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5일 화요일

원격교육 풀을 교사 감시도구로?

모니터링 장치 삭제한 사립중 교사 파면 논란
 
윤근혁
 
▲ 넷오프스쿨 프로그램의 박스.
"소네트가 컴퓨터를 이용한 실시간 강의 솔루션인 '넷오피스쿨(Netop school) 윈도 버전'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자의 작업을 실시간 화면을 통해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고 피교육자들의 실시간 작업 내용 역시 교육자 화면을 통해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한국경제>, 2001년 8월 21일치)

화면이 동시에 뜨는 프로그램... 전자메일도 확인 가능

이 프로그램은 초·중등학교 컴퓨터실에서 원격 교육용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든 것. 그런데 한 사립중학교가 이 프로그램을 교사 감시를 위해 학생용이 아닌 전체 교사들의 컴퓨터에 설치해 파문이 일고 있다.

더구나 이런 조치에 반발, 프로그램을 지운 교사를 학교 쪽이 7월 19일 파면 처분해 관련 교사와 지역 교육시민단체가 대책위원회를 만드는 등 항의하고 나섰다.

▲ 최 교사 징계에 반대하는 교육시민단체들이 본격 행동에 들어갔다. 사진은 지난 7월 28일 전교조 김포지회 임시회의 모습.
ⓒ2003 윤근혁
이들은 지난 4일 비상회의를 갖고 '학교 쪽의 위법 행위에 맞서 법적 대응과 함께 부당 징계 철회운동을 벌일 것'을 결정해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현재 이 대책위원회엔 김포 여성민우회, 여성의 전화, 전교조 김포지회 등 10여개 지역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 ㅌ중학교(교장 탄아무개)에 근무 중이던 최재웅(국어·40) 교사는 여름방학 날인 지난 달 19일 징계 처분서를 받았다.

이 처분서엔 "2003. 7. 3. 사전 홍보하고 교내에서 사적인 컴퓨터 사용을 억제하고 경각심을 주기 위하여 설치한 보안 감시 프로그램을 2차례에 걸쳐 임의로 삭제하고 업무용 컴퓨터로 만화를 보거나 카드놀이를 하여(복종의무 위반) 중징계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감시장치 삭제... '명령 불복종' 파면

▲ 넷오피스쿨의 원격실행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이 프로그램 설명서.
학교 쪽은 "교사들의 반대가 없는 상태로 설치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학교 탄아무개 교장은 지난 1일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프로그램 설치 전에 일부 교사들이 근무시간에 온라인 게임 등 교사로서 품위에 어긋나는 행동이 있었다"면서 "이러한 일부 행위자에 의해 전체가 매도되는 경우도 있기에 보안감시 프로그램을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파면을 당한 최 교사는 "학교 교사들이 학생이 보낸 전자메일도 비밀이 보장되지 않아 열어보지 못할 정도로 감시 체제에 대한 부담을 느껴왔다"면서 "컴퓨터실에서 쓰는 교육용 프로그램을 교사 감시 용도로 쓰는 것은 엄연한 노동자 감시행위"라고 못박았다.

이 학교에 근무하는 또 다른 교사는 "비민주적인 사립학교의 구조 상 교무회의에서 반대의견을 내는 즉시 보복을 받기 때문에 재단과 다른 말을 못하고 교사들은 눈치만 보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문제의 이 프로그램은 실시간으로 교사들의 컴퓨터 사용실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파일까지 원격으로 저장하고 삭제할 수도 있다. 운용방식으로만 보면 일종의 해킹 프로그램인 셈이다. 교사가 전자메일을 열어보는 것과 동시에 같은 화면이 관리자 화면에 뜨며, 관리자 뜻에 따라 이 화면을 또 다른 컴퓨터에도 전송할 수 있다.

교사 통제 속에서 '창의적인 인간' 육성 가능한가

이 프로그램 판매업체인 소네트(www.soarnet.co.kr)의 한 간부는 "우리가 판매한 넷오피스쿨은 학생 교육용으로 만든 것인데 이 걸 교사 통제용으로 사용한 것은 명백하게 학교가 잘못한 것 같다"면서 "그 얘기를 듣고 의아했다.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고 학교 쪽을 비판했다.

김현식 전교조 정보통신부장도 "이번 일은 사생활 침해며 학교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반교육적인 행위"라면서 "관리자가 교사의 이메일을 확인했을 때는 통신비밀 보호법 위반이며 형사처벌 대상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 700여명과 교사 35명이 함께 생활하는 중소규모인 이 학교의 교훈은 '창의적인 참된 인간'. 전국 최초로 깔린 교사 통제 감시 프로그램을 앞에 두고 '일거수 일투족'이 모니터링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교사들은 과연 창의적인 교육을 할 수 있을까.

'파면'당한 최 교사는 어떤 사람인가?
교육감·교육장상 7번 받은 전교조 간부 출신

▲ 최재웅 교사
ⓒ윤근혁
교사로서 사형 선고인 '파면'이라 적힌 처분서를 받아 든 최재웅 교사는 "자동차 영업소 경리 일을 하고 있는 아내 얼굴이 떠올라 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솔직히 징계 전에 한 번만 봐달라고 교장선생님께 빌었어요. 돌아온 말은 사표를 내라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건 제 중징계를 인정하고 양심을 팔아버리는 것이기에 그럴 수도 없었어요."

교직경력 14년 동안 한 번도 담임을 맡지 않은 적이 없으며 부장만 해도 10년 동안 쭉 해온 그였기에 징계 처분서의 내용은 주변 교사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징계처분서에 적힌 내용의 뼈대는 △두 번의 지각(성실의무 위반) △한번의 학생 자율 등교(복종의무 위반) △술 냄새 풍기며 출근, 복장·학급관리 소홀(품위유지 의무 위반) △보안 감시프로그램 임의 삭제(복종의무 위반) 등이었다.

최 교사는 이에 대해 "두 번의 지각은 8시 30분 정규수업 시작 전인 8시 10분에 온 것인데 이를 지적한 것이며 학생 자율등교 또한 시험기간이라 학생들이 피곤을 호소해 1교시 전인 8시 20분에 등교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0교시 자율(?) 수업'을 어긴 것에 대한 징계인 셈이다.

복장과 학급관리 소홀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많다고 대꾸했다.

"복장은 개량한복을 입은 것에 대한 지적인 것 같다. 하지만 학급관리 소홀은 이해할 수 없다. 학급관리를 못했다면 어떻게 관리자들이 14년 교직 전 기간 동안 줄곧 담임을 맡겼겠냐."

실제로 최 교사는 단소, 풍물반 등 학생 특별활동 지도에 앞장서 7번에 걸쳐 교육장상과 교육감상, 도지사상 등을 받은 바 있다.

이런 까닭에 최 교사 주변의 동료들은 이번 징계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저질러진 교권탄압'으로 보고 있다.

엄민용 전교조 김포지회장은 "턱없이 부족한 징계 사유를 볼 때 이는 재단의 권력 남용"이라면서 "전교조 비합법 시절부터 지회장을 맡아 활동해온 교사에 대한 보복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가 관련 전교조 대량 징계를 앞두고 사립학교가 먼저 손을 쓰기 시작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재단과 학교 쪽의 태도는 다르다.

재단 쪽의 의사전달 창구역할을 하고 있는 이아무개 행정실장은 "오죽했으면 우리가 파면까지 했겠냐"면서 "전교조 문제를 떠나 총체적으로 교사로서 기본적인 자질과 품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소 인터넷으로 고스톱까지 치는 사람인데 떳떳한 교사라면 왜 감시 프로그램을 지웠겠냐"면서 "학교가 그를 인간으로 안 본다. 도덕성에도 문제가 있는 인간이다"는 말을 토해냈다.

이 행정실장은 자신이 14년 근무하는 동안 "(최 교사와 달리) 지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 윤근혁 기자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8월 5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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