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문제된 교육정책, 누가 밀어붙였나?

'새 술은 새 부대에.'

▲국회교육위 보고 귀속말.     ©윤근혁
▲국회교육위 보고 귀속말.     ©윤근혁
노 대통령한테 보고한 인수위 보고서는 이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교육개혁도 새로운 혁신기구와 새 개혁주체의 힘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보고서에서 국민의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를 다룬 부분.
"'문민정부' 교육개혁에 대한 심층적인 평가 없이 무비판적 승계로 귀결. 개혁프로그램의 부재와 교육개혁의 주체형성 실패. 교육부 주도의 개혁으로 참여와 자치 미흡."

이 같은 평가는 기존 교육정책의 실패를 감안한다면 큰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이처럼 '쓴 소리'를 국민의 정부 교육부가 들은 까닭은 무엇일까. 가장 주요한 요인은 바로 '구시대 관료에 대한 평가와 청산'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

김대중 정부 실패에서 배워라

안승문 서울시교육위원은 "새 정부가 김대중 정부 실패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절차로 '인적청산'을 꼽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교육계와 국민을 절망으로 이끌었던 실패한 교육정책을 추진한 책임자들이 또다시 '교육을 개혁하겠다'고 나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바람처럼 돌아가지 않는 듯하다. 행정자치부는 고위 간부들이 일제히 사표를 냈고 검찰의 경우는 인사태풍도 불었지만 교육부는 아직 잠잠하다. 이는 '교육부 해체'까지 거론할 정도로 거센 국민 불신지수에 견줘 '아주 이상한 일'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새 정부한테 치명적인 부담을 줄 수도 있는 큰 규모 반발 움직임이 3월초부터 일고 있다. 두 개의 교육현안인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교육개방 문제가 바로 그것.

교사 반발 복판에 선 김 국장

이 회오리바람의 한 복판엔 교육부 김정기 국제교육정보화기획관이 서 있다. 공교롭게도 '정보인권 침해하는 네이스(NEIS) 책임세력'과 '교육주권 빼앗는 교육개방 주도세력'으로 그를 꼽는 이들이 많다. 윤덕홍 교육부총리의 고등학교, 대학교 직속 후배이기도 한 김 국장은 2001년 1월부터 현재까지 2년 2개월째 이런 중책을 맡고 있다.

그가 취임한 직후 터진 것이 교육정보화사업을 둘러싼 파행들. 이 당시 520여 억을 새로 들여 NEIS를 추진하고 있는 교육부가 교육정보화 사업 전반에 걸쳐 주먹구구식 낭비 행정을 펼쳐온 사실이 감사원에 의해 적발되기도 했다.

'감사 결과 처분요구 내용'이란 18장 분량의 자료에서 감사원은 "CS프로그램의 불완전으로 단순업무만 처리하고 있어 1369억여 원 상당의 시스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체 사업에 들어간 돈 1470억원 가운데 93% 수준인 1369억원이 낭비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런 결정이 내려진 시기는 2001년 5월부터 7월 사이. 김 국장이 이 문제의 책임에서 벗어나긴 어렵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처럼 NEIS는 말그대로 '좌충우돌'식 정책의 전형으로 꼽힌다. 시행 2년만에 기존 시스템을 갈아치운 졸속 추진 방식도 문제였지만, 운용 당사자인 교사들 대부분이 반대하는데도 부득불 강행하는 등 결국 거센 반발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예산낭비 비판과 정보인권 보장을 위한 목소리엔 귀를 틀어막은 듯하다.

교육개방 '양허안'도 비밀에 붙여

▲김정기 국제교육정보화기획관.     ©윤근혁
김 국장이 총괄하고 있는 교육개방 문제도 여론에 귀 막은 채 밀어 붙이기식 사업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사정은 같다.

외국 귀족학교가 들어오든 잘못된 공교육에 대한 충격조치로 교육개방이 필요하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개방의 내용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닐까. 벌써 WTO에 낼 교육개방 계획안인 '양허안' 마감 시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교육부는 입을 닫고 있는 상태다.

교육부에서 교육개방 문제를 총괄하고 있는 김 국장은 지난 7일 교육시민단체의 항의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우리 경제규모가 큰데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개방을 피할 수 없다"며 경제부처와 같은 주장을 펼쳐 반발을 자초하기도 했다.

김 국장에겐 자리에 따른 남모를 어려움이 있기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학교사회를 벌집 쑤시듯 만든 잘못을 상쇄시키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쏟아진 눈총

최근 새정부 출범과 윤 부총리 취임 과정에서 눈총을 받은 대표적인 교육관료는 이기우 기획관리실장. 그는 윤 부총리 취임사에서 말한 '진주마피아'의 좌장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국민의 정부 출범 당시 인수위 파견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한 그는 새정부 출범 직전 인수위 관련 교육부 보고업무를 총괄했다. 같은 파벌로 분류된 김 모 국장을 인수위에 파견시키는데 주요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직간접으로 인수위 활동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게 인수위 사정에 밝은 이들의 증언이다.

실제로 그는 '노무현 대통령 공약'에 대한 교육부 추진일정을 세우면서 교육개혁 과제를 대부분 '장기과제'로 돌려 보고하기도 했다. 심지어 1월 교육부 업무보고에서는 한나라당 공약으로 의심할만한 내용을 끼워 넣기도 했다. '점수제에 의한 승진제도 개편과 초빙제·보직제를 포함한 학교장 임용제도 다양화'란 공약을 다음처럼 바꿔 보고한 것이다. 

"교장, 교감 등 교수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승진경로 마련.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게 교원자격체제를 개편."

이런 내용은 한나라당 공약인 '수석교사제와 교직유연화 정책'을 쓰겠다는 발상이라는 교육시민단체의 반발에 직면한 것은 당연한 일.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 실장은 책임의식을 갖고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인적청산, 아프긴 하지만 꼭 해야

이밖에도 지난해 '보충수업을 활성화하는데 그쳤다'는 비판을 산 공교육정상화대책 주도자인 이모 심의관, 자립형 사립고를 추진한 김모 국장 등은 '새 정부와 코드가 다른 인물들'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인적청산은 아프긴 하지만 잘못된 정책으로 생긴 교육의 상처를 수술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라는 여론이 교육시민단체 주변의 중론이다.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 2003-03-24 제335호에 쓴 글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