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이 땅에 살기 위하여

<칼럼> 먹고 사는 문제냐, 죽고 사는 문제냐
 
윤근혁
 

▲이라크 전쟁     ©강도영
교사들은 가끔 학생들 교과서 겉장을 보고 깜짝 놀란다. 도덕은 '똥떡'으로 바뀌었고, 국어는 '북어국'으로 탈바꿈되기도 한다. 그냥 스쳐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보기에 따라선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소리 없는 외침일 수도 있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서울의 어느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한 교사도 최근 어느 학생의 '국어' 교과서를 보고 기겁을 했다고 말한다. 국어가 '미국죽어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란다. 장난으로 쓰다 보니 그랬을 수도 있지만 지난해 '오노의 쇼트트랙 트랙사건'과 함께 터진 몇 가지 충격스런 일들을 떠올려보면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근무하는 <교육희망>이란 주간지의 만평을 올해부터는 많은 이들이 본 바 있는 '미선아 효순아'란 만화를 그린 한 작가가 담당하고 있다. 그는 교사들 셋 가운데 한 명이 보는 우리 신문에 다음과 같은 그림으로 그림판을 채운 기억이 떠오른다. 이 만평은 두 장면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UN'이란 글자가 써 있는 교탁 앞엔 교사가 서 있다. 맨 앞줄에 노 대통령 닮은 학생이 있고 그 뒤에 등발 좋은 부시 미 대통령 같은 학생이 서 있다. 부시 바로 뒤엔 아랍 청년이 주눅든 표정으로 있다. 부시는 아랍 청년 멱살을 거머쥐며 칼까지 빼들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교사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부시는 이에 아랑곳없이 이 아랍 청년을 후려치면서 말한다.

"뭐 어때! 내가 왕인데…."

부시 앞에 앉은 노 대통령 닮은 아이는 뭐라고 했을까.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다음처럼 말했다. "맞습니다. 맞고요."

미국이 UN 결의도 없이 이라크를 침공했다. 노 대통령은 '국익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면서 파병결정을 내렸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엔 이 파병 결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대학교수와 교사, 시장에서 일하다 온 듯한 아줌마, 아저씨. 그들이 든 팻말 가운데엔 다음과 같은 글귀도 써 있다.

"이라크 다음엔 북한, 우리 민족의 생명을 위해 전쟁을 반대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남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악의 무리를 처단하기 위한 성전이든 석유를 빼앗기 위한 침략이든 이 전쟁의 성격이 어떻든 간에 잘못 없는 이라크 시민들이 쓰러져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같은 전쟁의 칼날이 우리의 반쪽인 북한한테도 다가온다면. 까딱 냉정을 잃으면 불씨가 화약고에 옮겨 붙을 수 있는 게 우리 형편이다.

한국전쟁으로 3백만 명 이상이 죽고 다쳤다. 현재 남북의 전력은 그 때보다 50배가 넘는다. 여기에 세계 제1의 힘을 갖고 있는 미군의 힘까지 덧붙인다면 상상을 뛰어넘는다.
현대전에서는 전방과 후방이 따로 없다. 당연히 피난갈 곳도 없다.

잠시 요즘 학생들의 고민을 떠올려 보자. 어느 대학에 갈 것인가, 핸드폰을 살 것인가 PDA폰을 살 것인가,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을 것인가 롯데리아에 갈 것인가. 이 같은 고민들은 죄다 '먹고사는 문제'다.

하지만 전쟁 얘기는 '죽고 사는 문제'다. 당연한 말이지만 죽는 것보다는 우짜둔둥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 길은 무엇일까. '이 땅에 살기 위하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증오와 대결을 선동하는 무리가 있다면 그건 거짓집단이다. 이런 걸림돌을 딛고 화해와 평화 통일로 가는 디딤돌을 놓아야 할 일이다.

*이 기사는 4월 1일 <한국고교신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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