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학력 떨어지는 지역 대표들" 말썽

한나라 이주호 의원, 자료 신뢰성 공격에 해괴한 발언
 
윤근혁
 
"사실 여기 계시는 많은 분들이 서울 지역의 굉장히 학력이 떨어지는 지역을 대표하는 분들이다. 서울 지역 상당히 많은 지역들이 시골보다도 오히려 학력이 떨어지고 있다."

▲ 이주호 의원
'학력격차' 자료 발표로 신뢰성 논란을 빚은 한나라당 이주호(교육위) 의원이 자료유출 경위를 추궁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겨냥, "학력 떨어지는 지역 대표들"이라고 발언했다. 16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다.

<오마이뉴스>가 17일 입수한 이날 속기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저희가 공개한 자료의 부정적인 측면을 계속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분들이 있었다"면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화살을 돌린 뒤 이같이 발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교육위는 안병영 교육부총리와 정강정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 등을 출석시켜 고교등급제 관련 심의를 벌이던 중 이 의원의 위 발언 때문에 20여분간 실랑이가 오갔다. 비강남지역 출신인 열린우리당 이인영(구로갑), 정봉주(노원갑), 유기홍(관악갑), 구논회(대전서구), 복기왕(충남아산) 의원 등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고성이 오가는 등 정회 직전까지 치달은 것.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날 "지역 학생들과 유권자 모독이다", "비례대표로 당선됐다고 이런 말을 할 수 있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원래 뜻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면 사과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의원은 자신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학력 최고' 지역으로 지목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살고 있다.

이날 교육위 취재에 참여한 기자들은 없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다음은 이날 속기록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이주호 의원: 오늘 일방적으로 저희가 공개한 자료의 부정적인 측면을 계속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분들이 있었는데, 사실 학부모라든지 교육전문가라든지 많은 분들의 격려 반응을 저는 받고 있습니다. … 첫째는 교육 격차를 축소해야 된다는 당위성에 대한 명백한 자료를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평준화, 비평준화 논의를 떠나서, 지금 여기 계시는 분들 중 사실 많은 분들이 서울 지역의 굉장히 학력이 떨어지는 지역을 대표하시는 분들입니다. 저희가 파악을 했을 때 서울 지역의 상당히 많은 지역들이 시골보다도 오히려 학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인영 의원: 위원장님!
정봉주 의원: 위원장님, 의사진행발언을 받아주세요.
이주호 의원: 아니, 제가 지금 발언중이지 않습니까?
복기왕 의원: 비례대표로 들어오셔서 모르실지 모르겠는데 그것은 유권자 모독입니다.


이주호 의원 다시 '악수' 뒀나
올해 2월 그 자료 '재탕', 연구 신뢰성 도마 위에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농구시합을 벌였다. 서로 맞겨룬 상대는 평준화 지역 고등학교 대 비평준화 지역 고등학교. 경기 결과 1학년도 평준화 지역 고교가 이겼고, 2학년도 그랬다. 1학년은 63:53, 2학년은 61:55였다. 1학년 점수차는 10점이었고 2학년 점수 차는 6점이었다. 비평준화 지역 1학년은 53점을 얻었고 2학년은 55점을 얻었다.

이런 결과를 지켜본 해설자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것 봐라. 비평준화지역 고교생들은 시간이 갈수록 평준화지역 고교생보다 점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것이 증명됐다."

이런 분석에 대회 주최 쪽(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펄쩍 뛰었다.
"고1 학생이 1년 뒤 점수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종단적으로 측정해야지, 한 날 한 시에 치러진 고1과 고2 경기라는 서로 다른 표본(학생들)을 갖고 점수 향상도를 잰 것은 말도 안 된다. 이것은 연구란 이름으로 평준화 제도를 두 번 죽이기 위한 것이다."


위 글(<오마이뉴스> 2월 24일치)은 이주호 의원이 당시 소장을 맡았던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육개혁연구소가 올해 2월 23일 내놓은 보고서를 빗대서 적어놓은 것이다.

학자 이 소장과 국회의원 이주호

보고서는 '같은 해 평준화지역과 비평준화지역 고교생 1, 2 학년 점수를 비교해 본 결과 비평준화지역 고교생들이 평준화지역 고교생보다 성적이 많이 올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연구가 발표되자 <조선>과 <동아>는 마치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것처럼 대서특필했지만 교육계 반응은 싸늘했다. 교육학자들에 의해 이 연구의 허점이 금방 드러났기 때문이다.

KDI가 이 연구에서 활용한 자료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01년 실시한 고교생 교육성취도 평가. 그런데 국회에 입성한 이주호 교수가 지난 9일 내놓은 '학력격차' 보도자료도 바로 이 자료를 '재탕'한 것이었다.

이번 '지역별 학력격차' 보도자료 또한 신뢰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 고교생 1%를 표본으로 삼은 분석자료가 학력격차를 알아보려고 구상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학업성취도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 이에 따라 이 의원의 주장과 달리 서울강남지역 고교만 해도 상위권과 하위권 학교가 함께 섞여있을 정도로 들쭉날쭉이었다.

<연합뉴스>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조사 대상 28개 고교 가운데 강남구에 있는 3개교 중 2개교는 1위(70.7점), 2위(68.3점)를 차지했지만 다른 한 학교는 23위(47.3점)로 꼴찌에서 6번째였다는 것. 관악구도 한 고교는 3위였지만 다른 고교는 26위로 끝에서 3번째일 정도로 같은 지역에서도 편차가 컸다.

이 의원과 <조선일보>는 일반계 고교의 학력차이가 지역별로 극심하다고 주장하면서, 그 본보기로 강남구 A고교의 평균점수는 70.7, 중구 B고교는 44.2점이라는 수치를 내놓은 바 있다.

교육과정평가원은 11일치 보도자료에서 "(이 의원의 주장과 달리) 한 개 고등학교로 한 지역 교육청 소속 학생들의 학력을 대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물론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도 이 의원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학교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런 성적 격차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지는 것인데다 세계 어느 나라든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제는 국가별 심각 정도.

학교별 학력격차, 한국이 가장 작아

우리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학교간 학력격차와 부모 소득에 따른 학생 성적 격차가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OECD가 발표한 '교육지표 2002'에 따르면 각 학교간 학업성취도 차이가 OECD 23개 분석 국가의 평균치 대비 절반 밖에 되지 않아 학업성취도와 교육의 평등성을 동시에 이룩한 예로 평가됐다.

학교간의 학업성취도 차이는 우리나라가 19.7%로 OECD 평균인 36.2%보다 크게 낮았다.

부모 소득 격차에 따른 학생 성적 격차도 가장 적어 소득 상위 25% 가정을 둔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542점이었으나, 하위 25% 가정 출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509점으로 그 격차가 33점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48개 조사참여 국가의 상위 25%와 하위 25% 가정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격차는 평균 82점이다. 독일(114점), 스위스(115점), 벨기에(103점), 영국(98점), 미국(90점), 프랑스(83점) 등 대부분의 회원국 학업성취도 격차는 한국보다 2~3배나 컸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우리 나라도 지역에 따라 학력격차가 심각하긴 하지만 평준화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의 결과가 나왔다"고 자평하고 있다. / 윤근혁 기자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9월 17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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