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개혁교사가 교육개혁하게 하라" 참교육 '침낭'들고 모인 교사들

현장] 전교조 사상 최대규모
 
윤근혁
 
공동취재/ 윤근혁, 윤영훈, 곽민욱, 강성란 기자
사진/ 안옥수 기자


9일 오후 12시부터 관광버스들이 건국대 충주캠퍼스 정문을 연이어 통과했다.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2700여 명의 교사들은 모두 침낭과 세면도구를 넣은 봇짐을 등에 메고 있다.

▲ 아이들에게 가르칠 몸짓을 배우는 교사들
ⓒ2003 윤근혁
'승진점수'를 버린 대신 '참교육 실천 의지'를 안고 전국 유치원과 초중등 교사들이 이곳에 모인 것이다. 교사들 대부분의 숙소는 건대 학생들의 숙소. 이불이 거의 준비되어 있지 않은 까닭에 이렇게 봇짐 속에 침낭을 넣은 것이다. 이들이 든 봇짐에는 보이지 않지만 아이들에 대한 사랑도 함께 담겨 있는 듯 하다.

박형준 교사(서울사당초·32)는 배낭을 내리면서 다음처럼 말했다.

"교육청 연수와 달리 고생은 되겠지만 그만큼 우리 스스로 지난해 교실에서 수업한 결과를 나누는 일이기 때문에 힘들 것 같지는 않아요."

이날 참석 교사들 전체는 교육청과 특정 교원단체에서 주최하는 연수와 달리, 승진점수와 출장비, 연수비를 따로 받지 못한다. 하지만 영하의 날씨 속에 붉게 물든 참석자들의 얼굴은 대부분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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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개막, 참교육실천 열망 한자리에

▲ 보고대회 개회식 모습
ⓒ2003 교육희망 안옥수
참석자들은 이날 오후 1시 건국대 충주캠퍼스 체육관에서 개회식을 열었다. 이로써 2박 3일간의 행사가 시작된 것이다.

전국에서 올라온 2천여 명의 교사들로 체육관 1층은 물론 2층 자리까지 찼다. 이날 체육관엔 가로 15미터 크기의 플래카드 10여 개가 붙어 있다. 다음은 플래카드의 글귀들이다.

'학교마다 참교육 실천, 온나라에 공교육 강화'
'다시 학생 속으로, 교사·학생의 관계를 새롭게'
'교육재정 확보하여 무상의무교육 실현하자'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은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은 물과 물고기의 관계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면서 "이를 위해 교사가 철학과 전문성을 갖고 교육하려고 하면 제왕처럼 군림하는 학교장과 교육당국에 의해 막히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잘못된 환경을 고치는 일 또한 참교육을 위해 우리가 해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교사와 학생은 물과 물고기"

원 위원장은 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교육공약에 대해 "교육복지 강화, 평준화 유지, 교육불평등 해소 등 공약은 우리 교사들도 기대하고 있지만 커다란 줄기는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많이 닮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2003 윤근혁
전교조는 1월 초 정권인수위원회에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재조정 △교육 개방정책 철회 △교육인적자원부 개혁 △사립학교법 민주적 개정 △교장선출 보직제 도입 △유아교육법 제정 △교원노조법 개정 등 10대 핵심 요구안을 담은 의견서를 낸 바 있다.

이번 대회를 축하하려고 일본, 몽고, 말레이시아, 네팔 교원 대표도 참여했다. 일본교원노동조합 이케다 부시에 수석부위원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10년이 넘도록 온갖 탄압속에서도 끝까지 투쟁하고 있는 전교조 교사들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밝히고 “한국의 미군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건은 일본에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만큼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으며 우리 일본교사들도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3 윤근혁
이번 대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대회 운영진까지 합쳐 모두 3천여명. 토론자와 발표자만 2400여 명에 이른다. 일부 참관 교사들이 참여하기는 했지만 전교조는 재정형편상 토론·발표자 외에 대회를 참관하려는 일반 교사의 참여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유명한 교육경구가 있다. 교육개혁도 마찬가지다. 올바른 뜻을 지닌 교사들을 교육개혁의 주인으로 세우는 게 우선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번 참교육실천보고대회는 대회장에 걸린 걸개에 쓰인 말처럼 '분회마다 참교육 실천, 온나라에 공교육 강화’가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 개회식
ⓒ2003 교육희망 곽민욱

행정관청도 지원하는 대회, 교육관청은 ‘나 몰라라’
해도 너무한 교육부, 이상주 장관 격려사 약속까지 어겨

충주시내 들머리 육교엔 이번 대회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이 플래카드엔 '후원: 충주시청, 건국대학교'란 글귀가 적혀 있다. 참교육 실천을 위한 교육잔치를 지원한 일반행정당국과 학부모 단체, 그리고 장소까지 제공한 대학은 있었지만 정작 교육부와 교육청은 없었다.

충주시청은 이번 행사에 1천만원을 지원했다. 이시종 충주시장은 이날 개회식에 직접 참석하여 "참교육실천보고대회를 우리 충주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주신 전교조 선생님들께 감사한다"면서 "온갖 어려움을 딛고 당당히 교육자의 길을 걸어오신 선생님들께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회식에서 학부모대표로 참석한 박경양 신임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백 번 교육개혁을 얘기해도 학교나 교실의 변화 없는 개혁은 공염불"이라면서 "오늘 참석한 선생님들한테서 희망을 보게 됐다"고 밝혔다.

건국대도 대회장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교사들의 참교육 연수활동에 힘을 보탰다.

반면, 이상주 교육부장관은 당초 지난해 12월 30일 교원노조와 본 교섭을 하면서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꼭 참여해 격려사를 할 것"이라 약속했지만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후원은커녕 참석조차도 하지 않은 것이다. 교육부는 8일 전교조에 보낸 공문에서 "부총리 참석을 긍정 검토했지만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주요업무 보고 일정과 중복되어 준비 관계로 참여할 수 없다"고 장관 불참 이유를 해명했다.

하지만 인수위와 교육부에 확인 결과 인수위 보고는 13일에나 진행되며, 장관은 이날 자체 직원 회의 외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다만 교육부 교원복지과 실무 직원 2명을 전교조 쪽과 상의 없이 대회에 참가시켰을 뿐이다. 지역 교육청 또한 '최대 교사 연구실천모임에 대해 공문이첩도 해주지 않을 정도로 남의 일처럼 대했다'는 게 주최 쪽의 설명이다.
/ 윤근혁

2003/01/10 오후 2:03
ⓒ 2003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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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20 [00:08]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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