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잣이 익어 가는 하늘꽃학교

[만난 사람] 강원도 선애분교 남성준 교사
 
윤근혁
 

▲집.     ©윤근혁

잣이 익어 가는 계절, 가을입니다.

푸른 하늘을 품에 안은 금당계곡이 마을을 감싸고 흐릅니다. 배가 두둑하게 나온 산등성이 밑에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배두둑 마을'. 30여 채의 집 속에 9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 곳에 잣나무 50여 그루를 뜰 안에 품은 작은 학교가 있습니다. 강원도 대관령 둔덕에 자리한 평창 선애분교. 평창에 있는 4개의 분교 가운데 하나인데요. 전교생 네 명, 교사 두 명, 기사 한 명 등 모두 일곱 명이 이 곳에서 배우고 가르치며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습니다.

산아래 밭에서 배추와 양배추를 기르는 농군들, 소를 치는 어른들. 모두 이 곳 아이들의 엄마, 아빠입니다.

하늘꽃학교를 소개합니다

선애분교는 '하늘꽃학교'입니다. 최소한 남성준 교사(37)는 이렇게 부릅니다. 그가 올해 초 이 학교에 들어선 순간 자동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학교이름이라고 합니다. "학교에서 보는 하늘이 너무나 예뻐서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다음은 그가 인터넷 사이트 '하늘꽃학교'에 써놓은 교단일기 내용.

"나는 이 학교에 하늘꽃학교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10년 가까운 교직 생활을 대도시에서의 빠듯한 생활로 채워온 나에게는 제2의 탄생과 다름없는 새로운 출발인 것이다. 비록 2년 동안의 파견 근무지만 그래도 내겐 많이 고민하고 생각한 결정이었기에 기대보다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고싶다."

그는 부인 김영민 교사(35·평창초)와 두 아들 한얼(9), 한주(6)의 손을 잡고 이 곳에 왔습니다. 올해 2월 하늘꽃학교와 맞붙은 사택에 둥지까지 틀었습니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시골 생활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유명한 학원이나 유학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도심에서 시골로 유학시키는 일만큼은 꼭 해 주고 싶었다."

▲남성준교사.     ©윤근혁
그는 이 곳에 와서 인터넷에도 둥지를 틀었습니다.
남 교사가 서울에 있을 때 운영하던 한얼이와 한주네(http://my.dreamwiz.com/edulove) 사이트에 들어가면 하늘꽃학교(http://211.184.49.90/)에 갈 수 있는 지름길이 보입니다. 아직 사이트 주소(도메인 네임)도 없지만 이 속에는 그의 삶이 녹아 있습니다.

이 사이트 문패엔 '하늘 아래 가장 행복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사랑의 산골학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란 글귀가 보이는데요. 사랑을 받고 자란 이들은 행복합니다. 이 사이트엔 그 사랑의 내용들이 사진과 글의 모습으로 담겨 있습니다.

하늘꽃학교의 본교인 안미초등학교는 그의 모교입니다. 어릴 적 5년 6개월 동안 이 곳에서 배우고 뛰어 놀았는데요. 그는 교단일기에서 다음처럼 말하더군요.

"나에게 우리 선애분교는 마음의 고향이라고 해도 틀림없을 것이다. 내 어려서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선애분교는 비록 분교이지만 학생수가 100명에 육박하는 학교였는데 이제 그 수가 4명으로 줄었다."

그 많던 학생들은 줄어들었지만 하늘꽃학교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라고 그는 말합니다. "달라진 점이라면 건물을 지키던 지붕이 붉은 색 슬레이트로 바뀌었고, 건물 외벽의 페인트 색이 바뀌었다는 점뿐"이라고 대답하는 그의 얼굴엔 하늘처럼 환한 웃음기가 피어났습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쓴 돌 간판 위에 서 있는 이승복 동상도 예전 그 모습 그대로일 것 같습니다. 이 곳 평창이 바로 그 유명한 '공비 출몰 지역'이라는 군요.

▲남성준 교사.     ©윤근혁

나무들과 함께 서 있는 아이들

9월 어느 날, 오전 11시 하늘꽃학교는 조용했습니다. 아이들이 죄다 교실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인데요. 자전거 타기와 고기잡기를 좋아하는 광기(5학년), 목소리가 크지만 늘 유쾌하게 어린 동생들과 잘 어울리는 은영이(6학년), 그리고 작지만 항상 웃고 있는 지성이(3학년). 여기에 장래 꿈이 과학자인 그의 아들 '울보' 한얼이(2학년)까지 전교생 네 명이 한 교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건물 밖에서는 학교 기사가 울타리를 에워싼 나무를 가지치기하고 있습니다. 잠시 바깥으로 나온 남 교사에게 기사가 묻습니다.

"잣은 언제 따죠?"
"날 잡아서 아이들이랑 따야 겠네요."

정문 오른쪽에 있는 단풍나무, 운동장 건너편에 서 있는 아름드리 느릅나무, 학교 건물 뒤편에 있는 돌배나무…. 이 나무들 사이에 있는 50여 그루의 잣나무들이 울타리 노릇을 톡톡히 해주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수업이 없을 때면 단풍나무에 올라가 놀기를 즐긴다고 하는데요. 아침엔 숨바꼭질을 많이 한다고 하네요. 서울에서는 숨바꼭질 놀이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이 곳은 걱정할 게 없습니다. 서울 학교와 달리 몸을 숨길 나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정규수업말고도 학교에서 할 일이 많은 모양입니다. 우선 닭과 오리, 토끼에게 먹이를 주어야 합니다. 학교 뒤편에 있는 사육장엔 닭 다섯 마리, 오리 네 마리, 토끼 한 마리가 밥 줄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숨바꼭질을 하든, 잣을 따든, 토끼에게 먹이를 주든, 어디 배움이 아닌 것이 있을까요. 이 곳에 있는 모든 것은 학습자료인 셈입니다. 땅과 하늘 사이에 서 있기는 아이들이나 나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여기 애들은 잘 놀아. 자연을 갖고 노는 데는 도가 텄다니까. 광기는 여름에 맨날 물에 들어가 있어서 얼굴이 새카맣게 됐지. 하지만 이렇게 노는 방법을 알고 있는 아이들은 누구랑 같이 있든 잘 어울릴 수 있지.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사회 공부가 아닐까."

후배인 저한테 남 교사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 곳 아이들을 칭찬합니다.

"아이들은 무엇보다 끈기가 있어. 운동을 시키면 서울 아이들은 비실비실 한 애들이 많은데 이 곳 아이들은 인내심이 많아서 그런지 꾹 참고 열심히 하거든."

▲토끼.     ©윤근혁

요즘 이 하늘꽃학교도 운동회 연습이 한창입니다. 이날 오전에도 하늘꽃학교랑 차로 5분 거리인 본교 안미초등학교에서 가을대운동회 연습이 있었습니다. 남 교사는 2학년인 한얼이만 떼어놓고 나머지 아이들 셋을 데리고 본교에 갔다 왔습니다.

돌아오는 길, 그의 하얀색 티코 승용차에 나까지 타니까 앞에 돌멩이만 있어도 휘청되는 것 같았습니다. 10월 5일 운동회, 그 날을 위해 아이들은 땀을 흘리고 있는 것입니다.

하늘꽃학교의 가을대운동회 연습

문제는 그 질과 양. 에어로빅, 꼬마 신랑, 사물놀이, 농악 놀이, 줄다리기, 장애물달리기, 어른과 함께 하는 포크 댄스, 어머니 달리기, 부모님과 함께 하는 운동 경기, 노인 경기…. 이런 프로그램을 소화하기 위해 본교 학생까지 다 합쳐도 60여 명밖에 되지 않는 아이들이 총출동, 총연습을 벌이게 된 겁니다.

다음은 남 교사의 말입니다.

"운동회 때 아이들이 소화해야할 경기 종목이 무려 스물 다섯 종목이 넘어. 운동회 날 쉴 틈 없이 계속 나와 공연과 경연을 하는 것이지. 어때 정말 말 그대로 운동회답지 않아?"

아이들은 정말로 열심히 연습한다고 합니다. 옛날처럼 '텀블링' 같은 것이 없고 두들겨 패는 선생님도 없지만 운동회 날은 분명히 70년 대식 기억에 아련한 그 가을 대운동회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런 연습의 과정들이 너무 보여 주기 식 행사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내 기억을 떠올린다면 응원연습을 하다 제대로 박자를 맞추지 못한다고 얼굴이 얼얼할 정도로 따귀를 얻어맞아 기분을 잡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반복되는 연습으로 수업결손과 같은 비교육적 모습 또한 나타나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에 대한 남 교사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런 힘든 과정을 통해서 과연 아이들이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을까. 다양한 과정 속에서 아이들이 정말 배워야 할 것들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도 해. 협동과 인내력. 이것은 요즘 우리 아이들한테 부족한 게 사실이거든."

예전과 같은 완력과 매질을 하는 교사는 찾아볼 수 없고, 체육시간을 활용해 연습하기 때문에 수업 결손도 거의 없다는 게 남 교사의 말입니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 날 한복을 입은 어머니의 응원 모습을 떠올리며 남 교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무튼 이 곳의 운동회는 거의 마을잔치 수준이라고 합니다. 잔치에 꼭 필요한 것은 음식들. 놀랍게도 이곳에서는 학교가 음식을 장만한다고 하네요. 며칠 전 인근에 있는 대화초등학교와 평창초등학교 운동회도 그랬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돼지를 잡고, 떡도 많이 해서 이웃에게 돌렸다고 하더라. 이 때 기사님이 떡을 많이 얻어다 주셔서 우리 가족들도 아주 맛있게 먹었거든."

학교에 온 손님들을 위해 학교가 마련한 음식들, 생각만 해도 교사들의 치솟는 기분을 알 것만 같습니다.

하기 싫어 죽겠는데도 맨날 해야만 하는 '1등'

남 교사의 운동회 이야기를 듣다보니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서울과 달리 이 곳은 급식시설이 없습니다. 아직도 도시락을 '까먹는 시대'인 것입니다. 아이들은 제각기 갖고 온 도시락을 책상 위에 풀어 헤칩니다.

고학년인 광기와 은영이가 마주 보고 밥을 먹습니다. 광기는 김치 반찬에 흰쌀밥을 먹고 있었지만 은영이는 도시락 대신 날 라면을 우적우적 씹어 먹고 있습니다. 간혹 남 교사네 사택에 가서 라면을 함께 끊어먹기도 하지만 오늘은 손님인 내가 온 터라 그렇게 하지도 못하는 모양입니다.

▲복도.     ©윤근혁

밥알이 입 속에 가득한 광기한테 엉뚱한 질문을 던져 봤습니다. "남성준 선생님 무섭지 않니?" 먼저 돌아오는 답은 '택도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남성준 선생님 좋아요. 야단도 안치고 안 때리고 우리가 하고 싶어하는 것들 해주려고 노력하시는 분이에요."

은영이도 "맞아요. 맞아"하고 입 박자를 맞추었습니다.

남 교사가 3학년과 5학년 두 개 학년 복식수업을 하는 슬기반. 두 개 학년이라지만 아이들은 지성이와 광기 각각 한 학년에 한 명씩입니다. 이 양지 바른 교실엔 뜻밖에도 칠판이 없습니다. 대신 복도에 설치된 '분필가루 털이게'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어 있더군요.

"백묵시대의 유물."

서울이 백묵시대인데 하늘꽃학교는 이 시대를 뛰어넘었다는 얘깁니다.

"왜 칠판이 없냐"고 남 교사한테 물어봤습니다.
"야, 아이들이 두 명인데 무슨 칠판이 필요 해. 한 명 한 명씩 가르치면 되는 것인데…."

예상했던 대답입니다. 교사들이 연수에서 수없이 들었던 '개별화 교육'이 이곳에선 생활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 곳에선 아이들이 죽어라 하기 싫어도 꼭 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1등'이 그것인데요. 아이들 넷이 다 다른 학년인지라 하기 싫어도 모두 1등이랍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한 줄 세우기 교육'이란 말은 꼬리를 감추지 않을 수 없는 법입니다.

"분교라고 해서 아이들 학습하는 양이 절대로 적지가 않아. 오히려 아침엔 9시 20분이 1교시가 시작되지만 8시 40분부터 아침수업을 먼저 시작하지."
▲남성준 교사.     ©윤근혁

서울 아이들보다 하루에 한 시간씩 더 배우는 셈입니다. 여기에다 이 지역엔 중간, 기말고사도 있다고 합니다. 고 학년은 컴퓨터 자격증을 따는 게 기본이라 컴퓨터 개별화교육 또한 하고 있다는 게 남 교사의 전언입니다. 남 교사의 아들인 2학년 한얼이는 형들과 함께 매일 6교시까지 공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 학교엔 칠판이 없는 대신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도 있습니다. 바로 컴퓨터. 전교생 4명에 인터넷이 연결되는 컴퓨터는 10대. 한 명마다 두 대씩 쓰고도 남을 분량인데요. 대부분 어떤 대기업이 보낸 준 것이라고 합니다.

"어린이날만 되면 분교엔 불쌍한 아이들만 있는 줄 알고 사탕이 많이 들어 와. 사탕 보내기 운동단체가 있는 줄은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어. 주변 교회에서도 가끔 선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사탕과 선물을 몇 주머니씩 갖고 가곤 해."

이렇게 말하는 남 교사한테도 걱정은 있습니다. 아이들이 '사회성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것인데요.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이긴 한데 여러 사람이 같이 생활하면서 얻는 것도 분명히 있거든. 같은 나이 또래 친구가 없으니까 아이들이 외로움을 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긴 해."

'선생 김봉두'를 아시나요?

이 곳에도 사교육이 있을까. 사교육, 그거 여기에도 있습니다. 광기와 지성이는 오후 3시만 되면 시내에 있는 태권도학원에 간다고 합니다. 방과후에 친구가 없으니 '태권도 학원에 가서 노는 게 좋다'는 아이들의 요구 때문이라는데요. 하지만 서울과 같이 속셈학원에 다니는 아이는 없습니다.

나는 남 교사와 헤어질 시간이 될 무렵,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던 질문'을 던지고야 말았는데요. 그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죠.

-선배님, '선생 김봉두'란 영화 봤어요?
"응, 봤지. 그거."
-어땠어요?
"허황되지. 촌지 받았다고 시골로 쫓겨오는 교사가 어디 있니. 교육시스템을 모르는 감독이 만든 것이지."
-여기 촌지는 좀 있나요?
"촌지는 우리가 드려야 해. 술도 한잔 대접해 드리고. 학교에서 학부모랑 가끔 고기 구어 먹기는 하는데... 아참! 배추 모종을 광기 네가 갖다 주어서 심었다. 이런 게 촌지라면 촌지랄까. 허허"

얘기의 결론인 즉슨 '선생 김봉두'는 없다는 것인데요. 그런데 김봉두 선생이 있는 학교가 영화에서 폐교를 맞듯 이 곳 하늘꽃학교도 올해가 마지막입니다.

6학년 은영이가 졸업하면, 교사 자녀를 빼고 5학년 광기만 남는데, 광기가 내년엔 전학을 간다고 합니다. 이런 말이 오가자 남 교사는 털털한 웃음을 지으며 다음과 같은 말을 던지더군요.

"한번 폐교되면 끝이야. 문 닫은 학교가 다시 여는 법은 없거든. 내 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그는 아쉬운 웃음을 띠며 되돌아가는 나를 배웅했습니다.

9월 30일, 나는 이 글을 쓰며 '하늘꽃학교' 홈페이지에 다시 가봤는데요. 글쎄 그새 잣을 다 땄네요. 남 교사의 교단일기는 '잣이 익어 가는 하늘꽃학교'를 다음처럼 그려놨습니다.

제2의 청설모, 잣을 따는 아이들

9월 24일 금요일은 우리 하늘꽃 학교에겐 아주 특별한 날이었답니다. 바로 학교 운동장을 감싸고 서서 학교를 지켜 주던 잣나무에서 잣을 수확하는 날이었거든요. 봄부터 잣나무 꼭대기마다 달리기 시작한 잣들은 나무 가지 힘든 것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수많은 열매들을 꼭대기에 맺었는데, 그렇게 힘들게 한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한 해를 살아냈지요.

▲잣을 까는 아이들.     ©윤근혁

9월이 되면서 아이들은 심심하면 잣을 따서 먹곤 했답니다. 최근에 아이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의 하나는 바로 언제 잣을 따는가? 하는 것이었답니다.

우리 분교에서 잣을 따는 날은 마치 생일을 맞은 아이들 마음처럼 들뜨고 기분 좋은 날입니다. 잣을 따는 일이 어느 한 두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른과 아이들의 모두의 협동심을 필요로 하기에 아이들은 수확하는 재미와 함께, 하루를 즐겁게 지낼 수 있는 특별한 날이 되는 것이지요. 

오늘 잣을 따기 위하여 특별히 초청된 분이 계셨습니다. 바로 지난 6월 말에 정년 퇴임을 하신 이경원 기사님입니다. 기사님은 잣을 무척 잘 따십니다. 잣도 잣이지만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시는 기사님이 '아이들 보고 싶으시다'며 잣을 따 주마 하는 핑계로 학교를 찾아 오신 것입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 하늘꽃 학교의 최대의 기쁜 날이 되어 주는 잣 따는 날. 올 해는 이경원 기사님과 우리학교 김창호 기사님, 그리고 떨어진 잣을 주워 나르는 잽싼 청설모 역할을 하는 네 명의 아이들, 그리고 잘 못하지만 거들고 나서는 저와 김영재 선생님. 이렇게 여덟 식구의 한마당 잔치로 시작 되었습니다. <중략>

잣을 따는 일은 오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작업이 끝난 것은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그것도 모든 나무의 잣을 완전히 다 딴 것은 아니랍니다. 최근 다시 우리 학교를 찾아와 잣을 까먹고 사는 청설모 식구들을 위한 것과, 혹시 바람이 불어 자연스레 떨어지면 수업 중간 중간에 아이들 주워 먹으라고 꽤 많은 잣들은 그냥 나무에 남겨 두었지요.

오후 5시가 넘어 따 놓은 잣을 자루에 담았습니다. 큼직한 마대 자루에 담은 잣은 모두 6 자루. 기사님과 선생님, 아이들이 잣을 고루 나누었습니다. 저도 한 자루를 얻었는데, 어제 밤에 세 송이의 잣을 까먹었답니다. (남성준의 '하늘꽃학교' 사이트에서)

이 기사는 월간<우리아이들> 10월호에 쓴 것입니다.

 

 
2004/10/02 [12:46]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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