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교육청은 계모, 교사는 헨젤과 그레텔?

서울교육청, 교사 조사 위해 ‘학생 일기장 내놔라’
 
윤근혁
 

독일의 작가인 그림 형제(Brother Grimm)가 쓴 ‘헨젤과 그레텔’이란 명작동화를 소재로 수업을 진행한 한 젊은 교사가 헨젤과 그레텔처럼 궁지에 몰렸다.

지난 달 11월 18일. 서울선곡초엔 서울북부교육청(교육장 이의균) 공성환 초등교육과장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익명의 학부모 제보가 있었다”며 “동화 내용 가운데 ‘마녀 요리사의 조리법’을 주제로 독후감을 쓰게 한 교사에게 경위서를 쓰도록 하라”고 이 학교 교감한테 지시했다. 이 수업을 담당한 김경아(가명) 교사는 이 같은 지시를 교감에게 전해 듣고 “겁도 나고 억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궁지에 몰린 한 초등교사

그가 진행한 수업은 모두 7차시로 짜인 동화 활용 교육연극 수업이었다. 서울교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그는 지도교수의 지침에 따라 수업이론을 적용, 5학년 담임반 학생들에게 이 수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가르친 수업이론은 ‘Improvis ation with Favorite Tales’란 책에 바탕한 것으로 이 책은 93년 미국교육연극학회 최우수 도서로 뽑힌 바 있다.

전체 7차시 수업 가운데 문제가 된 것은 5차시 ‘마녀가 죽은 뒤 그녀의 집에서 발견된 물건들을 상상해 마녀의 일기장이나 요리책’ 등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 ‘엽기’ 문화에 젖은 일부 학생들은 ‘엽기’스런 작품을 냈다. 심지어 사람을 요리 대상으로 하는 글을 쓴 아이도 있었다.

평소 수업결과물을 복도에 게시해온 김 교사는 이 날도 결과물을 복도에 걸도록 했다. 그 날이 바로 11월 13일. 이어 김 교사는 6·7차시 수업에서 엽기문화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문제점에 대해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 결과물을 게시한 지 5일째 되는 18일 북부교육청은 경위서를 요구하더니 12월 2일엔 이에 더해 학생 전체의 일기장 등 7가지 자료를 제출토록 지시했다. 북부교육청이 요구한 자료는 김 교사의 근무상황부, 교감경위서, 작품전시계획서, 주간학습지도안 등이다.

“깜짝 놀랐어요. 일부 아이들의 엽기스런 결과물에도 놀랐지만 이에 대한 추후 지도엔 아랑곳없이 학부모 전화를 받고 다짜고짜 경위서와 학생일기장까지 내도록 한 교육청도 놀랍더군요.”

김 교사는 “7차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창의성에 바탕한 학습자 중심 교육이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북부교육청의 이상한 조사

북부교육청은 지난 4일 서울선곡초를 방문, 김 교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김 교사 반 학생들의 일기장도 복사해 갖고 갔다. 물론 학생의 동의는 없었다. 교육청 공성환 초등교육과장은 “학부모 민원을 받았기 때문에 교사한테 경위서를 쓰도록 하고 아이들 일기장을 조사하는 것은 교육청의 당연한 권한”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날 교육청에 경위서와 함께 서울교대 대학원 황정현(국어교육) 교수가 써 준 두 장짜리 소견서도 함께 냈다. 그 소견서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수업에 대한 평가는 수업전체를 통한 교육적 판단이 전제되어야 할 것임. …사회를 통해 얻은 아동들의 잘못된 정보를 교사의 책임이라고 비판하기에는 무리. …6·7차시 토론을 통해 아동들의 반성적 사고를 유발시킨 것은 오히려 수업을 극적으로 반전시키는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판단됨.”

김 교사와 이 학교 전교조 분회는 ‘교권’과 ‘학생 인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교육청을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 2002-12-09 제329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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