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참교육 침낭' 2천, 새길 밝히다

[현장] 전교조 참교육실천대회..북 교사모임, 전문
 
윤근혁
 
▲ 7일 개막식에서 참석 교사들이 동료교사들과 초등학생들의 문화공연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2004 교육희망 안옥수
대운동장엔 중학생들이 만들어 띄운 100여개의 방패연이 하늘을 수놓았다. 옆길엔 핵 반대와 통일 염원을 담은 가로 5m 크기의 걸개 그림 80여개가 일제히 내걸렸다.

7일 정오부터 관광버스와 자동차에 몸을 실은 교사들 1800여명이 전북 익산에 있는 원광대에 모여들었다. 제3회 참교육실천보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전교조가 규탄 집회 아닌 참교육실천을 위한 교육연구 큰잔치를 펼친 것이다.

규탄 집회 아닌 참교육실천대회 열어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교사와 낙도에서 배를 타고 온 교사들이 반갑게 만나 손을 잡았다. 이 대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열린 149개 지회(전교조 지역 모임) 모범사례 발표회를 거치며 뽑힌 교사들이다.

방패연과 걸개 그림을 보며 차에서 내리는 교사들은 너나없이 침낭을 메고 있었다. 이틀 밤을 이불 없는 기숙사에서 자야 하기 때문이다.

대회 진행본부가 차려진 새천년관 1층에서는 '천성산 살리기' 환경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지율 스님이 교사들을 반겼다.

"여기 도롱뇽 가슴을 보세요. 아이들이 그린 거예요."

지율 스님은 교사들한테 기찻길이 도롱뇽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엽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분별 없는 시장화와 산업화가 구멍 뚫은 것이 어찌 도롱뇽의 가슴뿐일까.

'경쟁과 시장화를 넘어 교육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자'가 이번 대회의 주제다.

현원일 전교조 참교육실천위원회 위원장은 "교육 상품화와 무참한 경쟁 논리 대신 사람답게 더불어 사는 교육 원리를 학교 현장에 구현하기 위해 전국 교사들이 모였다"고 대회 취지를 설명했다.

"더불어 사는 교육원리 찾으려고 모였다"

대학 기숙사에 짐을 푼 교사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이 대학 인문관과 경상관, 새천년관 등 건물 안에 마련된 35개의 강의실로 흩어졌다. 초·중등 16개 교과영역, 학급운영·청소년문화·교육풍물·교육놀이 등 13개 영역, 환경교육·통일교육 등 6개 주제 분과 등 모두 35개 분과마다 강의실 하나씩이 주어졌다.

"개학을 하면 천안지역에 환경교사모임을 만들 거예요. 이 곳에 오니 힘이 나네요.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힘을 합치려고 해요."

환경교육분과 발표자로 참석한 김상회(천안 청동초) 교사는 "연구도 연구지만 서로 몸을 가까이 하면서 아픔을 나누는 게 최고"라고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 참교육실천대회 참석자들은 35개 강의실에서 일제히 토론회를 벌였다.
ⓒ2004 교육희망 안옥수
이날 오후 분과별로 1차 발표와 토론을 마친 교사들은 밤 8시 이 대학 실내체육관으로 모였다. 대회 개회식인 '여는 마당'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체육관엔 북쪽에서 만든 '반갑습니다'란 노래가 울려 퍼졌다.

"형제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애국의 더운 피 합쳐 갑시다."

체육관 3000석 가운데 무대가 보이는 쪽 절반을 교사들이 꽉 채웠다. 연단 왼쪽엔 초등학생 5명의 웃는 얼굴이 사진으로 박혀 있고, 맞은 편엔 함께 연구하는 교사들 10여 명의 얼굴이 새겨 있다.

연단에 선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경쟁과 시장논리 앞에서 학생들의 삶과 교육은 빛을 잃고 있다"면서 "교사들이 앞장서서 교육공공성 확보를 위해 실천하지 않는다면 우리 제자들의 절망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병영 교육부총리의 아쉬운 불참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박거용(상명대 교수) 교수노조 부위원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박 부위원장은 "오늘 참교육실천대회를 참관하면서 우리 교수들은 언제 노조 합법화를 이루고 언제 이런 참교육 잔치를 성대하게 열 수 있을까 부러웠다"면서 "앞으로 교수노조 합법화와 교수 참교육실천대회를 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전교조는 이날 개회식에 안병영 신임 교육부총리를 초청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대회 주최 쪽은 아쉬움과 함께 유감의 뜻을 밝혔다.

▲ 7일 저녁 개막식 중간에 교육놀이분과 교사들 30여명이 나와 '반갑습니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2004 교육희망 안옥수
참석자들은 놀이분과 소속 교사 30여 명의 몸 동작에 맞춰 학생들에게 가르칠 율동을 따라 배웠다. 웃음과 환호가 대회장을 가득 채웠다. 행사를 지켜보던 박성기(19) 전국민주고등학생연합 위원장은 "참교육실천대회에 참가한 선생님들이 담임이 됐으면 좋겠다. 정말 학교도 바뀔 것이란 기대가 생긴다"며 밝게 웃었다.

밤 10시께 어린이 전래동요 모임인 '소리랑'의 공연이 시작됐다. 한복을 차려입은 남녀 초등학생 30여 명이 무대에 서서 그들의 '선생님' 앞에서 동요 3곡을 불렀다.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자리를 뜨는 교사들은 거의 없었다. 교사 1500여 명은 밤 10시를 넘긴 시간까지 학생들의 노래와 춤 앞에서 힘껏 박수를 쳤다.

▲ 초등학생들도 참교육실천대회를 축하했다. 사진은 7일 개막식에서 공연 중인 어린이 전래동요 모임 '소리랑'.
ⓒ2004 연오랑
'참교육 침낭' 속에서 어떤 꿈을 꿀 것인가

7일 자정, 교사들은 잠자리에 들었다. 이 대학 학생용 침대에 침낭을 펼치고 몸을 누였다. 8일 발표회는 오전 8시부터 시작된다. 오후 10시까지 14시간 동안 밥 먹는 시간 2시간을 빼고 빡빡한 토론회 일정이 마지막 날까지 잡혀 있다.

잔치 집 같던 원광대가 잠들었다. '참교육 침낭' 속에서 교사들은 어떤 꿈을 꿀 것인가.

"교육사업은 참다운 애국사업"
북쪽 교사모임, 참교육실천대회 축하 전문 보내

7일 저녁 원광대 체육관. 참교육실천대회 개회식에서 차상철 전교조 사무처장이 북쪽에서 보낸 축전을 읽어 내려가자 참석 교사들의 눈길이 연단으로 쏠렸다.

7일자로 북쪽에서 보낸 전문의 발신지는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조선교육동맹) 중앙위원회. 이 단체는 북쪽 교사들의 모임이라는 게 전교조의 설명이다.

조선교육동맹은 이날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전문에서 "교육사업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이룩하고 통일번영을 이룩해 나가는데 이바지하는 참다운 애국사업"이라면서 "남녘 교직원들과 각계의 기대와 관심 속에 열린 제 3회 참교육실천보고대회에 열렬한 축하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 전문은 또 "귀 대회가 6·15 시대, 민족공조시대의 요구에 맞게 자라나는 새 세대들에게 우리 민족이 제일이라는 높은 민족적 긍지와 자존심을 깊이 심어주는 대회가 되리라고 확신한다"면서 "우리 북녘 교육자들은 남녘의 교직원들과 굳게 단결해 자주통일의 활로를 열어나가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남쪽 교직원 관련 교육행사에 북쪽이 전문을 보내 축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윤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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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1월 8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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