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교장님들도 "나를 징계하라" 운동?

서울교육청의 교장협 회장 중징계 방침에 '으름장'
 
윤근혁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유인종)이 한국초중고등학교장협의회(이하 교장협) 회장 중징계 방침을 세우자 이 단체 소속 간부 교장들이 일제히 "1200명 서울 교장 전체를 징계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때 전교조 등 진보단체에서 펼치곤 했던 '나를 징계하라' 운동이 대표적 보수단체인 교장협으로 옮겨간 셈이다.

▲ 지난 7월 28일 교장협 소속 초등교장단의 제주 집회 모습. 이날 15억 여원에 달하는 교장단의 출장비 논란이 일자, 16개 시도교육감은 10월 협의회를 갖고 '교장들의 단체 연수 출장 횟수'를 규제하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3 윤근혁
교장협을 산하 단체로 거느리고 있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이군현)도 유인종 교육감에게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이에 가세해 징계를 둘러싼 힘 겨루기가 거세질 전망이다.

회장 징계 놓고 서울교육청과 교장협 '드잡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0월 초 감사담당관실이 교장협 이상진(서울 대영고 교장) 회장중징계를 의결함에 따라 5일 현재 징계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감사담당관실은 서울교육청 교원징계위원회에 보낸 자료에서 "교육감의 4회에 걸친 (교장회비 지출 내역 등) 자료 제출 공문 지시 등을 거부하다 조사 착수 이후에야 낸 것은 국가공무원법 제 57조 복종 의무를 위반한 행위로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다"고 적었다.

"교장회비, 학교 돈으로 내면 안된다"
감사원이 99년 낸 '처분서' 자료 입수

▲ 99년 4월 감사원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보낸 감사처분서 사본.
ⓒ윤근혁

교장회비 전용 논란과 관련, 이미 99년 4월에 감사원이 "학교예산 사용 금지" 지시를 내리는 한편 시도교육감에게 주의 조처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가 입수한 '감사결과 처분 지시사항'(문서번호 교육부 감사 16330-48)이란 A4 용지 5쪽 분량의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은 "교육부장관과 시도교육감은 교장 등이 개인자격으로 가입한 단체회비 등을 학교예산으로 납부하는 일이 없도록 지도 감독하라"며 주의조처를 내렸다.

이 자료에서 감사원은 "학교장 등은 대한교총(현 한국교총) 산하단체나 친목단체 등의 회비 및 그 행사경비 등을 학교예산에서 지출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에 대한 학교 예산 전용을 금지했다.

현재 교장협은 한국교총 산하단체며 자체 문서에서도 단체의 활동목표로 '친목도모'를 명시하고 있다.

이 자료는 또 "다른 학교의 교장, 교육청 직원의 경조사 등의 비용을 학교운영비에서 지출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학교장의 경조비는 특정업무비(직책급)로 부담하고 학교운영비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 윤근혁 기자
이 교장이 뒤늦게 교육청에 낸 자료는 교장회비 지출 내역, 학교장 경조사비 집행 내역 등 5가지다.

이 자료 가운데 교장회비 지출 내역은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서울시교육위원회(위원장 나영수)가 지난 5월 초 교육청을 통해 서울시 전체 중등 교장 640여 명한테 요구한 것이었다.

서울시교육위원회는 "교장회비 지출 내역을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은 교장은 이상진 교장이 유일했다"고 밝혔다.

이에 교장협과 한국교총은 서울시교육청을 항의방문하고 항의공문을 보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한국초등교장협의회 이승원 회장, 한국중등교장협의회 최수철 회장 등 교장협 간부 15명은 지난 달 23일 교육청을 항의방문하고 '징계철회요구서'를 교육감, 교육위 의장 등에 전달했다.

교장협은 징계철회 요구서에서 "부득이 교장협 회장을 징계해야 할 경우 서울시 1200여 교장 전원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한국교총도 지난 달 27일 교육청에 보낸 공문에서 "중징계 의결은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며 교장협을 거들었다.

이상진 회장 "전교조 문제제기에 대한 보복"

징계 당사자인 이상진 교장은 "자료 요구 내용이 교육 본질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 부당한 명령에 따르지 않은 것일뿐"이라면서 "어쨌든 교장 대표인데 (나를) 징계하면 안 된다. 징계를 내리면 법적 대응 등 상황에 따라 대처하겠다"고 5일 전화통화에서 말했다.

그는 6월 9일 서울시교육위원회 의장에게 "교장협 회장인 본인이 전교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한 보복 요구자료라고 판단되니 자료 요구를 재검토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올 10월 행정사무감사에서 교장단 회비 전용실태를 집중 거론한 최홍이 교육위원은 "교장이 법에 따라 의정활동을 벌이는 교육위에서 요구한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교육감의 공문서도 묵살한 것은 공무원 신분을 망각한 행태"라면서 "정치세력화 한 교장협이 무소불위의 존재가 된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교장협은 지난 해 5월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관련 '윤덕홍 부총리 퇴진'과 '전교조 해체' 등을 요구하기도 했으며, 학교운영비를 빼내 자체 활동비와 연수비로 전용한 사실 등이 밝혀져 말썽을 빚은 바 있다.

행정문서유통망에 뜬 '교육감 비난' 괴 편지
이상진 회장이 1200개 학교에 뿌려...서울교육청, 내부조사 착수

▲ 교장협 회장인 이상진 교장이 '교육감 비난' 편지를 전자유통망을 이용 전체 학교에 보내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사진은 행정망을 이용해 보낸 문서와 행정망 복사 화면.
ⓒ윤근혁

서울지역 한 교장이 교육감을 비난하는 글을 정부 전자문서유통시스템을 이용, 서울지역 1200개 전체 학교에 일괄 발송한 사실이 드러나 관련자 징계 등 후속 조처가 따를 전망이다.

임의단체인 교장협 이상진(서울 대영고 교장) 회장이 지난 달 15일, 27일 두 차례에 걸쳐 '교장선생님께 드리는 글'이란 편지형식의 업무연락을 서울지역 전체 초중고 학교에 보낸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전자문서유통시스템은 기존 문서수발함을 대신해 중앙기관이 공문 등 중요문서를 산하기관에 일괄 전송하기 위해 장착한 행정 내부 망이다.

기자가 입수한 이 자료엔 서울지역 1200개 학교의 내부 행정 주소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자료에서 이 회장은 "저에 대한 중징계 요구는 교육감의 나약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교조의 전략에 교육감이 무능한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이해한다. 교육감의 태도는 우리 전국 교장단에 대한 불신이며 모욕이다"는 등의 내용을 적었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서울교육청 교원정책과 중견간부는 5일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원래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또 "기술적으로 한두 개 학교끼리 편지를 보낼 수는 있지만 어떻게 1200개 전체 학교의 주소를 알았는지 모르겠다"면서 "내부에서 조사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서울교육청 정보화 부서 담당자도 "학교에 지급한 행정망 아이디는 서무실에서 문서를 받고 보고문서를 상부 기관에 보내기 위해 부여된 것"이라면서 "해당 학교 교장이 사적으로 전체 학교에 문서를 보내는 일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못박았다.

현재 서울교육청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공문을 보낼 경우 과장 이상 간부의 결재를 받아야 하며, 중요 내용의 경우 교육감 결재까지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윤근혁 기자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11월 6일치에 쓴 것입니다.
 
2003/11/08 [08:34]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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