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5일 화요일

교육부, '장관 욕 전자메일' 대량 발송

'장관규탄 공직협 자료' 교사·학부모에게 보내
 
윤근혁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송모 교사는 28일 깜짝 놀랐다. 교육부에서 온 메일을 열어보니 "장관을 비판하고 정책에 반발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메일은 송모 교사만이 받은 것이 아니다.

이 일은 교육부가 윤덕홍 장관에 항명하는 내용을 담은 교육부 공무원 직장협의회(공직협)의 보도자료를 27일 교육부 공식 홈페이지의 '공지사항'란에 실은 데 이어, 자체 사이트를 통해 수만통의 '전자메일'로 가공해 대량 발송하면서 일어났다.

확인 결과 교육부는 "공직협의 보도자료를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 2만2천명의 독자에게 발송한 것은 사실"이라고 28일 오전에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교육정책을 알리기 위해 수집한 전자메일주소를 이용해 '장관 때리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재 교육부는 자체 사이트의 '메일링 리스트' 항목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메일링 서비스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추진하는 주요정책자료 및 보도자료, 새소식 등을 이용자 여러분께 전자우편으로 자동 전송해 드리는 서비스입니다."

이 같은 일에 벌어진 데 대해 메일링 리스트를 담당하는 교육부 정책분석과는 "담당 비정규직 직원이 메일을 보내는 일을 하다보니 공지사항에 오른 내용을 그대로 보낸 것 같다"면서 "특별한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교육부는 27일 저녁 10시께 '공지사항'란에 실은 공직협의 보도자료를 삭제했다. 하지만 국무총리실은 이번 사태를 공무원 항명 사태로 판단하고 사실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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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참교육학부모회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모임인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심성보 정책위원장은 "공직협의 태도는 인권위의 결정과 장관의 결단에 대해 관료주의 차원에서 정면 반발하는 것"이라 규정하고 "이번 사태는 현정권의 취약성에 따른 관료들의 반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공무원 전체의 25%인 10만명이 참여하고 있는 최대 공무원노동단체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차봉천, 공무원노조)은 28일 긴급 성명을 내고 교육부 공직협을 강하게 비판했다.

공무원노조는 성명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공직사회개혁을 위해 앞장서야할 교육부 공무원이 오히려 인권을 보호하려는 교육부의 입장발표에 발목을 잡는 보수기득권세력과 영합하여 반인권적 입장을 발표한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면서 "교육부 공직협이 반대 행위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전교조 합법화 과정에서 탄생한 교육부 '공직협'은 현재 노동조합이 아니며 일반 노동조합단체에 가입할 뜻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체 박모 회장은 "이후 공무원노조 합법화에 따라 집행부 논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현재 어떤 노동단체와도 거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공직협'이 NEIS 말할 자격 있나?
조중동의 보도와 공직협의 태도

▲ 동아일보 28일치 1면.
'공무원 항명 초유의 사태', '교육부 공무원들 집단 반발', '교육부 공무원 집단반발'.

교육행정정보시템(NEIS) 관련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는 교육부 공무원 직장협의회(회장 박경수, 공직협)의 보도자료와 기자회견 내용이 28일치 조선·중앙·동아일보의 1면 머릿기사를 장식했다. 공직협의 뜻과 조중동의 입맛이 일치한 셈이다.

보수 언론의 대표격인 이들의 기사대로 '정부 부처의 공무원들이 장관의 지시에 항명한 것은 우리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교육부 전체 직원은 모두 451명. 이 가운데 교사 출신 전문직원을 뺀 일반직 6급 이하 공무원 전체인 189명이 이 공직협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공직협의 태도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교육부 안팎에서 일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몇 차례 보도자료를 냈지만 대부분 교육관료의 생각과 일치한 것들이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대선 기간 '교육부 해체' 공약에 반발, '보도자료'를 낸 것이 그 본보기다. 공직협은 이 보도자료에서 "교육부가 없어지면 사교육비가 없어지는 것처럼 표현해 국민을 현혹시키고 교육부 직원을 무능력자로 매도해 자긍심을 손상시켰다"고 교육부 축소·해체론자들을 겨냥했다.

보도자료가 나온 당일 김신복 당시 차관도 "선진국일수록 교육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하는 등 공직협을 거들었다.

공직협의 태도에 대해 안승문 서울시교육위원은 "공직협이 언제 5, 6공 시절, 그리고 이상주 교육부 장관 시절 교육실정에 대해 반성하는 목소리라도 낸 적이 있냐"면서 "NEIS 추진 과정에 대해 책임져야 할 공직협 관계자들이 앞장서서 장관의 정책 결정을 흠집내는 일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교육부의 한 중견 간부도 "공직협이 자체 인트라넷도 아닌 전 국민이 보는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교육부 전체가 장관 퇴진운동에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공직협 박모 회장은 "공직협은 27일 오전 11시께 부서별 팀장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갖고 NEIS에 대한 우리들의 뜻을 내보이기로 결정해 보도자료를 낸 것"이라면서 "교육부 직원들과 국민들에게 우리 뜻을 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 윤근혁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5월 28일치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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