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섹스 거짓말, 그리고 대한민국 언론"

<넘치는 광고기사> 시대의 추세인가, 언론의 죽음인가
 
윤근혁
 
▲ 동아일보 10월 26일치 A30면 기사
ⓒ2002 윤근혁
불륜, 섹스, 마약, 폭력…. 비디오 가게에 널려 있는 3류 황색 테이프들에 담겨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들 테이프의 끝 부분은 대부분 같다. 주인공이 불륜이나 섹스 또는 마약과 폭력에 절어 살다가 '인과응보' 법칙에 따라 망하든가, 아니면 크게 자신을 뉘우치는 내용들이다.

이런 이야기에서 엿볼 수 있는 긍정성은 바로 '계도성'이라는 것이다. 이 계도성은 '새마을 운동'의 노랫말 속에만 있는 게 아닌가 보다.

하지만 계도성의 차원은 제각기 다른 것 같다. 다 알 듯 이 테이프는 계도를 위한 테이프가 아니다. 계도는 오직 명분용인 '양념'일 뿐이다. 하기에 많은 이들은 이들 테이프를 보면서 끝까지 보는 법이 없다. 간혹 야하고 흥미 있는 장면만 보고 '리플레이'시켜버리는 경우도 있다.

황색 테이프의 '계도성'과 언론의 '계도성'

그럼 무엇을 위해 계도성이란 양념을 쳤을까. 어느 코미디 멘트에서 나오듯 '불륜, 섹스, 마약, 폭력만 다루면 이상하잖아.' 돈을 벌기는 벌어야겠는데 한편으론 시쳇말로 '쪽팔리기 때문에' 이런 계도성이란 화장을 하는 것이다.

동아일보 26일치 A30면 기사도 이런 계도성 양념을 가미한 '황색테이프'의 경우와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어떤 '귀족 아파트'를 다룬 이 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다.

"'귀족 아파트'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입주" "배달원도 비표 받아야 출입"

박스 머릿기사에 천연색 아파트 사진까지 붙여 올린 이 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너희가 귀족을 알아?' 국내 최고층 주거공간으로 1999년 착공 당시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던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25일 특별한 주인들을 맞았다."

최고를 숭상하는 우리 신문풍토에서 '최고층 주거공간'이라니 기사거리가 될 법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사는 내용에서 '하루에 9가구씩만 이사를 시키고 10만원짜리 시식권도 주었다면서 모든 게 갖추어 있기 때문에 이삿짐은 예상외로 단출했다'고 보도한다.

또 '철통같은 보안도 눈에 띄었는데 입주가 완료된 뒤에는 입주객은 입주카드를 발급받아 출입하며, 입주 첫날 주민들은 고화질 고음질의 200인치 스크린이 달린 DVD방과 화장실에 딸린 사우나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소개하고 있다.

카피라이터가 광고 티 나지 않게 쓴 기사

여기까지 보면 보도이기도 하지만 분명히 훌륭한 카피라이터가 광고 티 나지 않게 쓴 광고문구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어진 두 문단 내용은 분명히 기사였다.

"그래도 불만은 있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을 보낼 학교가 건너편에 있어 불편할 것 같다'고 불평했다. 또 이모씨(52·여)는 '창문이 작은 데다 조금밖에 안 열려 음식냄새는 잘 빠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 대한 '계도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두 문장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고생을 했을까. 이 기사 끝 부분을 보니 기사를 쓴 기자는 세 명씩이나 되었다. 이날 동아일보 A섹션 모두 32면 가운데 기사 세 명이 달라붙어 쓴 글은 정치기사 2개와 이 기사가 전부였다.

조선일보도 딱 10일 전인 10월 17일자 '조선경제' 섹션에 같은 아파트 내용을 보도했다. 아니 '광고'했다. 이 기사는 아예 '초대형 주거 실험'(제목)이라면서 '건물 밖으로 나갈 일이 없으며 손가락 하나로 작동하는 미래 주택'(부제)이라고 적고 있다.

물론 이 기사도 '계도성'을 빼놓지 않고 있다. 200자 원고지 15.5매 짜리 전체 기사에서 2.8매에 걸쳐 '단점은 없나'(부제)란 내용을 다뤘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교통비와 관리비가 비싸고 서구식 방식이라 어르신들이 적응을 잘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동아일보 26일치 A16-17면엔 '특급호텔형 고품격 아파트'를 자랑하는 두 개면짜리 초대형 광고가 실렸다. 이날 같은 신문 A섹션 32면 가운데 6개 전체면을 차지한 아파트나 상업 건물 광고 가운데 하나다. 물론 이 광고는 10월 16일치 같은 신문이 기사에서 소개한 S 부동산개발 기업이 낸 광고였다.

숨어서 보는 비디오, 떳떳이 보는 신문

이제 상업성 뒤에 분칠한 '계도성'을 찾기 위해서 비디오 가게를 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위에서 문제 삼은 언론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 대부분은 이런 이상한 편집을 밥먹듯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3류 비디오는 숨어서 보지만, 이들 신문은 떳떳이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의 추세인가, 언론의 죽음인가. 뜻 있는 언론단체들이 발벗고 나서야 할 일 아닐까.

이렇게 가다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대한민국 언론'이란 제목을 가진 영화가 한 편 나와야 할 듯하다.
<조선일보 10월 17일치 기사>

[부동산] 타워팰리스, 초대형 ‘住居실험’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김미경(50·여)씨는 요즘 남편과 함께 다음달로 예정된 이사 준비에 한창이다. 김씨의 새 보금자리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총 3370가구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초고층 주상복합단지이다.

김씨는 얼마 전까지도 입주 여부를 고민했다. 과연 제대로 만들었을지 반신반의(半信半疑)했기때문이다. 더구나 주변에서 교통난을 우려하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지난달 초 완공된 아파트를 둘러보고 입주를 결심했다. 김씨는 “생활의 편리함과 첨단시설에 놀랐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냄새 없는 주방과 전문가들이 건강 관리를 해주는 스포츠센터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다음달 17일 입주를 앞둔 주부 김인선(47)씨도 이사할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씨는 “단독주택처럼 나만의 취향을 살린 내부 구조는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가 성냥갑처럼 똑같은 구조인 데 비해 타워팰리스는 같은 구조를 가진 집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파트 안에 당구장, 수영장 등 모든 편익시설이 설치돼 아이들도 좋아한다”면서 “단지 바깥으로 나갈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아파트보다 전용률(분양 면적에서 입주자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의 비율)이 떨어지는 것 외에는 흠잡을 데가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 1999년 7월 착공한 타워팰리스가 오는 25일 1차(1499가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입주에 들어간다. 타워팰리스는 착공 당시부터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초대형,초고층 아파트라는 점에서 논란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일반 아파트나 주상복합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주거 공간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새로운 주거문화의 ‘실험’(實驗)으로까지 평가하고 있다.

◆ 건물 밖으로 나갈 일이 없다 =시공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타워팰리스가 완전한 의미의 ‘원스톱 리빙’(one stop-living)이 가능한 생활공간이라고 말한다. 삼성물산 유광석 전무는 “단지 안에서 운동하고, 놀고, 쇼핑하고, 친구까지 사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타워팰리스는 단지 안에 입주자를 위한 거의 모든 편익시설을 갖춰 놓고 있다. 1차의 경우 각 동(棟) 34층(일부는 30층) 전체를 입주자 공동시설로 꾸몄다. 헬스클럽은 물론 약혼식과 회갑연을 치를 수 있는 연회장도 마련된다. 또 독서실(30여석)과 외부 방문객이 1~2일을 묵을 수 있는 ‘게스트룸’(양실, 한실 각 1개)도 따로 마련됐다. 1층에는 미니 바(bar)와 당구장, 게임룸, 비디오방, 공동 세탁실 등이 설치된다.

주거동(棟) 옆에 설치된 상가동에는 스포츠센터가 마련됐다. 이곳에는 17석 규모의 실내 골프 연습장이 있다. 또 최신식 사우나시설과 4개 레인을 갖춘 수영장도 있다. 상가 옥상에는 대형 이벤트 광장도 만들어 각종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단지 바로 옆에 신축 중인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에는 국민은행과 증권사가 입주, 타워팰리스 입주민들의 개인자산 관리를 맡을 예정이다. 유 전무는 “굳이 은행이나 증권사를 찾아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 손가락 하나로 작동하는 미래 주택 =타워팰리스는 다양한 첨단시설도 돋보인다. 삼성측은 비록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살아 보면 알 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홈네트워크 시스템이다. 가정에서 웹패드(단말기의 일종)의 자판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면 TV, 에어컨, 조명 등을 자동 조절할 수 있고, 영화·뉴스·생활정보 등 각종 콘텐츠도 쏟아져 나온다. 출·퇴근때 주변 도로 상황과 주차장 모습도 집안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냄새 없는 주방도 눈길을 끈다. 집안에서 생선이나 된장국을 요리할 경우 주방과 거실 사이의 에어 커튼(공기막)이 작동, 냄새를 자동으로 차단해 준다. 또 주방과 거실, 베란다의 기압에 차이를 둬 항상 맑은 공기가 순환되도록 한 것도 독특하다. 삼성물산 서현석 상무는 “흔히 새로 입주한 아파트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는 포르말린 성분 때문”이라며 “타워팰리스는 이런 물질이 섞인 자재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단점은 없나 =그러나 교통문제는 가장 걱정하는 요소이다. 출·퇴근시 약 2000대로 추산되는 차량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주변 도로의 교통체증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측은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유 전무는 “대부분 출·퇴근에 구애받지 않는 입주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에서는 관리비가 비싸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제기한다. 타워팰리스의 관리비는 평당 9000원선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부동산중개업소인 ‘타워팰리스공인’의 장윤정 실장은 “실제로는 1만3000만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일반 아파트(평당 5000~8000원)보다 2배쯤 비싼 것이다.

입주자 평균 연령이 55세인 만큼 이들이 서구식 주거 방식에 쉽게 적응할 수 있겠느냐도 관심사다. 세중코리아 한광호 실장은 “기존 아파트와 초고층 주상복합은 생활문화가 전혀 다르다”면서 “입주자들이 여기에 잘 적응하느냐가 타워팰리스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또 다른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劉夏龍기자 you11@chosun.com )

2002/10/26 오후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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