있는 게 바로 교육부다. 8월 청와대 국정토론회에서 사실 대통령은 수능등급제 완화와 교사별 내신평가를 강조했다. 하지만 교육부에서 낸 발표 안은 이와 전연 달랐다." -교육부가 청와대의 지시사항까지 뒤집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안병영 체제인 교육부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는 개혁적 교육시민단체 전체의 뜻이다. 대학입시개혁과 학벌주의 완화를 위해 나설 곳은 청와대밖에 없다. 그래서 청와대 가까운 곳에서 노숙하면서 단식을 하고 있다." -교육부가 대학입시개혁 방안을 왜곡했다면, 그 까닭이 무엇이라고 보나. "대학의 선발 편의를 학부모와 공교육 정상화보다 더 중시했든지, 대학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고 본다. 보수언론과 기득권세력의 요구에 눈치를 본 측면도 컷을 것이다.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부처답게 교육부는 이들의 손에 휘둘렸다고 생각한다." 현재 참교육학부모회는 경기, 경남, 광주, 부산 등 전국 10여개 지역에서 5일부터 기자회견과 함께 농성을 시작했다. '대학입시개혁만큼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럼 참교육 학부모회가 생각하는 대학입시개혁을 위한 복안은 무엇인가. "교육부가 발표한 수능 9등급제는 학부모의 허리를 휘게 하는 사교육비와 학교교육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다. 공교육 강화에 의지가 있다면 교육부는 수능을 폐지해야 한다.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수능 등급을 최소한 5등급 이하로 해야 한다. 내신 위주 선발 방식도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내신평가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교사에게 자율성과 평가 권한을 주고 책임까지 함께 물을 수 있는 교사별 평가를 해야 한다.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기여입학 금지 등 소위 3불 정책은 고등교육법 안에 명문화해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농성장 근처엔 낮에 1인 시위할 때 쓴 피켓 대여섯 개가 놓여 있었다. 여기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수능, 내신, 심층면접 3중고로 시달리는 학생·학부모 골병 든다.', '사교육비 온존시키는 수능 9등급제 반대한다.' -그래도 수능의 변별력은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높지 않은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 점수 일이 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시험 시스템을 갖고 있는가. 입학생의 성적으로 대학서열을 결정짓는 후진적인 모습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수능에 대한 변별력이 아니라 대학 스스로 변별력의 척도를 찾아야 한다고 본다. 3불 정책만 빼고 대학 자율로 뽑아라. 면접이나 내신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을 뽑으면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참교육학부모회가 이렇게 전국에서 거리로 나선 것은 90년 설립 이래 처음이다. 이런 우리의 몸부림이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방에 있는 많은 학부모들이 우리의 대학입시개혁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청와대가 대학입시개혁에 의지를 보일 때까지 단식은 계속될 것이다. 교육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학부모가 나설 수밖에 없다." 박 회장은 "다음 주로 예정된 '새 대학입시 최종안' 발표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올 것 같냐"는 물음에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 시간 동안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했다. 7일 밤 10시 15분. 청와대 위에 있는 하늘은 별 하나 없이 깜깜했다. 청와대의 '교육개혁 시계'는 정말로 고장난 것일까.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10월 9일치에 쓴 것입니다. | ||||||||||||||||||
| 2004/10/11 [09:34]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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