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돋보기10월8일] 학생 잡는 학생규정, 등급제

교육방송 라디오 원고
 
윤근혁
 

◎ 학생생활 생각 않는 학생생활규정

-학생들의 학교생활 지침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생활규정이 학생생활은 그렇게 크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요.
그렇습니다. 학생생활규정은 학교 안의 작은 법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것이 학생의 인권을 침해할 요소를 많이 담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열린우리당 구논회 의원이 5일(국정감사 첫날), 정책자료집인 '학생생활규정을 통해 본 학생 인권의 현주소'란 자료를 냈는데요. 전국 165개 고등학교의 학생생활규정을 찾아서 살펴본 결과 문제가 많았다는 얘깁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생활규정 내용에 신발이나 가방의 종류까지 규제하는 것은 예사고 이것들의 가격까지 정해놓은 학교도 있었습니다. 조사 대상 학교의 70%는 신발의 종류를 정해놨고요. 어떤 학교는 신발은 '1만원 이내의 저렴한 것으로 해야 한다'거나, 가방은 '색상이 단순하고 천으로 제작된 가방’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전에 논란이 됐던 두발에 대해 규제하는 학교도 여전히 85%가 넘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니까 아주 사적인 영역에 대한 것까지 규제의 손길을 뻗쳤던데요.
기가 막힌 것은 학생 속옷 색깔까지 정해놓은 학교도 있었다는 겁니다. 어느 학교는 '속옷 색깔은 흰색이나 분홍색이어야 한다' '러닝을 안 입으면 하루 1시간 봉사활동이다' '기숙사에서는 반바지 착용을 금지한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아주 개인의 은밀한 것까지 간섭을 하고 있는 것이죠.

이에 대해 구논회 의원은 자료집에서 "과거 군사독재시절에나 어울릴 조항들을 30~40년 이상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이런 생활규정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상벌제가 운영되는 학교에서는 상점이나 벌점을 줄 때 지침이 되기도 하고요. 학생을 징계하거나 처벌할 때는 그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사실 인권을 도외시한 학생생활규정에 대해 요 몇 년 동안 계속 문제가 지적되어 왔는데요.  2003년에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2002년에는 국가 인권위원회가 체벌조항삭제, 자율적 권리 보장 등을 주문한 바 있었습니다. 이 주문내용을 보면 학생생활규정을 학생인권에 맞게 개정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교육부에서도 2002년에 학교 급별 예시안을 제시하기도 했고요. 학교별로 학생생활규정을 제정 또는 재정비 할 것을 교육부가 권장한 것이었죠. 하지만 이런 여러 권고가 있었는데도 '소귀에 경 읽기였다'는 것이죠.

-학교도 학생인권을 위해 이런 시대에 맞지 않는 학생규정은 이제 고쳐야 하겠네요.
그렇습니다. 학생생활규정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고치거나 새로 만들 수 있는데요. 학교가 엉뚱한 규제에만 신경 쓴다면 학생들이 학교 눈치만 살피겠죠. 이번 학생생활규정 논란은 민주적 학교자치문화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습니다.

◎오늘 "고교등급제, 실제로 있었다"

-오늘 그 말많던 고교등급제 관련 교육부 조사결과가 발표된다고요?
오늘 2시에 발표하는데요. 이번 발표 내용이 궁금하실 것입니다. 고교등급제를 했느냐, 안 했는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고교등급제를 모의하거나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 대학 3개가 있었다'는 발표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내용은 어제 교육부 고위 관계자 두 명에 의해 간접 확인된 것인데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2차 추가조사를 받은 3개 대학이 그 해당 대학일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죠. 교육부는 지난 달 22일, 의심을 받은 6개 대학(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한양대, 성균관대)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다시 3개 대학을 뽑아서 10월 초까지 추가 조사를 벌인 바 있죠.

-고교등급제 사실이 드러났다면 파문이 엄청날 텐데요.
이미 교육부는 이 3개 대학에 대한 행재정적 처벌수위까지 정해놓고 오늘 함께 발표된다는 구체적인 전언인데요. 오늘 발표를 앞두고 어제는 내부 회의를 거듭하고 교원단체 관계자들까지 만나는 등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는 소식입니다.

아무튼 고교등급제 사실이 확인된 이상 기존 수험생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대학에서 떨어진 학생들의 줄 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고요. 당분간 교육계는 이 문제로 벌집 쑤신 듯 혼란에 빠질 수 있는 것이죠. 등급제 사실을 부인한 대학 또한 도덕성에 먹칠을 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에 대해 고교등급제를 꾸준히 주장해온 교육시민단체들의 대응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네요.
일단 고교등급제 대학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른 대학까지 실태조사를 확대해야 한다. 사실이 확인된 이상 그 동안 직무유기를 벌인 교육부 최고 책임자는 사퇴해야 한다. 뭐 이런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 청와대 앞에서 3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을 인터뷰했는데요. 박 회장은 "이미 고교등급제 시행 사실을 교육부가 몰랐을 리 없다"면서 "안병영 부총리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더군요. 사실 고교등급제가 벌어진 때는 안 장관이 재직하고 있던 올해 수시입학 때였거든요.

전교조도 오늘 3시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는데요. 교육부총리 사퇴 촉구와 함께 2008년 새 대학입시안 최종안 발표를 중단하라고 요구할 예정입니다. 당분간 거센 파도가 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런 파도 속에 쓸모 없는 물건들은 떠내려가겠죠.

-2008년 새 대학입시제도 최종안 발표에도 영향을 미칠텐데요.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청와대와 교육부 쪽은 다음 주 중에 자세히 말씀드리면 13일쯤에 최종안 발표를 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해놨다고 하는데요. 이는 오늘 고교등급제 사실을 인정하고 다음 주엔 새 대입최종안을 발표함으로써 문제가 되는 것을 빨리 털고 가야겠다는 복안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범국민적 대책기구를 만들어 충분히 논의하자'는 교육계의 의견이 만만치 않은 상태고요. 섣불리 내놨다가 마른 덤불에 석유를 붇는 꼴이 되기 때문에 교육부도 좌불안석인 것으로 보입니다. 고교등급제 유탄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발표 시기와 발표 내용은 아직 유동적이라는 분석입니다.

◎우리나라 역사교과서 논란

-우리나라 역사교과서가 논란이 됐네요. 일본이나 중국의 역사교과서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문제니까 더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친북교과서, 민중사관에 입각한 교과서가 있다는 논란인데요. 그 가부 여부를 떠나 이번 국정감사장을 뜨겁게 달궜죠.

-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죠.
그렇습니다. 4일 교육부 국정감사장에서 이 얘기가 나오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이 다음날 크게 보도하면서 여론을 들끓게 했는데요.

권 의원은 이날 "금성출판사가 출간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이념적 편향성을 띠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권 의원은 이런 근거를 몇 가지 들이댔는데요.

▲6·25전쟁을 국가 간 외교분쟁에 따른 군사적 충돌로 규정한 점 ▲통일정책에서 북한의 연방제나 남한 재야세력의 통일방안 위주로 기술한 점 ▲우리 경제를 미국과 일본에 종속된 것으로 표현한 점 등이 그것입니다.

현재 이 역사교과서는 한국 현대사 과목을 채택한 1415개 고교 중 49.5%에 해당하는 701개학교에서 채택, 사용되고 있습니다.

-친북 교과서 논란 이후 새로 밝혀진 몇 가지 사실들이 있다고요.
이 교과서가 사실은 참여정부나 국민의 정부가 아닌 문민정부 시절 지침에 따라 제작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97년 당시 권철현 의원도 참여한 바 있는 김영삼 정부 시절 '사회과 교과과정'을 근거로 편찬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죠. 물론 절차적 정당성이 있다고 꼭 그 내용이 정당하다고는 볼 수 없는 문제지만 흥미 있는 대목입니다.

또 이번 권 의원의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올해 월간조선 4월호에 나온 것이었다는 사실인데요. 이 때는 특별한 여론의 반향이 없었지만 국감장에서 야당 의원이 폭로 식으로 발표하고 몇몇 신문이 대서특필하면서 여론화됐다는 주장입니다.

-국정감사도 이 역사교과서 문제 때문에 난항을 겪었다고요.
그렇습니다. 5일 서울교육청 감사에서는 정회를 거듭하다 저녁 7시쯤에야 국정감사를 시작하는 등 난항을 겪기도 했는데요. 결국 6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정강정 원장을 출석시켜 의견을 들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교과용 도서를 연구하고 교과서검정심의위를 관리하는 등 사실상 검인정 교과서를 주관하는 곳이죠.

-결과가 어땠나요?
무혐의 판정을 내렸는데요. 정강정 원장은 "교과서가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해 문제가 없기 때문에 검정심의위에서 합격시킨 것"이라며 "편향된 부분은 없다"고 '편파서술'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이 논란은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네요.
그렇습니다. 사실 교과서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교육 또한 흔들리는 것인데요. 이런 점에서 교과서에 대한 문제제기는 신중해야 한다는 게 학교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전국 역사 교사 셋 중에 하나가 참여하고 있는 전국역사교사모임의 김육훈 회장은 다음처럼 말하더군요.

"고구려사 왜곡과 일본의 역사교과서 재검정 등 역사전쟁을 앞두고 한가롭게 철지난 이념논쟁 할 시간이 없다."

 
2004/10/11 [09:45]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