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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장협이 경남 창원지역 초등학교에 보낸 공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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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윤성효 |
특정 교원단체 산하조직인 한국초등교장협의회(회장 이승원, 교장협)가 자체 연수를 실시하면서 수억원이 넘는 비용을 학생들에게 써야 할 학교운영비로 충당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드러나 말썽을 빚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이군현, 한국교총) 산하단체인 교장협은 전국 5400여 초등학교의 교장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를 제주도에서 실시하면서 사우나와 사진대금 등 대부분 관광성 대금까지 학교 돈을 쓸 방침을 세웠다.
공무원행동강령은 어디 갔나
이는 최근 광주지역 초등 교감단이 학교운영비로 연수를 갔다가 말썽이 일자 출장비를 모두 반납하는 소동에 이어 벌어진 일로, 지난 5월 시행된 공무원행동강령의 취지와도 상반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 ㅈ초등학교에서 발견된 공문을 보면, 이 교장협은 '2003년도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하계연수회(7월 28일부터 30일, 제주)에 참가하는 교장선생님들의 출장비 산출자료를 안내하니 업무에 참고하라'고 적고 있다. 이 공문에 따르면 출장비 총액은 항공권, 숙박비, 식비, 일비를 포함 모두 35만620원이다.
| 교장단, 그들은 누구인가? |
| 조직체계로 보면 한국교총 하급 단체원들 |
지난 5월 26일 오후.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조건부 재검토' 결정을 내리자 교육부장관실을 방문, 거세게 항의한 중년의 신사들이 있었다.
이들이 바로 학교예산으로 자체 조직 운영비를 충당하는 교장단 대표들. 최근 관광성 연수로 문제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한국초등교장협의회 등 6, 7개 교장단의 대표였다. 이 단체는 이날 한국교총과 함께 "전교조에 휘둘리는 윤 부총리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교장단은 90년 들어 자체 연수를 갖고 '학교장 책임경영제', '학교운영위원회 자문기구화', '정년원상회복' 등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발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현재 이 교장단 소속 단체들은 대부분 보수 목소리를 내온 한국교총 산하단체들.
한국교총 자체 사이트(http://www.kfta.or.kr/cgi-bin/guide/sanha.asp)는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한국중등교장협의회, 한국국공립중학교장회, 한국국공립일반고등학교장회, 한국중등학교여교장회, 전국공업고등학교장회, 한국초등교육여자교장협의회가 산하단체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교총은 이 화면에서 "현재 한국교총 산하단체는 25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산하단체는 한국교총으로부터 행·재정적 지원을 받게 되며, 일정요건을 갖춘 산하단체는 대의원을 배정 받아 한국교총의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고 적었다. / 윤근혁 기자 |
| | 이같은 내용의 공문은 경남 창원시에서도 발견됐다. 이 공문의 내용은 7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제주 컨벤션센터와 제주 일원에서 여름 연수회를 열기로 하고, 1인당 33만3400원의 참가비를 입금하도록 했다. 경비엔 호텔 만찬비와 사우나, 사진대금 등 사적 용도의 여행비까지 들어 있었다.
전국 학교에서 빠져나가는 돈 15억
현재 교장협이 예측하는 참가 인원은 모두 5000여 명. 이를 참가 교장 1인당 최소 예산을 30만원 정도씩으로만 계산해도 총 15억원이 전국 초등학교에서 빠져나가게 되는 셈이다.
이 교장협의회는 둘째날 오전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를 초청, '시대 변화에 앞서가는 경영'이란 주제의 강연을 듣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와 함께 우수 초등학교를 탐방하는 것을 빼고는 대부분 관광 일정으로 짜여져 있다.
창원시 초등교장협의회는 공문에서 제주 한림공원, 항몽 유적지, 산방산 관광, 여미지 관광, 천제연 폭포 관광 등 전체 일정 가운데 대부분을 관광여행에 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공문은 실제로 '연수비용'이란 말 대신 '여행 경비'란 용어까지 쓰는 등 스스로 관광 여행임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사우나 비용과 사진대금까지 '출장비'로
창원시초등교장협의회는 이 같은 내용으로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면서, 7월 16일까지 입금 완료를 요구했다. 공문은 '직접 참가하지 않는 학교에서도 행사비는 전원이 완납 바란다'고 적고 있다.
일선학교 교실에선 선풍기 두 대로 무더위를 견디는데 교장단이 호화연수를 위해 학교예산 수억원을 빼내 진행하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교육단체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전교조 경남지부(지부장 김정규)는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학생을 교육하는 데 들어가야 할 학교의 공공예산이 어떻게 임의단체인 교장단협의회의 관광성 연수경비로 둔갑할 수 있는가"라며 "교육청이 이런 임의단체의 행사에 협조공문을 보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홍이 서울시 교육위원은 "교장단은 어떤 법적 지위도 없으며 단지 한국교총의 산하단체일 뿐"이라면서 "교장단이 학교 돈을 빼내, 그 활동비로 네이스 문제와 교원정년 환원 등 교육계 의견과 상반된 정치적 활동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정부당국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 등 서울시 교육위원 7명은 현재 감사원에 교장단의 학교 돈 유용 사실에 대한 감사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법적으로 뭐가 문제가 되냐?"
이에 대해 교장협 이승원 회장(서울 ㅂ초 교장)은 "교장협은 단지 연수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교장선생님들이 스스로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것이라 문제될 게 없다"면서 "교장들이 알아서 자체 출장을 달고 나오면 되지 법적으로 잘못된 게 뭐가 있냐. 문제 있으면 고발하면 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창원시초등교장단협의회 최규옥 회장도 "올해로 45회째 해오고 있는 여름연수인데 이전 방식대로 학교 운영비에서 충당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 특정 단체 활동비로 새는 학교 돈 수십억 |
| 교육당국, 특별한 대책 없이 수수방관만 |
교장단이 학생들에게 써야 할 '학교운영비'를 빼내 자체 회비와 연수비로 써서 논란을 빚은 사실은 이번만이 아니다. 상당수의 학교는 이들 회원의 경조사비까지 학교 돈으로 내왔다.
실제로 서울지역 초·중등학교 대부분은 최근 교장협의회에 회비로만 20만원에서 40만원까지 지출한 데 이어, 교장회 연수 관련 비용으로만 평균 50만원씩을 써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교육청이 지난 해 10월 서울시교육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와 올 6월 최홍이 서울시교육위원에게 건네 준 자료에 따르면 서울 500여 개 국공립초등학교가 지난 2001년 3월부터 2002년 9월까지 이 단체들의 교장회 회비로 1억3900만원, 교장회 연수비로 1억4900만원 등 모두 2억9천여 만원의 돈을 썼다.
또한 지난해 서울지역 초중등 교장단에 들어간 학교 돈은 한 해 회비만 3억1400만원이었다.
이는 같은 서울교총 산하 단체인 교감회 관련 금액은 빠진 것으로, 이 액수까지 합하면 서울지역 1천여 개 학교의 운영비에서 흘러나간 돈은 모두 1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건 서울시교육위원은 "전국 교장·교감회까지 감안하면 그 액수는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천문학적 수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학교예산편성지침'은 "학교장 등 교직원이 개인자격으로 가입한 단체의 회비 등을 지출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하지만 이 문구는 실제로는 교사들에게만 해당될 뿐 교장들은 특혜를 누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를 어긴 교장에 대한 처벌은 한 차례도 없었으며 학교예산 전용 액에 대한 감사 또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육청 이아무개 과장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경조사비와 교장회비를 학교예산에서 지출하는 관행은 점점 더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교육계 실세인 교장회의 전횡에 눈감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교육부에서는 다른 소리도 나왔다. 교육부 조아무개 지방교육재정과장은 지난 5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자체 회계를 만들어 준 이유가 학교에 자율성을 준 것인데 교육부가 교장회비를 지출해라 말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사실상 방관할 뜻을 내비쳤다. / 윤근혁 기자 |
| |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7월 15일치에 쓴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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