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돋보기 9월17일] 구설수 등급제, 달리기조심

교육방송 라디오 원고
 
윤근혁
 

1. 구설수, 의혹…고교등급제

-고교등급제가 교육계 최대 화두가 된 느낌입니다. 이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대응이 연일 계속되고 있더군요.

고교등급제 논란이 점점 크게 불붙고 있습니다. 날마다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와 신촌 연세대 앞에서는 확성기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리고 있는데요. 일부 대학의 고교등급제 의혹에 성난 교육시민단체들이 연일 기자회견과 집회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참교육학부모회,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전교조 등 50여 개 교육사회단체들이 모여 고교등급제 저지와 올바른 대입제도 수립을 위한 긴급대책위원회까지 결성했습니다. 16일, 어제 저녁엔 대책위 결성 후 첫 집회를 서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열었습니다. 이들은 연세대 등 고교등급제 의혹이 있는 대학에 대한 특별감사, 교육부장관의 직접해명, 새 대학입시안 발표 중단과 범국민적 논의기구 구성 등을 촉구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도 냈다면서요. 어떤 내용입니까?

참교육학부모회가 16일(어제) 인권위에 감사청구서를 냈습니다. 이들은 감사청구서에서 "연세대와 고려대가 2005년 수시 1학기 선발(올해 수시 입학)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해 특정지역 고교생을 차별했다"면서 "이들 대학이 거주 지역과 부모의 경제력 차이에 따라 학생들을 차별하는 것은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교육 기회균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습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당장 오늘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앞 농성을 시작으로 청와대 앞 집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안병영 교육부장관이 '고교등급제 절대 불가' 인터넷 서신을 교육계 인사들에게 띄우는 등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고교등급제 불씨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민단체의 이런 주장과 달리, '고교별 학력차이를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나오는 게 현실인데요.

그렇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고교등급제 찬성론을 펼친 어떤 중앙일간지의 사설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신문은 '사이비 교육평등론자의 폐해'란 제목의 사설에서 "전국 학교의 학력차이는 어마어마한데 내신을 각 학교 단위로 결정하도록 하면, 학력이 높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현저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면서 "어떤 부모가 자녀가 이런 불공정한 처우를 받는 것을 앉아서 당하고만 있으려 하겠는가"고 비판했습니다. 얼마간 마음이 끌리는 내용인데요.

반면, 고교등급제와 말로 '봉건시대의 유산'이라는 비판의견도 있습니다. 한만중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정책실장은 "계급이 분명했던 조선시대 과거제도도 형식적으로는 서당과 지역의 차별, 학력연좌제를 두지 않았다"면서 "봉건시대 과거제도보다도 못한 고교등급제 시행에 찬성하는 일부 세력은 평준화를 해체한 뒤 강남교육특구를 만들려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학력격차는 이주호 의원도 조사결과를 냈지만 지역별로 큰 것이 사실 아닙니까?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의원의 연구 결과에 대해 신뢰성 의혹을 제기한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도 학교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지역과 학교별 격차는 세계 어느 나라든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문제는 국가별로 그 심각한 상태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인데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학교간 학력격차와 부모 소득에 따른 학생 성적 격차가 가장 적다는 게 일반 분석입니다.

2002년 OECD가 발표한 '교육지표 2002'만 봐도 각 학교간 학업성취도 차이가 OECD 23개 분석 국가의 평균치 대비 절반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OECD는 학업성취도와 교육의 평등성을 동시에 이룩한 예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학교간의 학업성취도 차이는 우리나라가 19.7%로 OECD 평균인 36.2%보다 크게 낮았습니다.

고교등급제가 시행된다면 지역별 학력격차가 더 커질까요. 작아질까요. 학생들의 강남 쏠림현상, 서울 집중현상은 더 거세질 것입니다. 따라서 고교등급제 시행은 학력 대물림이나 지역별 학력격차를 더 크게 할 것이란 사실만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2. 학교 소속감, 왜 적을까?

- 학생들의 학교 소속감이 꼴찌 수준이란 결과가 나왔다고요?

2004년도 OECD 교육지표 결과인데요.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교 소속감은 말그대로 꼴찌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2년 전 OECD가 조사한 결과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인데요.
반면, 학교 출석률은 또 세계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살펴보죠.

OECD가 49개 나라의 교육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2004년도 OECD 교육지표를 보면, 학생의 학교 소속감은 461점으로 폴란드와 더불어 최하위였습니다. 점수가 많을수록 소속감이 높은 것인데요. 평균이 500점이었으니까 우리는 평균보다도 40점 정도가 낮았습니다.
하지만 결석을 하지 않고 수업을 듣는 학생의 학교 참여도는 2등을 차지했습니다. 우리나라가 546점(평균 500점)이었는데요. 일본이 일등(552점)이었습니다. 결석은 하지 않고 꼬박꼬박 학교에 나오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학교에 대한 애착이나 소속감은 적다는 얘깁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몸 있는데 정이 간다'는 속설을 뒤집는 결과인데요. 보충수업시간까지 합치면 보통 우리나라 고교생들은 12시간 이상을 학교에 몸담고 있지만 소속감은 반비례한다는 놀라운 결과입니다.

이렇게 된 데는 교육내용과 교사들의 문제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사는 삶보다는 지식경쟁위주의 삭막한 수업방식과 교과과정이 이런 결과를 불러왔다는 지적인데요. 실제로 이번 보고서 결과에도 나와 있듯 교과편성에서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정도 또한 '꼴찌'였다는 사실도 이런 내용을 뒷받침합니다.

이와 함께 현재 학생들은 과거와 달리 '선생님'이 한 명이 아니라 상당히 많습니다. 가르치는 곳도 많은데요. 보습학원, 입시학원, 과외장소 등 다른 나라보다 지나치게 많은 상태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소속감 또한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팽창된 사교육열풍 현상 또한 '학교 소속감 꼴찌'의 멍에를 씌운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3. 학교 안 종교강요 많다

-학교 안 종교강요가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는데, 심각한 수준이군요.

종교 관련 재단이 운영하는 사립고등학교 넷 가운데 1곳 꼴로 학생들에게 종교과목 수강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교육부가 조사한 '전국 사립고교 종교교육 및 종교활동 현황’에 따르면 전국 236곳의 종교계 사립고교 가운데 종교과목을 가르치는 학교는 114곳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종교교과를 운영할 때 종교과목 말고 다른 과목을 함께 개설하지 않은 학교가 26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른 과목이 없으니 졸업을 하려면 해당 종교과목을 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전체 종교과목 개설학교 114곳 가운데 26개 학교니까 23% 수준입니다.

이런 조사결과는 국회 교육위 최순영 의원(민노당)이 최근 국정감사를 앞두고 교육부로부터 건네받은 것입니다.

-종교교육 관련 특별한 교육 관계 규정이 있나요?

교육관계법에서는 공교육에서 종교와 사상에 대한 중립적 가치를 가르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종교계 사립학교일 경우엔 강의석 군 사태처럼 문제가 상존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교육부는 지침 등을 통해 종교교과를 운영할 경우 다른 과목을 함께 개설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규교과 시간 이외 종교활동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의사를 고려한 자율적인 참여가 보장되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최 의원은 관련 보도자료에서 "일부 종교재단이 사립학교법 개정에는 ‘종교활동 자유’ 침해를 내세워 반발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소유하거나 운영중인 학교에 대해서는 같은 자유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제2의 강의석군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어른들이 해야 할 때입니다.

4. 내신 반영 달리기 조심

- 학교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 최근엔 학교 주최 달리기에서 사망한 학생에 대한 학교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있었네요.

그렇습니다. 학교 성적에 들어가는 장거리달리기에 참가한 학생이 호흡곤란으로 숨졌다면 학교측에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 강남의 모 고교에 다니던 학생이 학교 주최 건강달리기에서 숨지자 유가족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데 대한 판결입니다. 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재판부는 '학교측은 모두 1억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는 보도입니다. 학교 쪽의 과실을 50% 인정한 것입니다.

-학교에서 이와 비슷한 일은 상당히 많을 텐데요.

2학기 9, 10월은 전국 초중고에서 학교 체력검사가 진행되는 때입니다. 이런 체육활동이 점수에 들어가더라도 자기 체력 수준을 벗어난 무리한 운동은 금물입니다. 현실에서 성적은 잘 살아가기 위한 조건일 뿐이지, 목숨까지 걸 정도의 목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2004/09/17 [13:14]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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