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5일 화요일

보성초 진 교사 집중 인터뷰

간접 살인마 낙인 보성초 진모씨 진심 토로 4시간
 
윤근혁
 

▲보성초 교장실     ©심규상
"(2002년 3월 28일)진○○ 저녁에 전화 옴. 3월29일 만나서 서로의 서약서를 교환하자. 전교조 사무실에서. 보성교장 제 3의 장소에서 만나자고 제의."

충남 예산 보성초 서모 교장이 자살하기 7일전인 3월 28일자로 남긴 수첩의 내용이다. 이 쪽지를 적은 서 교장은 세상을 떴고, 이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한 진모씨(27)는 고향인 예산을 뜰 수밖에 없었다.

서 교장의 자살과 진 교사

서 교장 자살 후 조선과 중앙, 동아일보는 일제히 진 교사와 그를 도운 전교조를 몰아붙였다. 급기야 보성초 정문 울타리엔 "간접 살인마 진○○…"이란 현수막이 붙었다. 차 접대 강요 사실을 교육부 홈페이지에 올린 일과 '서면 사과' 요구가 살인 교사행위로 간주된 셈이다.

"억울하고 겁도 나요. 더는 잃을 게 없는 몸인데도 말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4월 15일, 오후 6시 진씨는 충남에 있는 15평 아파트 한 쪽에서 고개를 떨궜다. '살인마' 소리를 듣고 있는 진씨는 키 150cm를 갓 넘긴 몸에 교복만 입으면 고등학생처럼 보일 정도로 어리고 약해 보였다.

"제가 가르치는 3학년 아이들한테 아침마다 찻잔 들고 교장실 드나드는 것 보이기 싫었어요."
"칠판에 글씨 쓰다가 딱 보니까 교감 선생님 계시고, 아이들한테 설명하다가 또 보니까 교장선생님 계시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3월 20일 현장조사 나온 장학사님께 할말을 다 준비했는데 저를 만나지도 않고 가셔서 정말 섭섭했어요."
"제가 인터넷에 글 올린 아이디로 되어 있는 '교장박살', '여교사는 교장 노리개'란 것은 제가 올린 게 진짜 아닙니다."

하루 전인 14일 예산교육청에 사직서를 낸 진씨는 이날 4시간 10분에 걸쳐 기존 보도 내용과 보성초 홍모 교감의 주장을 뒤집는 말을 쏟아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기존 보도 뒤집는 진 교사의 반박

-4일 서 교장님 자살 사건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교장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쇠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이 머리가 멍했다. 우선 '이 학교에 오지 말아야 했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고 겁도 났다. 자살하시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조문을 가려고 했는데 유가족이 흥분해 있다는 얘길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간접 살인마 진○○'이란 현수막이 보성초에 붙은 걸 보았나?
"얘기를 들었다. 차 접대 강요에 대해 기간제 교사로서 하소연 할 데가 없었다. 그래서 3월 19일부터 2, 3일 동안에 교육부 홈페이지와 예산군청 홈페이지, 그리고 전교조 충남지부 홈페이지에 사실을 알리는 글을 올렸을 뿐이다. 너무 분해서 글을 올렸다. 교장선생님 죽음에 마음이 찢어지고 아프지만 내가 살인마란 얘길 듣는 건 정말 억울하다."
진씨는 눈 주위를 붉히며 입술을 깨물었다.

"간접 살인마란 말은 억울하다"

-지금 '차 접대 강요가 전혀 없었다'는 게 보성초 홍 교감님의 얘기다.
"며칠 전 텔레비전에 나온 교감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오히려 내가 차를 대접했다고 하셨는데 그건 근무하기 전 2월 얘기다. 몸이 떨렸다. 어떻게 저렇게 사실과 다르게 말할 수 있는지 기가 막혔다."

-그럼 '교장선생님께 날마다 차를 대접하라'는 말씀을 분명히 교감께서 했다는 소린가. 언제 어떻게 그런 말을 했는가.
"3월 7일 수업이 끝났을 때니까 3시쯤이었을 거다. 교감선생님이 일지 쓰는 법을 한참 가르쳐주시다가 '교장선생님께 잘 보여야 해. 아침에 교장선생님한테 차 좀 갖다드려' 하고 말씀했다. 나는 처음이고 당황스럽긴 했지만 '예'하고 공손하게 답했다. 이 말씀을 듣고 찻잔을 닦았다. 그런데 저녁에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 교장 영결식     ©심규상
-부모 같은 직장 상사한테 '차 한잔 대접 못하냐'는 말도 들린다.
"아까 말했듯이 나는 2월에 교감선생님과 행정실장님한테도 차를 타 드렸다. 그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다. 하지만 부모도 아닌 분들한테 억지로 차 접대를 강요받는다고 생각하니 참기 어려웠다. 차 안 타온다고 윽박지르고 내쫓는 부모도 없다. 정말로 아이들한테 매일 아침 일찍 차를 달여 교장실 문을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차 안 타온다고 윽박지르고 내쫓는 어른도 있나

-그래서 어떻게 했나?
"다음날 8일, 토요일인데 아침에 출근하고 나서 교감님께 '학생들이 아직 어려 아침에 아침자습도 시켜야 하는데 매일같이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교감께서는 역정을 내시면서 '진 선생, 직장생활도 안해 봤어? 8시 50분에 와서 차 드리면 되잖아. 손님 접대도 진 선생이 해야 돼'라고 하셨다."
3월 초 보성초에서 만든 '2003학년도 학급담임 및 사무분장표'엔 진모 교사의 '업무내용'란에  "접대"라는 말이 적혀 있다. 홍 교감은 이 자료를 교무회의에서 이 학교 전체 교사에게 나눠준 바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2000년 시도교육청에 내린 지침에서 '교사의 차 접대 행위를 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른바 임상 장학에 대해 말을 나눠보자. 홍 교감님은 초등 경험이 없는 기간제 교사라서 교장선생님과 함께 자주 교실을 방문했다고 말씀하고 있는데.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접대에 대해 말씀드린 8일만 해도 세 번에 걸쳐 교장선생님이 교실로 오셨다. 1교시엔 수업시간표 바꾸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고, 4교시 재량시간에도 오셨다. 수업이 끝났을 때는 교장실로 직접 부르셔서 두 가지 사항에 대해 말하라고 다그치셨다. 접대하려면 어디까지 할 것인지, (나를) 옆에서 충동질한 사람은 누구인지."
현재 주제별 통합학습을 강조하는 7차 교육과정의 취지에 따라 대부분의 초등교사들은 시간표를 자주 바꾸며, 교육당국은 이를 권장해왔다.

"하루에 세 번 정도씩 번갈아 들어왔다"

-이 일이 있은 다음 주인 10일부터 그만두기까지 일주일간도 자주 들어오셨나? 아이들 앞에서 야단도 쳤다고 인터넷에 적었는데.
"교감, 교장선생님이 하루에도 세 차례 정도씩 번갈아 가며 들어오셨다. 칠판에 글씨 쓰다가 딱 보니까 교감 선생님 계시고, 아이들한테 설명하다가 또 보니까 교장선생님 계시고 정말 깜짝 놀랐다. '아이들 앞에서 시간표 바꾸고 청소지도 안 한다'고 야단칠 때는 부끄러워서 도망치고 싶었다."

-학부모들이 진 교사와 함께 전교조 조합원인 정모, 최모 교사를 지목하고 있는데, 이들과는 왜 가깝게 지냈나?
"최 선생님은 우리 반 옆 반 담임을 맡으셨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지도방법을 여쭤봤는데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주셨다. 그리고 정 선생님은 지난해 우리 반 아이들 11명을 가르치신 분이다. 학기초에 나한테 오셔서 '우리 아이들 잘 부탁한다'고 당부까지 하셨던 분이다.  아이들도 정 선생님을 무척 그리워했다. 나도 저렇게 아이들한테 사랑 받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전교조 정모 교사는 지난해 우리 반 담임"

-3월 20일 사직서를 낼 때 이미 인터넷에 글을 올린 상태였고, 예산교육청 장학사까지 이 학교에 현장조사를 나왔는데 진 교사는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다. 장학사님이 우리 학교에 조사 나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얘기할 줄 알고 머릿속에 할말을 정리하고 있었지만 나를 만나지 않았다. '교장, 교감 선생님 말만 듣고 가셨다'는 말을 나중에야 들었다."
예산교육청은 진씨가 교육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지 하루만인 20일 이모 장학사를 보성초로 보내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어 24일 예산교육청은 조사 결과 '무혐의'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럼 인터넷에 글을 올린 다음 교육청에서는 진 교사를 만나지 않았는데, 전교조 충남지부만 이야기를 들어줬나.
"사실이 그렇다. 나처럼 차 접대로 괴롭힘을 당하는 기간제 교사들이 더 이상 생기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인터넷으로나마 하소연을 했는데 들어주는 사람이 없더라. 그러던 중 전교조를 만났다. 교권침해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 선생님들이 내 얘기를 듣고 보성초를 방문해서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말씀도 들었다."

-전교조 충남지부 대응방식이 조금 거칠지 않았냐는 지적이 있다. 서면사과 문제도 그렇고.
"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3월 26일과 28일 전교조, 나, 교장선생님, 장학사님이 만나 해결방안을 대화로 찾았다. 서면사과도 교장선생님이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전교조 충남지부만 얘기 들어줬다"

-사과를 서면으로 하라는 것은 좀 심한 느낌이 든다.
"아니다. 서면사과는 힘없는 내가 원했던 것이다. 나로선 문서를 만들어 갖고 있어야 좀 마음에 안정이 될 것 같았다. 겁도 났다. 말이 서면사과이지 서약서 수준이다. 나도 서약서를 쓰기로 했다. 교장선생님과 내가 서약서를 서로 교환하고 나는 더 이상 이 서약서를 이용하거나 보성초 문제를 확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서약서는 서로 교환하지 않았는데.
"다 얘기가 됐는데 3월 27일 교감선생님이 갑자기 인터넷에 '차 접대를 주문하지 않았다'는 글을 올리고 '교장선생님한테도 서면사과 못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들었다. 결국 교장선생님은 약속과 달리 서약서를 써 주지 않으셨다."
서 교장은 자살 전 남긴 수첩에 '29일 서약서를 교환하자. 보성교장 제 3의 장소에서 만나자고 제의'라고 직접 적어놓은 바 있다.

"내가 그렇게 과격해 보이나"

▲보성초 교무실     ©심규상
-이제 진 교사 개인 얘기를 좀 해보자. 왜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서 '교장박살'이란 아이디를 썼는가.
"교장박살, 여교사는 교장의 노리개와 같은 아이디는 내가 쓴 게 아니다. 내가 올린 글은 순전히 실명으로만 썼다."

-IP(인터넷 주소) 추적하면 금방 나온다. 진짜 실명으로만 글을 올렸나.
"나는 떳떳했고 사실만 적었기 때문에 실명으로만 글을 올렸다. 더구나 교장박살이라니, 내가 이런 말을 쓸 정도로 과격하게 보이는가."

-진 교사를 비판하는 글 중엔 '학원임금 미지급'에 대해 노동위원회에 제소할 정도로 영악하다는 표현도 있다.
"4년 동안 그 학원에서 정말 열심히 가르쳤다. 그만 두고 나오려니 퇴직금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한두달 봉급이면 몰라도 퇴직금은 600만원 정도 됐으니 나에겐 큰돈이었다. 일한 것에 대해 정당하게 달라고 했지만 응해 주지 않아서 법에다 호소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 동안 기자들을 피해왔다. 왜 그랬나.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리나라 신문은 언론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자기들 시나리오에 맞추어 말을 빼고 넣을 것이 분명하다. 전교조 선생님들 말 가운데 반감을 살만한 내용만 뽑아서 실어놓은 작문을 보면서 두려움이 밀려왔다."

"살 곳도 없고 일할 곳도 없다"

-결국 14일 사직서를 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병가를 내고 나와 있었는데 기간도 지나고 학교에 돌아갈 처지도 못됐다. 차라리 사직서를 내는 게 해임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잃을 게 더 이상 없다. 직장도 없고 취직할 곳도 없다."
충남교육청은 진씨가 사직서를 낸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보고에서 "진 교사를 해임하겠다"고 밝혔다. 사직서 결정과 해임 방침 발표가 서로 조율도 하지 않았는데 같은 날 나온 것이다.

진씨는 "보성초 아이들 모두 순진해서 좋았고 학부모도 참 친절했는데"라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이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진씨는 이 학교 근무를 끝으로 교단에 서기가 어려울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뛰놀고 싶었다"는 그의 꿈은 이제 물거품이 되는 것일까.

* 이 글은 주간<교육희망> 기자 자격으로 진씨를 인터뷰한 것이며, 우선 이 곳 개인사이트에 올려놓는다. 이후 <교육희망>과 인터넷 사이트에 공동, 또는 단독으로 기사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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