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취재/ 윤근혁, 윤영훈, 곽민욱, 강성란 기자 사진/ 안옥수 기자
"애들은 기름 바른 땅콩처럼 반들반들한데 교사는 구태의연한 교육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일 저녁 8시 건국대 충주캠퍼스 인문과학대 401호에서‘초등학급운영분과’발표자로 나선 김강문 교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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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로 비행원리를 배우는 기술분과 교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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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교육희망 안옥수 | 교사여, 구태를 벗자!
이 토론과 발표는 30초에 한번씩 웃음소리가 났다. 마치 식탁 앞에 앉은 가족들처럼 이 분과에 참석한 80여 명의 초등 교사들은 함께 웃고 같이 배웠다.
이처럼 전국 참교육실천보고대회는 9일부터 11일까지 학급운영과 학생생활, 교과 교육영역 등 7개 영역 40개 분과에서 발표회가 일제히 진행됐다.
보고대회의 깊이 있는 토론, 평가를 위해 김한종 교수(한국교원대), 김용진 교수(숭실대), 주대창 교수(서울교대), 김용일 교수(한국 해양대), 이용관 교수(중앙대) 등 50여 명의 교수와 교사들이 자문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
9일부터 2박3일 동안 밤 10시까지 건국대 40여 개의 강의실에서 3천여 명(연인원 9천여 명)의 토론, 발표자들이 참여하여 600여 개의 주제 발표와 토론회가 펼쳐졌다.
전교조 지역 모임인 지회 140여 개와 15개 지부보고대회를 거쳐 뽑힌 500여명의 발표자와 1500여명의 토론자가 참석했으며, 36종에 모두 2만2천여 쪽에 달하는 자료집 5800권을 대회 참석자들에게 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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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족의 평화와 화해를 바라는 통일분과 교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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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교육희망 안옥수 | "이것이 바로 교육개혁"
전교조 한상훈 전 참실위원장은 "토론자 조직화에 역점을 둔 결과 이번 대회가 토론 중심의 대회로 자리 잡힐 수 있었다"며 대회의 질적인 변화를 높이 평가했다.
전교조는 이번 보고대회 연구물을 5만여 장의 CD롬 자료로 만들어 각 학교와 교사들에게 실비로 판매하며 홈페이지도 새로 만들어 올려놓을 예정이다.
현원일 전교조 참교육실천위원장은“참교육실천보고대회를 하는 까닭은 참교육 실천 내용이 전체 학교, 전체 교사로 일반화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며“올해도 '경쟁과 시장화를 넘어, 교육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하여’란 주제로 교사들은 전국 곳곳에서 연구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11일 오후 분과별로 닫는 의식을 갖고 ‘교육본질 회복’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교사와 학생 관계를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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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아교육분과 교사들의 마음나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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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교육희망 안옥수 | 참석자들은 결의문에서“반민족적이고 반민중적인 자립형 사립학교 확대와 교육개방을 반대하고 교육과정을 창조적으로 운영하여 아래부터 7차 교육과정을 바로잡는 투쟁을 벌일 것”이라면서“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새롭게 하여 학교를 민주적인 공동체로 만들 것”을 다짐했다.
11일 오후 3시, 전체 일정을 마친 교사들은 침낭과 세면도구를 넣은 괴나리봇짐을 메고 전국 학교로 떠났다. 이 봇짐 속엔 2박3일간 꼭꼭 다진 '학교혁신'의 열정도 들어 있을 것이다. 3천 교사들이 앞장서는 교육혁신의 새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 참교육실천보고대회 분과 연수 현장- |
| 형식 파괴, 서로 주인되어 함께 일군 '교실변화 염원' |
참교육실천보고대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10일 오후. 10여 개 분과 마당이 있는 자연대 건물을 찾았다. 자연대 5층에 올라가니 갑자기 까르르’하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웃음소리의 진원지는 유아교육 분과마당인 504호 강의실이었다. 교사들은 책상을 앞뒤좌우로 밀쳐내고 생긴 둥그런 공간에 둘러서서 구연동화를 실습해보고 있었다.
“자~ 선생님 한 번 해보세요” “아니, 아뇨 그렇게 말고요~”
초청강사가 아닌 발제자는 아예 신발을 벗어 던지고 3~40명 교사들 사이를 누비고 있었다. 자신의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 보이는 아이들의 반응까지 곁들이며 열성을 다하는 발제자의 모습이나 거리낌 없이 화기애애한 분과마당에 참여하는 다른 교사들의 모습이나 7살 아이들처럼 활기차 보였다.
이렇게 활기찬 연수를...
반면, 특수교육 분과마당이 열리고 있는 자연대 115호 강의실은 조용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니 더운 기운이 훅 얼굴에 다가왔다. 40여명의 교사들이 둥글게 의자를 배치해 빼곡이 들어 앉아 있었다.
이은주 교사(전남 석교중)가‘노래를 통한 장애학생들의 언어 능력 신장 방안’이라는 주제로 학교에서 실천한 사례를 발제하고 있었다. 9일부터 이미 10여 개의 주제에 대해 발표와 토론이 이어지는 강행군 속에서도 졸거나 한눈을 파는 사람은 없었다.
이 교사의 발제가 끝나자 자연스럽게 토론이 이어졌다. 사회자가 따로 지정을 할 필요도 없이‘대화’가 오갔다.
한 교사가 “중학교 아이들이 동요나 만화 노래를 부르면 비장애 학생들에게 놀림을 당할 수도 있지 않나요?”라고 질문을 하자 발제를 했던 이 교사 외에 여러 교사들이 의견을 내놓고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는 비장애 아이들이 장애학생을 놀리면 꾸짖기보다 ‘○○이를 사랑해요’라는 문구를 매일 한번씩 써서 가져오게 해요.
그랬더니 이후부턴 사이좋게 지내더라구요“
교사들이 교단에 서서 갖는 고민과 숙제에 대한 해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특수교육 분과장을 맡아 진행을 하는 황석상 교사(서울 정진학교)는 “발표된 사례뿐 아니라 토론과정에서 제시되는 여러 방안들이 실제 학교현장에 적용되어 전파되고 있다”며 “토론 시간 외에도 특수교육 교사들이 비장애학생, 비장애학생 학부모, 학교장, 원적학급 교사 등으로부터 겪는 어려움을 털어놓고 함께 해결방안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1회 대회에도 참여했다는 이현미 교사는 “자발적으로 이야기하고 참여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황 교사의 말을 거들었다.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사람
3년째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주말 영화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민욱 교사(충남 안면중)는 '학생자치·청소년 문화 분과'에서 발표 자리를 얻었다. 지역 안에 영화관 하나 없는 아이들과 문화활동을 공유하기 위해 안면중 교사들이 시작한 '주말영화교실'에 대해 김 교사는 "지금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정착단계"라고 평가했다.
생활지도·상담분과 역시 모둠을 만들어 지금껏 가르치면서 보람을 느낀 아이, 후회로 남아있는 아이들에 대한 경험을 털어놓고 "교사에게 학생은 지도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나눔의 관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전남 해남의 김미옥 교사는 "아이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다가 지쳐가면서 나도 모르게 그 아이에게 무관심해진 경험이 있다"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교사 노릇하기, 이렇게 하면 신나요!
"열심히 동화를 듣는 아이들을 보면서 오랜만에 보람을 느꼈어요."
경북 남부초 김숙이 교사는 요즘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나쁜 어린이표', '내 친구 최영대', '강아지 똥' 등 직접 고른 책을 읽어준 뒤 주인공에게 편지 쓰기 등 다양한 활동을 펴다보면 아이들의 또랑또랑해진 눈망울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국어교육분과 교사들은 동화를 읽어주는 방법, 동화 읽기에 수반되는 활동 등에 대한 경험을 나누며 앞으로 만날 아이들과 어떤 동화 읽기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나눴다. / 곽민욱, 강성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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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11 오후 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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