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장] 보안법이 사상 옥죄듯 현 사학법은 교육 옥죄 |
|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다. 말을 바로 하는 것을 억지로 막는 학교는 이미 학교가 아니다. 7차 교육과정이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함'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 점을 떠올린다면 더 더욱 그렇다. 구성원 입 틀어막는 사립학교법 몇 해 전 학교 설립자 부인의 제삿날에 대절버스까지 동원해 교직원들이 묘지로 향하는 관례를 비판했다가 파면 당할 뻔한 어느 사립학교 교사의 얘기를 직접 들었다. 결국 이 교사는 지난 해 '교사를 감시하기 위해 교장이 깔아놓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지웠다'는 명목으로 학교에서 잘려 나갔다. 최근 교육부 감사 결과 이 학교 재단이 145번의 이사회를 연 것처럼 회의록을 만들었지만 실제 개최한 것은 단 두 차례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그마치 98.6%의 회의록 허위 작성률을 기록한 셈이다. 이런 사실을 이 사립학교 교사들은 몰랐을까. 아니다. 알 사람은 다 알았다. 그런데도 이들은 바른 말을 했다고 쫓겨 난 동료를 보며 속앓이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현존 사립학교법이 바른 말을 못하게 학교 구성원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는 사실이 또 드러났다. 인천의 한 사립학교가 사립학교법 반대서명에 학생을 동원했다고 한다. "부모와 이웃에게 서명을 받아 오라"며 반대서명용지와 함께 학교장 호소문을 어린 학생들한테 나눠줘 말썽이 났다는 것이다. 이 용지를 나눠 준 사람은 누구냐? 다름 아닌 이 학생들의 담임교사란다. 진리와 정의를 가르쳐도 모자랄 판에 사립학교의 담임교사들은 왜 학교장의 명령을 받아 사립학교법 반대 서명지를 학생들한테 돌려야만 했을까. <한겨레> 23일치 보도를 보면, 인천지역 40여 개 사립학교들도 최근 교사들을 상대로 '사학법 개정 반대' 서명을 받았다고 한다. 어찌된 일인지 사립 교사들의 반대 서명용지가 계속 쌓여만 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도대체 개정 사립학교법이 어떤 내용이기에 이 사립학교의 교사들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개정 사립학교법은 교사회와 교원인사위원회 법제화를 통한 참여와 자치 강화, 유명무실한 학교운영위원회를 심의기구로 격상, 개방형 이사제를 통한 법인이사회 참여, 이런 내용이 그 뼈대다. 교육활동과 학교운영에 전문직인 교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빗장을 풀어주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정작 이 교원들이 '나는 이런 민주적인 권리가 싫어요'하고 선언하고 나선 셈이다. 이 게 어디 상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일일까. 이 땅의 사립 교사들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서명용지 앞에 서야만 하는 상황, 학생들에게 서명용지를 돌리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이 곧 현행 사립학교법의 개정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사상의 자유를 옭아매고 있는 것처럼, 현행 사립학교법은 교사와 학생의 말과 행동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자립형사립고' 확대 방안 내놓은 한나라당에 뭘 더 바라나 "감사만 하면 딱 걸린다." 사립학교 안팎에서 떠도는 얘기다. 교육부가 감사만 진행하면 사립학교의 비위 사실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현실을 빗대서 하는 말이다. 교육부가 2001년부터 전체 사립대학의 9% 정도인 27개 대학을 감사했을 뿐인데도 회계부정으로 인한 재산손실액이 2017억원이나 됐다. 국고와 등록금 수천억원이 재단 한두 사람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얘기다. 개방형 이사제를 통해 최소한의 회계투명성이라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처럼 지금의 사립학교법은 '비리사학보안법'이다. 비리사학의 안전을 보호하는 법이라는 얘기다. 이사회 회의록을 날조해도 학교 구성원이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아무리 큰 비리를 저질러도 2년 후엔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는 안전장치까지 마련되어 있다. 최근 MBC <100분 토론>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 72%가 사립학교법 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학교를 폐쇄하겠다'며 어린 학생들 앞에서 으름장을 놓는 현 사학재단의 해괴한 모습이 국민들의 마음을 개정 쪽으로 쏠리게 한 결과다. 국민 대다수는 사학재단을 편들고 보호하는 현 사립학교법을 빨리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자립형사립고 확대와 학운위 자문기구 유지를 뼈대로 한 법률안을 사립학교법 개정안이랍시고 내놓은 한나라당에 뭘 더 바라나. 어차피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결단해야 할 때다. '비리사학보안법 혁신', 이제 참을 만큼 참았다. 뭘 더 망설이나?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12월 25일치에 쓴 것입니다. |
2009년 8월 26일 수요일
비리사학 보안법 혁신, 뭘 망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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