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조퇴투쟁 본말전도

교육기사 뒤집어보기 ⑭
 
윤근혁
 

사고가 나서 고속도로에 쓰러져 있는 사람. 구할 것인가, 말 것인가. 마침내 한 노동자가 길 복판으로 뛰어들었다.

대한민국 언론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 여태껏 노동 관련 보도 식이라면 이들은 이 노동자의 참뜻엔 관심이 없다. 이들의 촉각은 ‘차가 막혔나·안 막혔나’, 또는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나·안 했나’에만 쏠려 있다. 어떤 신문은 차를 막히게 했으니 이 노동자는 교통혼란 주범이라고 으르렁댄다. 또 다른 신문은 샛길이 있어서 차가 덜 막혀 다행이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10일 전교조가 ‘교육평등권과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면서 ‘조퇴투쟁’을 벌였다. 다음 날 나온 신문들의 관심은 역시나 엉뚱한 곳에 있었다. ‘수업 차질이 있냐·없냐’, 또는 ‘징계를 할 것인가·말 것인가.’
다음은 동아일보 기사의 시작 문장이다.
“전교조는 10일 ‘조퇴 투쟁’을 강행했지만 우려했던 ‘수업 결손’ 등은 별로 없었다.”

조선일보는 동아일보와 같은 시작 문장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교육부는 수업 차질 여부 등을 파악하도록 시·도 교육청에 지시해 징계조치가 뒤따를 전망이다. 전교조는 주말인 27일 서울에서 집단 연가를…”
이 두 기사 모두 ‘조퇴투쟁’에 나선 교사들의 의견은 한 문장 정도만 다뤘다.
대부분의 언론은 고속도로에 뛰어든 교사한테 칭찬은 못할망정 차를 막히게 했다고 몽둥이를 든 것이다. 더 나아가 보수언론은 구해온 사람을 다시 갖다 놓으라고 엄포까지 놓는다.

다음은 ‘학생 볼모로 성과급 투쟁하나’란 제목으로 나온 중앙일보 11일자 사설이다.
“전교조 교사들의 ‘조퇴 투쟁’은 주장의 당부를 떠나 학습권에 대한 침해라는 점에서 참교육과는 거리가 있다.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 교단이 일부 무능교사들에게까지 ‘철밥통’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같은 날 나온 동아일보 사설도 제목과 내용이 거의 같다.
이런 족벌 언론만 편식해온 교육중간관료와 일부 교사는, 행동하는 교사들을 손가락질한다. 비겁함과 승진에 대한 욕심 때문에 아스팔트로 뛰어들지 않은 자신을 자위하려는 듯이.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 2001-10-10 제284호에 실은 글입니다. 

 

 
2003/01/19 [11:14]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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