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질병내용'이 인터넷 떠다닌다면?

<교육현안-중> 교육행정시스템의 실상
 
윤근혁
 
일은 이미 끝났다.

2천여 만명의 학생·학부모 정보와 36만여 명의 교사 신상파일이 한 데 묶여서 교육청과 교육부 서버에 쌓였다. 81년 이후 초중고 졸업생 수천만명(중복자 포함)의 졸업대장(이름, 주민등록번호, 졸업년도 등 표시)도 모두 입력됐다.

▲ 교육행정시스템, 그날이 오면...
ⓒ2002 강도영
교육관계자들의 반발에 밀려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교육행정시스템)의 일부가 내년 3월까지 연기됐지만, 이미 9월말 현재 교사와 학생, 학부모도 모르는 사이에 주요 개인 신상정보가 대부분 중앙서버로 옮겨진 것으로 드러났다.

다 옮겨진 정보

교육부 교육행정정보화추진팀은 28일 "81년 이후 졸업생 대장과 교사와 학생의 신상기록 입력 작업을 올 초부터 9월말까지 지역교육청별로 끝마쳤다"고 밝혔다.

종교, 생활수준, 전자메일, 건강상태, 재산총액, 부업명, 부업월수입, 정당·사회단체….

교육부가 교육행정시스템을 추진하면서 올 9월말까지 입력을 끝낸 전국 36만 교사에 대한 신상기록이다.

교육부는 위탁업체인 삼성SDS의 힘을 빌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대 분류 22개 항목 세부분류 200개 이상의 교사 개인자료 입력을 이미 끝마친 것이다. 이 자료는 교원인사기록카드를 일괄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일부 항목은 공란으로 비워둔 상태다.

성적, 상담내용, 결핵검사, 소변검사, 종합검진내용, 전자메일, 치주질환, 신체검사 내용….

이번에 교사 신상정보와 함께 새 시스템에 들어간 학생들의 신상정보 항목이다.

이제 교육부 관계자가 컴퓨터 자판 몇 개만 두드리면 'A라는 학생이 언제 이가 썩었고, 언제 이빨을 뺏는지'도 알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일일 상담누가 기록을 뒤져보면 학생의 '뇌 속까지 훤히 들어다 볼 수 있는 알찬 정보(?)'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정보입력을 끝마침으로써 교육행정시스템은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도 모르는 사이에 완료단계로 접어들었다.

자판만 치면 '이빨' 뺀 날짜도 아는 세상

지난해 말부터 올 3월까지 전국 초·중등학교 교사들은 3·4 장의 종이에 자신의 연수기록을 적어냈다. 연수 학점화에 따른 조치인줄 알았지만 사실은 교육행정시스템 입력 작업을 위한 사전 절차였던 것. 당시 서울 ㅅ초 임모(61) 교감은 교사들한테 이 같은 내용을 말하지 못했다.

이는 다른 대부분의 학교 교장과 교감도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이 당시 교육행정시스템이 추진되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행정시스템에 대한 교육부 자문교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도 '새 시스템 추진내용을 안 것이 올 5월 말 워크숍이 처음이었다'는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렇듯 전국 교사들의 개인신상데이터가 일제히 인터넷 선로를 따라 교육부와 교육청 서버에 옮겨진 것이다. 사정이 이런 까닭에 교사 개인의 동의절차 또한 있을 수 없었다.

전국 초·중등 학생 1천만 여명의 정보 또한 마찬가지. 지난해까지만 해도 CS시스템으로 각 학교 서버에 따로 모여있던 데이터는 각 학교 정보부장 교사의 '컨버젼' 작업을 통해 교육청으로 옮겨졌다. 학생의 질병 이력을 담은 보건 항목 데이터 또한 어김없이 교육청으로 모였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하루아침에 학교에 있던 자신의 정보가 교육청과 교육부로 날아간 줄을 모르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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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생들은 아직도 몰라"

이제 교육부와 교육청은 컴퓨터 자판 몇 개만 누르면 개인신상 정보를 줄줄이 빼볼 수 있게 됐다. 교육부 국제교육정보화기획관실(실장 김정기)에서 올 8월에 만든 자료의 표현대로 'ONE/NON-STOP민원서비스' 기반이 확립됐으며, '기관간 공동활용정보의 공유 및 연계'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개인정보가 'NON-STOP'을 위해 교육부 서버에 모여야 하는 것일까. 교육부가 '세계 최초'라고 자랑하는 이 시스템은 어떤 편리함이 있을까.

교육부 교육행정정보화추진팀(추진팀)의 김익로 사무관은 "페이퍼리스(종이 없는, paperless) 체제이기 때문에 학교 예산을 절감하고 교원들의 잡무를 획기적으로 줄이게 될 것"이라며 "학부모에겐 졸업증명서와 재학증명서를 가까운 사무소나 집에서 뗄 수 있도록 하며 자녀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는 게 학교업무에 밝은 교사들의 지적이다. 우선 '페이퍼리스로 돈을 아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교원잡무는 형식적인 출석체크와 상담누가기록 등으로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게 교사들의 중론이다.

각종 증명서 발급 문제도 초·중등학교는 대학이 아닌 이상 수요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재학증명서는 '어차피 학교 다니는 아이가 학교에 나와 떼면 더 편리할 것'이며, 실업고 등에서 일부 졸업증명서가 필요하더라도 이 또한 집에 앉아서 떼려는 '방콕파' 학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말싸움'은 오히려 '곁가지'일지 모른다. 문제는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다음은 최진명 교육부 추진팀장의 말이다.

"새 시스템이 가동되면 정보활용성이 높아진다. 이전의 주먹구구식 통계가 아니라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 삼성SDS가 만든 교육행정시스템의 첫 화면
ⓒ2002 윤근혁
교육부가 학생 정보를 한 데 묶는 까닭

그렇다. 정보화를 강조하고 있는 이들의 논리는 바로 위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교육기관의 편리함 뒤엔 '정보'로 인한 교사와 학생 인권침해 문제가 남아 있다. 90년대 말 시민단체에서 '전자주민카드'를 반대한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은 신상정보에 대한 <유출과 정보제공자 외의 임의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이 법은 '개인정보제공자 또는 공공기관의 장은 사상·신조 등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현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를 모으면 아니 된다'고 못박고 있다. 또 정보통신법 25조에서는 "타인에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위탁하는 경우에는 미리 그 사실을 이용자에게 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행정시스템에 들어가는 6000여 쪽의 방대한 정보엔 '병력과 정당·사회단체 가입 정보 등 개인 인권 침해항목이 수없이 들어가 있다'는 게 전교조 교육행정시스템 대책팀(팀장 박상준)의 설명이다.

교육부 안에서도 불거진 싸움

실제로 지난해 전국단위 새 시스템 도입을 반대했던 교육부 전 고위 관계자는 아직도 교육행정시스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그는 교육부 재직시절인 지난 해 7월 '해킹 등 보안사고에 의한 행정마비와 개인정보침해 문제' 등 6개항을 담은 '반대의견서'를 만들어 부총리와 차관 등을 직접 찾아다닌 바 있다.

그는 전화통화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조심스럽게 던졌다.

"이전까지 교육정책의 도구로 CS시스템이 사용됐다면, 이제 교육행정시스템은 정보화를 위해 교육정책이 따라가도록 하고 있는 상태예요. 거꾸로 된 것이죠. 교육행정시스템이 전국단위로 실시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엔 아직도 변화가 없습니다. 학교 단위에서 보관하면 될 것을 굳이 중앙으로 묶어 학생과 교사 정보를 모을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교육부 보안의식 점검 3장면
보안 '엉터리' 교육부, '구멍' 뚫린 신상정보

#장면1/ 교사 150명의 '질병' 내역 공개 파문

교육행정시스템 구축 계획을 추진중인 교육부가 교사 154명 각자의 질병 사유와 이름,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이면지를 활용, 일선 교사에게 문서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회가 지난 5월 1일자로 충북지역 한 교사에게 보낸 공문 뒷면엔 6장 분량의 '교원 병가 현황'이 적혀 있었다. 충북지역 초등교사 154명의 학교와 주민번호가 인쇄된 이 공문엔 병가 사유로 '임신34주 조산증', '음낭수증 수술', '요추부 염좌' 등이 각 교사의 이름 옆에 기록돼 있었다.

#장면2/ 교육부 홈페이지 주민번호 쉽게 유출

28일 현재 교육부 자체 사이트의 '보안의식'은 0점에 가깝다. 누구든 생각만 있으면 글 올린 사람의 주민번호와 나이 등을 쉽사리 빼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게시판을 연 다음 메뉴에서 '수정'을 누르면 비밀번호 적는 난이 나온다. 대부분의 글 게시자는 '1234', 'asd'와 같은 비밀번호를 쳐 넣기 때문에 몇 번만 비밀번호를 바꿔치면 상대 주민번호가 놀랍게도 바로 뜬다.

이에 대해 '해킹방법'에 익숙한 정보통신 전문가인 여아무개(32)씨는 "비밀번호 해킹 프로그램을 쓸 필요도 없이, 초등학생도 게시자의 주민번호를 빼 보려면 빼 볼 수 있는 허술한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 사이트 운영자는 전화통화에서 "게시자가 비밀번호를 쉽게 만들어놓는 것까지 대비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며 "교육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부처도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장면3/ 학생·교사 정보는 'YES', 교육부 직원 정보는 'NO'

교육행정시스템에 따라 전국의 교사·학생정보를 웹 위에 드러내 놓으려는 교육부가 정작 자신들은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의 직함과 전자메일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런 태도는 직원 개인 전자메일과 전화번호까지 공개하는 농림부와 정보통신부, 외무부, 재정경제부 등 다른 중앙 정부 부처와 딴판인 모습으로,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보공개법 취지에도 어긋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김진희씨는 최근 교육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다른 부처와 달리 본인들의 전자메일과 업무상 전화번호의 공개를 꺼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이 한가지 사항만 보더라도 교육부가 구시대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행정처리를 하고 있다는 세간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28일 현재 교육부 홈페이지는 2천만명이 넘게 접속했으며, 하루 평균 접속자는 2만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교육부 윤경섭 정보화지원담당관실 사무관은 "직원 인적사항 공개를 위해 논의했지만 민원업무가 많은 교육부 직원들이 이를 꺼려했다”면서 “앞으로 직원 전자메일과 전화번호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윤근혁 기자

<교육현안 연속기획> '교육부는 귀를 막았는가?'를 시작하며

현재 학교는 '눈에 보이는 아우성'으로 출렁이고 있습니다. 이는 이상주 교육부장관 취임 후 쏟아낸 일제고사 부활과 교육행정시스템 등 '책상머리 정책들' 때문입니다. 귀를 틀어막은 교육부라 비판받는 교육부의 귀를 뚫기 위한 노력이 전교조 등 교원단체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교육현안분석을 세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27일, 연속기획-상> "교육부장관은 귀를 틀어막았나"(총론)
<28일, 연속기획-중> "2천만 학생·학부모 ONE-STOP 서비스"(교육행정시스템의 정보인권 침해)
<30일, 연속기획-하> "수학경시대회는 눈물, 일제고사는 코피"(초등 진단평가의 문제 취재, 거리 농성 중인 전교조 위원장 인터뷰)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 기사를 바탕으로 새롭게 쓴 것입니다.

2002/09/28 오후 3:52
ⓒ 2002 OhmyNews
 
2003/01/19 [23:57]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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