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족벌언론 '학력 저하론'의 속셈은?

조중동의 ‘말 사슬’과 ‘먹이 사슬’
 
윤근혁
 
"원숭이 엉덩이는 빠알개. 수능은 엉망, 엉망은 이해찬 1세대, 이해찬 1세대는 학력저하, 학력 저하는 평준화 때문, 평준화는 나빠, 나쁘면 현정권. 현정권이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정권흔들기 펄럭이게 합니다."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불거진 학력저하 논란. 조선-중앙-동아 등 족벌신문 3인방의 보도를 보면서 '말 사슬'을 만들어 보았는데요. 이상하게도 지난해와 정반대인 수능 난이도를 놓고도 신문 3인방이 외치는 구호는 한결같네요. 그 구호는 '학력 저하 자행하는 현정권은 각성하라'로 정리되죠. 정말 그럴까요?

학력과 관련 12월 5일자 경향과 한겨레는 깜짝 놀랄 만한 제목을 달았는데요.

"학업성취도 OECD 상위권, 32개국…과학 1위-수학 2위"(경향 22면 머릿기사)
"한국학생 학업성취도 과학 1위, 수학 2위"(한겨레 1면 박스)

내용은 한국 150개 고교생 5천명이 학업성취도국제평가(PISA)를 받은 결과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는 것인데요. 평소 '학력 저하론'을 펼치지 않은 두 신문은 큼지막하게 보도했네요.

족벌신문의 보도태도는 어땠을까요.

"한국 중-고생 수학 흥미도 OECD 최하위권"(중앙 25면 하단 박스)
"한국 고교생 과학 1위 수학 2위, 학업 흥미도는 꼴찌"(동아 29면 1단 박스)

중앙-동아의 기사 제목과 보도방향은 경향-한겨레와 정반대로 보이네요. 한 가지 사실을 놓고도 이렇게 다른 편집과 기사가 나오는 게 놀랍군요.

현정권 들어 '학력 저하론'을 소리 높여 외친 족벌언론들. 이 가운데 중앙과 동아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성취도는 제쳐두고 흥미도만 강조한 편집을 한 것이죠.

이렇게 족벌언론은 정반대의 근거를 갖고도 '학력 저하론'을 합리화하는 작품을 만드는군요. 수능과 학력저하 논쟁, 그리고 평준화 깨기와 현정권 비판으로까지 얽혀 있는 족벌언론의 먹이사슬. 분명히 잘못 꿰어 있지만 이 사슬을 통해 생존하는 신문들은 오늘 아침도 수백만 가구의 현관 앞에서 보란 듯이 숨쉬고 있습니다.

2001/12/08 오후 8:58
ⓒ 2001 OhmyNews
 
2003/01/19 [22:43]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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