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7일 목요일

외국인학교 재경부가 거짓말?

'싱가포르 허용' 국회 보고... 현지방문 의원들에 들통
 
윤근혁
 
"싱가포르는 자국 학생들의 국제학교 입학을 허용하는 등 국제화 교육을 강화."
"외국학교가 중국에 진출, 내국인을 대상(내국인 입학자율)으로 중외합작제도 운영."

재정경제부(부총리 한덕수) 경제자유구역기획단이 지난해 12월 외국교육기관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국회 등에 보고한 공식자료에 나온 내용이다.

▲ 재정경제부가 만든 ‘경제자유구역 성공을 위한 외국교육기관특별법 제정 추진’이란 내용의 이 공식 문서.
ⓒ2005 윤근혁
'경제자유구역 성공을 위한 외국교육기관특별법 제정 추진'이란 제목의 이 보고문서에서 재경부는 "우리는 외국교육기관 유치에서 경쟁국인 중국과 싱가포르보다 후발적 상황"이라면서 이 같이 '중국과 싱가포르의 외국학교가 자국인의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은 인천 송도에 미국과 영국의 사립재단을 유치해 초중고 교육을 하도록 하느냐를 놓고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는 상태다. 더구나 이렇게 세운 외국학교에 우리나라 학생을 입학시키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 재경부와 교육부 등 법을 추진하는 쪽의 복안이다.

실제로 재경부는 같은 자료에서 “인천 송도에 미 동부 명문 초중고교 유치, 설립계획을 발표, 학생수 2천명 규모 영국계 국제학교(유·초중고 과정)를 설립하기 위해 2000만불 투자계획”이라고 적고 있다.

중국·싱가포르 외국인학교에 내국인이 들어갈 수 있다고?

이 보고서에 대해 국회 교육위원회(위원장 황우여) 소속 국회의원들이 11일 '경제부처와 교육부가 사실을 왜곡했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실제 중국·싱가포르 초중고 과정 외국인학교에는 내국인이 입학할 수 없다는 것.

특히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물론 여당인 구논회, 최재성, 정봉주 의원 등도 한 목소리로 정부의 허위보고를 질책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오는 18일 교육상임위에서 김진표 교육부총리 등을 불러 이에 대해 따질 예정이다. 민주노동당은 16일 대정부질의에서 이해찬 국무총리한테도 이를 집중 추궁할 예정이라고 최순영 의원 쪽은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교육위 소속 의원들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2개 조로 나누어 정부가 교육개방 모범국가로 꼽은 중국과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그런데 이들이 현지에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재경부와 교육부의 보고서가 허위라는 게 드러났다는 것.

이같은 주장이 사실일 경우, 정부가 올 4월 임시국회에서 법통과를 추진 중인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의 추진 근거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법은 우리나라 인천시 송도경제자유구역 등에 초중고 교육을 담당할 외국인학교를 세운 뒤 내국인도 입학시키는 한편 학교 수익에 대한 송금까지 허용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구논회 열린우리당 교육위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싱가포르에서 외국교육기관의 설립과 내국인 입학은 잘못된 정보였음을 확인하게 됐다"면서 "'싱가포르 교육부 차관은 앞으로도 국가 정체성 교육을 우선해야할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내국인 입학을 허용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밝혔다.

▲ 열린우리당 구논회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국회 교육위원(조배숙, 지병문, 김영숙, 이주호 의원)은 지난 4월 3일부터 2박 3일동안 싱가포르에 있는 외국교육기관의 유치사례와 운영실태를 살펴보고 돌아왔다. 사진은 교육위원들이 싱가포르 미국교육기관(Center For American Education)을 방문한 모습.
ⓒ2005 구논회 의원 홈페이지

같은 당 최재성 교육위 의원도 주간 <교육희망>과 인터뷰에서 "중국 초중등교육을 다루는 외국인학교도 현재까지 내국인 입학을 허용하지 않는 게 드러났다"면서 "정부가 왜곡을 했거나 사전에 준비 안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교육위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어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 시찰 결과 재경부의 보고가 거짓임이 드러났다"면서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거짓된 정보를 국민에게 들이대며 마치 개방이 세계의 대세인 듯 협박해왔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또 이와 관련 교육부와 재경부 관련자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거짓말" 대 "일부 착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재정경제부가 법통과를 위한 설명 자료를 만들면서 당초 교육부가 작성한 내용을 요약하다보니 일부 착오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재경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 중견간부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자료를 교육부에 의존한 데다 문헌조사를 하다 보니 중국과 싱가포르 사례에 일부 오해를 살 내용이 들어갔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의 중외합작학교제도가 실제로 있는 등 우리 부 보고서가 100% 틀린 자료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참교육학부모회, 전교조,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등 40여개 교육시민단체가 모인 'WTO 교육개방저지와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국민연대'는 11일 오후 교육부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사실 왜곡'에 강력 항의하는 한편, 이번 주말엔 규탄 기자회견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 단체는 질의서에서 "정부 법안 근거 자료와 문서들이 모두 허위에 가깝다고 할 때에 국민 중 누가 정부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구논회 의원 홈페이지]
'싱가포르 교육개방 실태를 돌아보고 와서' 바로가기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5년 4월 12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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