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정권따라 '찬성'과 '반대' 좌충우돌

조중동의 공교육 흔들기, 사교육 굳히기<긴급진단>
 
윤근혁
 

74년"평준화 철저히 하라", 00년 "평준화 깨는 것이 유일 해결책"
'정권흔들기 작전'이 '교육 흔들기'로 번졌다면 큰 문제

과외비만 늘렸다, 더 벌어진 빈부 교육차, 1등도 꼴찌도 없는 ‘붕어빵 교육’, 심각한 학력 저하, 교육평준화 틀만 고집, 어느 자립형 사립고 ‘청사진’.

올 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서 다룬 ‘교육기획시리즈’의 제목들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3월 5일부터 ‘교육, 이대론 미래 없다’란 시리즈를 최근까지 내보냈다. 중앙일보는 지난 3월 26일부터 ‘평준화교육 4반세기’란 시리즈를 4월 13일까지 아홉 번에 걸쳐 썼다. 조선일보보다 3주 정도밖에 늦지 않은 셈.

칼날의 일치 ‘평준화 흠집’

이들이 겨누는 칼날의 방향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이상할 정도로 같다. 바로 ‘고교 평준화 정책’. 모든 정책이 그렇듯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여론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이들 족벌언론. 왜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평준화 문제’를 들고 나왔을까?
“평준화 제도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지난 26년간 지리하게 이어져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갑론을박하는 것 자체가 진부하다.”

조선일보 2000년 5월 18일자 사설 ‘고교 평준화 깨자’의 일부분이다. 과연 그럴까? 이 때로부터 26년 전인 1973년으로 돌아가 보자. 73년 2월 28일 박정희 정부는 ‘고교평준화 조치’를 발표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해 3월 2일자 사설 면을 평소 두 개의 사설을 싣던 것과는 달리, ‘입시제도개혁의 주안점’이란 사설 하나로 채웠다.

“이번의 고교 및 대학입시 제도 개혁에 우리는 원칙적으로 찬의를 표하고자 한다. 돌이켜보면 입시준비를 위한 중고생들의 과외 사교육비가 연 3백억에나 이르고 있다고 지적됐다. …이러한 갖가지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해 문교당국은 고심을 거듭하여 이번의 대개혁을 시도했다고 본다.”

놀랍게도 조선일보는 이 당시 ‘원칙적인’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반대 논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고교입시)개편 안의 성패를 좌우한다 할 수 있는 문제가 사학지원의 문제”라는 말을 빼놓지 않고 있을 뿐이다.

1년 후 고교평준화를 위한 학군확정에 맞춰 나온 74년 1월 26일자 사설은 한술 더 뜬다. 조선일보는 ‘새고교입시제의 출발’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걱정하고 있다.

“핵심은 평준화 작업이 얼마나 철저히 이루어졌느냐에 있다. 그것이 명백하게 실증되고 인식됨으로써 교육정상화에 크게 진일보할 것을 우리는 기대하면서 서울-부산에 이은 전국화를 앞두고 당국의 계속적인 분발과 세심한 작업 마무리를 당부해마지 않는다.” 이 사설은 ‘철저한 평준화’와 ‘평준화의 전국화’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평준화 대환영한 조선·중앙

중앙일보 사설 내용 또한 조선일보와 같은 목소리다. 중앙일보는 3월 1일자 사설에서 “중 3병, 고 3병으로 불리는 과열입시준비 폐단이 교육적·사회경제적으로 허다한 문젯거리를 야기시켜왔음은 공지의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 “새 제도의 실시로써 예견되는 몇가지 긍정적인 효과면을 상기할 때 논란보다는 도리어 많은 기대를 걸어보는 것이 현명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고 혀를 차고 있다.

다시 오늘날로 돌아와보자. 다음은 위에서 다룬 2000년 5월 18일자 조선일보 사설의 끝 부분이다.

“평준화 옹호론자들은 이를 허물 경우 입시열풍이 더욱 극심해지고 과외도 더불어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외극성론은 허구다. 평준화를 깨면 개개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공교육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오히려 과외수요를 학교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올해 교육 관련 조선일보 기획시리즈도 위와 같은 맥락이다. 26년전의 주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 것이다. 역시 조선일보 논리는 명쾌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내용을 주도하는 논설위원의 생각과 일선 취재기자의 판단은 딴판인 모양이다. 조선일보 2001년 3월 12일자에서 신도시 평준화 실시에 대해 취재한 방 아무개 기자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 신도시에는 고입 평준화 발표 이후 …사설 고입학원 상당수가 경영난을 겪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00여 곳이 넘는 고입 종합반 학원은 학생들이 현저하게 줄어 벌써부터 경영난을 겪고 있다.…이에 따라 부동산업계는 때아닌 학원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출까. 누가 ‘참’이고 누가 ‘거짓’인가.

교육기사는 교육논리로

어느덧 ‘교육은 교육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말이 ‘백년대계’ 전당인 학교 안에서 유행어가 되었다. 이는 교육보도를 담당하는 조선·중앙에게 알맞은 말이 아닐까. ‘정권흔들기 작전’이 ‘교육흔들기’로까지 번졌다면 큰 문제다.

*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 2001-05-02 제270호에 실은 글입니다.

 
2003/01/19 [21:43]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