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 교장협의회, 다섯 장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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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구의 어느 나라 재판부는 다음 세 가지 원인을 '무조건 이혼 사유'로 꼽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일 중독(워크홀릭), 알콜 중독(알코홀릭) 그리고 달리기 중독(러너홀릭).
그래도 전교조는 보수세력 결집의 빌미를 주기도 했지만 주장만큼은 앞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교장협이라는 한국교총 산하단체의 뜀박질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이들의 주장과 행동을 살펴보면 그 방향이 대부분 뒷걸음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부터 살펴 볼 '2003년 교장협 다섯 장면'은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장면1- 고발정치 올 초 월간중앙 2월호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글이 실렸다. "우리는 왜 전교조를 고발하나". 그 아래 부제는 '전격입수/ 서울 초등교장 269명이 법원에 제출한 교원노조 폐해 사례'라고 적혀 있다. 이 기사는 '학부모의 교사 고발에 대해 교장이 동조한 행위'를 중계한 것이다. 사실 교장협의 이런 행동은 '교육가족'이란 말을 밥먹듯 하는 그들의 습관과 달리 제법 역사성을 띠고 있다. 89년 6월 1일자 조선일보 사회면을 자세히 보자. 이 곳엔 ‘교원노조 반대 교장-학부모 등 교사 고발 모두 67명’이란 큼직한 기사가 실려있다. “교직원 노조 결성대회를 주도했거나 적극 참여한 교사들이 학교장과 학부모들에 의해 잇따라 검찰에 형사 고발되고 있다. 대검 공안부에 따르면, 31일 현재 교직원노조 결성과 관련 고발장이 접수된 교사는 시-도교위(시-도 교육청)가 고발한 국-공립교사 36명과 학교장 및 학부모가 고발한 31명 등 모두 67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올해 'NEIS(네이스) 정국' 속에 전교조도 고발장을 남발하는 듯한 지시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이런 고발정치의 원조는 바로 교장협이었다.
"그 돈은 우리 활동비" 학교 돈 빼내 운영비로… 교장협이 학생들에게 써야 할 '학교운영비'를 빼내 자체 회비와 연수비로 써서 논란을 빚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도 이런 행태는 바뀌지 않았다. 상당수의 학교는 교장협 소속 회원의 경조사비까지 학교 돈으로 내고 있다. 실제로 서울지역 초·중등학교 대부분은 교장협의회에 회비로만 한 해 20만원에서 40만원까지 지출한 데 이어, 교장회 연수 관련 비용으로만 평균 50만원씩을 써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교육청이 지난 해 10월 서울시교육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와 올 6월 최홍이 서울시교육위원에게 건네 준 자료에 따르면 서울 500여 개 국공립초등학교가 지난 2001년 3월부터 2002년 9월까지 이 단체들의 교장회 회비로 1억3900만원, 교장회 연수비로 1억4900만원 등 모두 2억9천여 만원의 돈을 썼다. 또한 지난해 서울지역 초중등 교장협에 들어간 학교 돈은 한 해 회비만 3억1400만원이었다. 평교사들은 교원단체 회비와 활동비를 내기 위해 자기 주머니를 턴다. 하지만 '근검 절약'을 밥먹듯 강조하는 교장들은 아이들에게 써야 할 학교운영비를 털고 있는 셈이다. #장면3- 뒷걸음질 정치 올 해 교장협은 무척 바빴다. 이들이 낸 성명서만 해도 손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보성초 사태, 네이스 사태, 교장집회, 전교조 연가투쟁 등을 앞두고 이들은 총공세를 폈다. 그런데 교장협이 진짜 반대하는 것이 강성 전교조와 윤덕홍 교육부장관일까. 이들이 진짜 반대하는 것은 바로 교장선출보직제와 학교민주화라는 의심이 든다. 지난 7월 28일 하계연수에서 나온 초등 교장협의 결의문 내용은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학교 안 불법 행위 단호 대처 △교장선출보직제와 교원 지방직화 반대 △교사회, 학부모회 법제화 반대 △교원정년 원상회복 운동 전개 △민주시민 양성과 자유 민주주의 토대 구축 등을 외쳤다. 이 내용은 교사라면 특별한 설명 없이도 담박에 알아챌 수 있는 것들이다. 교장협의 뜀박질은 뒤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장면4- 대변인 정치 "전교조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전교조는 공격할만한 교장이 하나 걸리면 집단적으로 물고늘어지는 하이에나 떼와 같다.", "붉은 띠를 매고 정치의식화한 전교조 일꾼들이 교단을 점거해 가고 있다.", "전교조가 교육감실을 뒷간 드나들 듯 점령한다." 이 같은 말은 이른바 '안티 전교조'로 세를 늘이고 있는 교육공동체시민연합 대표인 이상주 전 교육부장관이 한 말이다. 그의 말은 '일부 정치인들의 그것처럼' 과장과 왜곡이 심하다는 게 일반의 관측이다. 그런데 이 단체에 교장협 회장들이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초등 교장협 회장인 이승원 교장(서울대방초)은 7월 말 연수에서 "교육공동체시민연합에 교장선생님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을 정도다. 이날 강연에 나선 이상주 대표는 다음과 같은 발언으로 16번의 박수를 받았다. 또한 '안티 전교조 학부모 단체'로 유명한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대표 고진광)도 교장협의 지지 아래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는 학교로 공문을 보내는가 하면 일부 학교 교장들은 학부모한테 이 단체 회원으로 가입할 것을 종용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왜 교장협은 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일까. 혹시 '나 대신 나를 대변해주는 새로운 입'을 찾는 것은 아닐까. 이른바 대변인 정치 시대가 교육계에도 파고 들어오는 느낌이다.
#장면5- 교장 국회의원정치 제주도 남단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7월 28일 오전 9시부터 국내 최대의 리조트 시설이 있는 이 곳이 교장선생님 5천명으로 꽉 찼다. 최근 학교 돈 전용으로 말썽을 빚은 초등교장협 연수가 시작된 것이다. 이 연수의 주제는 '시대변화에 앞서가는 학교경영'. 대회사를 하려고 연단에 선 이승원 회장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연설 분량의 80% 정도를 전교조를 비난하는 데 썼다. 장내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그는 연설의 결론을 '교장의 정치활동'을 역설하는 것으로 맺었다. "교육장관과 국회의원을 세우는 작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자. 내년 총선에 우리의 대변인들을 국회에 보내는데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여성 교장을 입후보시켜 대대적으로 당선시키자. 이를 통해 교원정년연장의 불씨를 살리자." 행사 마지막 차례로 제주남광초 학생 60여 명이 공연을 준비했다. 이 학생들은 50분전인 11시 35분부터 무대 양쪽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지도교사는 연신 검지를 입에 대며 아이들을 조용히 시켰다. 하지만 결의문을 채택한 교장들은 하나 둘 짐을 챙겨 일어나더니 공연이 시작되자 자리가 텅 비었다. 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던 이 학교 합창단원들의 노래 <만남>이 끝나고 <사랑해 당신을>이 이어졌다. "교장선생님들 일어나셔서 악수하고 어깨를 걸어주세요"란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지만 이상주 대표와 김정숙 의원의 연설에 객석을 꽉 메운 채 환호하던 교장들은 이미 자리에 없었다. 이날 12시 29분 아이들 60명이 마지막 노래 <사랑해 당신을>을 부를 즈음 5천명의 참석자들은 죄다 빠져나가고 20여 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이들의 노랫소리는 점점 작게 들렸다. "사랑해 당신을 당신을 사랑해∼" 행사를 마친 참석자들은 '교육현장답사'란 이름으로 제주도 관광여행을 떠났다. 이번 교장협과 시도 교장단의 전체일정은 대부분 2박 3일. 이 같은 행사를 위해 5천여 개 학교별 출장비 30만원씩, 모두 15억원의 돈이 아이들한테 써야 할 학교예산에서 빠져나갔다. 올해 들어 교육가족의 실체는 색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NEIS 문제가 그 전형을 보여줬다. 설득하는 교육부, 검찰에 교사를 고발한 어느 단체에 회원으로 대거 가입하고 있는 교장들. 말리는 시어머니와 때리는 시누이를 둔 교사들은 누굴 더 미워했을까? 하지만 모든 교장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교단에서 묵묵히 교육민주화와 학교자치를 위해 힘쓰고 있는 교장들도 많다. 문제는 특정교원단체 소속 교장협이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뜻 있는 교사들과 교장들은 한목소리로 말해야 할 때다. "이런 식으로 자꾸 역사 앞에 뒷걸음질치는 교장협은 교육가족이 아니다"고. | |||||||||
2009년 8월 25일 화요일
그들은 교육가족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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