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교사들이 미군 궤도차에 깔려 세상을 떠난 '미선·효순이 공동수업'을 하려다 말고 주춤거리고 있다. 12월 초 교육부가 전교조의 공동수업에 '딴지'를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부 지침을 지키려는 교장과 일선교사들이 말싸움을 벌이는 등 '우리끼리' 드잡이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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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한 중등학교 교사의 공동수업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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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 곽민욱 | 전교조와 일선 교사들은 교육부의 이 같은 '이상한 지침'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일본 교과서 왜곡 공동수업, 장애체험 공동수업, 성평등 공동 수업 등 수많은 공동수업을 해왔지만 교육부가 이처럼 지침까지 내려 막고 나선 것은 아주 '색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해괴한 '반미 대책'
11월 말 이미 인천에 있는 한 여자고등학교에는 교육청에서 보낸 '업무연락'이 돌았다. 이 종이 위엔 친절하게도 이 학교 ㅅ모 교감의 글씨도 써 있었다.
"미군 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하여 학생들의 반미시위가 우려되는 바, 본교에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지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를 따지는 정 아무개 교사에게 이 학교 교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그는 공무원의 '정치 중립' 내용을 담은 교육공무원법 1장을 복사해 주었다.
이 같은 일은 경남 진주 ㄱ여중에서도 일어났다. 12월 5일 공동수업을 하려는데 이 학교 교장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 학교 정 아무개 교사는 전교조 홈페이지(eduhope.net)에 다음처럼 심경을 털어놨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미국도 미국이지만 아직도 미국은 우리의 큰집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국가와 국민은 죽든 말든 내가 피해보지 않으면 나하고 상관 없는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사실이 더 속상하고 화가 납니다."
암울한 학교, 눈물 흘리는 교사
그는 촛불시위에 참여해서 "암울한 학교현실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덧붙였다.
일선학교 마찰의 주범인 교육부의 '반미 감정 확산 예방 관련 대책'은 다음처럼 명시하고 있다.
"집회 발생시 (교사는) 현장 임장 지도로 학생보호에 만전, 미군이 한반도 평화유지와 안정에 기여한 점을 고려할 수 있는 균형적 판단력을 배양하도록 지도."
또 이 대책에서는 공동수업에 대해 다음처럼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학교교육과정상의 지도계획이 없었던 계기교육 등을 실시하고자 할 경우, 학년 및 교과협의회 등을 통해 교수-학습 과정안을 작성하여 학교장의 승인 후 실시해야 한다."
지도계획 없는 계기교육은 학교장의 승인을 받으라고? 좋다. 초등교사인 나(현재는 잠시 파견 휴직중임)는 지난해까지 하루에 30번씩은 계기교육을 했다. 아침에 출근할 때 라디오를 듣는 이유 중의 하나도 '아이들한테 들려줄 시사성 있는 내용'을 찾기 위해서다.
뉴스에서 들은 왕따 문제를 얘기하기도 하고, 이전 날 본 영화 속 주인공 얘기도 한다. 물론 계기교육을 위해 4월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는 '장애체험 공동수업'과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이 세상을 시끄럽게 할 때는 전교조 홈페이지에 있는 '왜곡 교과서 공동수업 자료'를 활용하기도 했다.
하루 계기·시사수업 30번
그런데 나는 이 모든 일을 하면서 학교장의 결재를 받지 않았다. 교육부 지침을 어긴 것이다. 아까 적은 대로 하루에 적어도 30번은 계기교육을 하는데 이때마다 승인을 받는다면 교실에 있는 시간보다는 교장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두 배는 많을 것이다. 이는 다른 교사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교육부는 교육관계 법령에 따라 자신들이 고시한 '7차 교육과정'에 '계기교육'과 '시사성 있는 교육'의 중요함을 목청껏 외친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가.
교사는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해야 한다(초·중등교육법 제 20조). 97년 이전엔 '교장의 명에 따라 교육한다'고 돼 있었지만 시민사회 성장과 사회 민주화에 따라 이 법 조항이 바뀐 것이다.
교사들을 향한 법령은 바로 '교육과정'이다. 이 교육과정에 따라 아이들을 지도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7차 교육과정의 명령을 쫓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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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부에서 직접 만든 교육과정 해설서에 나온 삽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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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 윤근혁 | 교육목표도 시사교육 강조
먼저 목표. 초등학교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 능력 배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과정에서 밝힌 다섯 가지 교육 목표 가운데 하나는 다음과 같다. '일상 생활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기초 능력을 기르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경험을 가진다.' 교육부여! 일상생활의 문제를 인식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학교 교육목표는 다음과 같다. '학습과 생활에 필요한 기본 능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르고….' 다음은 고등학교. '국가 공동체의 형성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며….'
그럼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교육과정은 다음처럼 지시하고 있다. "도덕적 가치, 행동 성향과 같은 정의적인 영역을 중점적으로 다루도록 한다. …도덕 규범이나 예절에 대한 교육은 학생들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교사가 확고한 신념과 열정을 가지고 지도한다."(교육부 고시 1997-15호,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일상 생활에서 경험하는 여러 도덕 문제들을 교과성의 내용과 관련지어 자기 주도적으로 탐구함으로써 도덕적 사고 능력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지도한다."(상동)
시사성 교육은 자료 공유해서 시기 맞게 지도
"시사성이 강한 내용은 그 지역이나 시기에 알맞게 재구성하여 지도하도록 한다. 동시에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학습자료를 개발하고 이를 교사 상호간에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상동)
"학습자의 민주 시민적 자질 함양과 지역 사회 참여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방안으로 각종 사회 문제에 관한 시사 자료를 교재화하여 지도한다."(상동)
"역사적, 사회적 사건 등과 관련 있는 교육 내용은 학습 적합한 시기에 학습 과제가 다루어질 수 있도록 편성한다."(교육부,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실제, 2001)
SOFA 개정과 두 어린 학생을 추모하는 불길이 전국에서 타오르고 있다. 한 일간신문의 조사를 보면 국민 85%가 이 같은 움직임을 지지하며 반대하는 목소리는 7% 정도다.
교육부여! 지금은 일제시대?
교육부는 이런 여론과 국민정서를 무시하고 애써 귀 막고 있는 교사와 학교의 모습이 '아름답고 좋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최근 교육부의 해괴한 대책안을 보면서 일제시대 '민족교육'을 막기 위해 궁색한 논리를 찾아다가 내미는 관료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동료교사들이여. 법에 따라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이여. 7차 교육과정의 명령에 따라 계기성 있고 시사성 있는 교육에 나서자. 요즘 같은 시절에 'SOFA'와 '미국' 문제 빼놓고 계기성이나 시사성을 찾을 수 있다면 이를 가르치지 말라. 그렇지 않다면 이 문제를 갖고 공동수업에 마음놓고 나서자.
교육부 지침이나 대책보다 앞서는 게 법이다. 교육과정 등 교육 관련법이 그대들의 행동을 보장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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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09 오후 9: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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