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10월14일> 매질에 대한 추억

'매질'에 대한 추억
 


나는 어떤 걸 다짐할 때는 꼭 글을 쓴다.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면 작심 삼일도 넘기지 못하는 데 글을 써 놓고 반성하면 작심 삼일정도는 가기 때문이다.

난 이 블로그와 한 인터넷신문에 '머리 위에 손, 이 걸 계속해야 하나'란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글을 쓴 다음부터 아직까지는 머리 위에 손이란 명령을 내리지는 않고 있다.

그런데 지난 주 토요일인 10월 11일 난 체육을 하다말고 두 아이의 머리를 때려버렸다. 둘다 남자 아이인데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모두 울더라.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열을 받을 때가 있는데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게 큰 문제다. 꿀밤을 때리는 버릇이 이제는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날은 이상하게 열이 받혔나보다. 한 아이는 주먹으로 한 아이는 플라스틱 깃봉으로 머리를 맞아야 했다.

암튼 난 주말 집에 있는 동안 이 매질 행위와 매 맞은 아이의 얼굴을 계속 떠올렸다. 9월 1일자로 이 학교에 와서 체육 교과전담을 맡고 있는 나는 내 글과 내 행동의 불일치에 계속 속앓이를 했다. 그러다 오늘 난 그 반 아이들 체육을 하기 전에 전체 학생들 앞에서 사과했다.

"사람을 때리는 일은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것인데 내가 지난 주 토요일에 그렇게 한 것 같다. 사람을 보고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선생님이 머리를 때린 것 정말 미안하다."

이 말을 하고 나니 속이 풀렸다.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히히덕거리더니 몇몇은 박수를 다 치더라. 나는 머쓱한 맘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다음부터는 우리 서로 잘 하자. 잘 하지 않으면 이젠 이렇게 큰 몽둥이로 때려줄 거야"

아이들이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내가 때리겠다는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암튼 오늘 체육 네 개반 네 시간을 가르치면서 열도 많이 받았지만 마음만은 시원했다.

*개인 홈페이지인 교육돋보기(edu.mygoodnews.com) 방문을 환영합니다. 위에 쓴 사진은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걸 그냥 갖다 놓은 것입니다.
2003년 10월 14일 14:10:30 ㅣ bulgom (불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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