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사업주 간의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키겠어."(중학교 사회2 교과서 170쪽, 교학사) "일상 생활에서의 정치-노동조합의 집행부 사람들이 주도권을 둘러싸고 싸움을 했다."(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196쪽, 천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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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부에서 낸 7차 교육과정 해설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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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 교육부 | 이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노동 관련 내용이 실린 우리나라 중·고교 교과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교과서 내용이 노동조합에 관한 서술에서만 유달리 부정적인 사실을 들춰냄으로써 편견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한국노동교육원(원장 안종근)은 <사회과 교과서 노동교육 내용 분석>이란 보고서를 통해 "학교 교과서가 하루 빨리 부정적인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3일 밝혔다. 노동부 산하기관인 노동연구원은 현행 중·고교 사회과 교과서 22종을 분석한 결과 "교과서가 편파적 정보제공 등을 통해 필자의 불균형적 인식을 합리화하는 방식으로 서술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사 관계와 임금 문제, '나쁜 감정 심기'
노동교육원은 노사 갈등에 대해 "근로자의 파업은 폭동 내지 폭력적 행위로 상징·표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이 노사 갈등에 대한 균형 있는 인식을 막고 대화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인식 태도를 조장한다는 것.
예를 들면 중학교 사회 교과서(교학사, 170쪽)에서는 노동자가 "더 이상 못살겠다.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 줘라!"고 요구하자 국가는 "노동자와 사업주간의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키겠어"라고 말하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 교사 절반 이상, 새 노동교재 필요 |
| 교사 77% 노동교육 필요성 공감 |
일선 교사 10명 가운데 8명은 정규 교육 과정에서 노사 관계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었다. 이에 따라 절반 이상의 교사와 학생들이 교과서를 보충할 새로운 교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결과는 한국노동교육원이 최근 발표한 교사 532명, 학생 1220명을 대상으로 한 '학교노동교육 실태조사' 결과 밝혀졌다. 교사들의 77%는 노사 관계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했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보충 교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에 교사 58%, 학생 56%가 각각 동의했다. / 윤근혁 기자 |
| |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법문사, 212쪽)도 '생활 주변의 분열과 갈등'을 설명하며 "노동자들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과 주5일 근무 문제로 종로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고 적고 있어 노사 갈등 현상을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했다는 지적이다.
노동교육원은 또 임금 문제와 관련 "근본 취지를 무시하고 현상을 단순화하여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의 주원인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지학사, 244쪽)는 '최저 임금을 인상하면 10대들은 유리할까 불리할까?'란 물음을 던진 뒤 <뉴욕타임스> 기사를 인용, "1990년대 초에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청소년 근로자를 3, 4명 수준으로 줄였다"고 소개했다.
사회 보장 제도까지 몰아세우기
'복지는 성장의 적'이라는 식의 단순 도식화로 복지 정책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동연구원이 그 본보기로 삼은 것이 바로 '복지병'을 다룬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230쪽, 지학사)
이 교과서는 '현대 복지 국가의 위기'란 항목에서 '누진세가 부지런한 개미까지 게으른 베짱이를 닮도록 했다'는 식의 우화를 싣고 있다. "임금님이 부자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려 가난한 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을 만들었더니 개미까지도 노래방에서 놀기만 했다"는 내용이다.
노동교육원 송태수 교수는 보고서에서 "현행 교과서 내용은 전반적으로 노사 갈등을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로 인정하기보다는 발생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단정하고 있다"면서 "노동 문제를 부정하는 전제를 벗어나 생산적 방안을 모색하는 서술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 이강훈 교육국장은 "학생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노동자가 될 텐데 제대로 된 노동 교육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교과서 만큼은 최소한 사용자 입장이 아닌 균형 있는 서술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자에게 무거운 세금, 개미도 놀아" "부실 운영하면 복지병 시달릴 수도..." |
| 노동연구원 분석, 노사관계 사회보장제도 관련 교과서 내용 |
한국노동교육원은 노동 관련 내용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근로자의 노동권은 헌법에서 추구하는 원리라는 관점에서 중등 사회과 교과서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분석 결과 '한쪽에 치우친 내용', '편협한 접근', '부정적인 편견' 등을 교과서 내용에서 찾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노동교육원이 지목한 문제의 교과서 내용 가운데 몇 개만 간추린 것이다.
▲노사 관계
다음은 2000년 7월에 전국 금융 산업 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전후의 은행별 저축성 예금의 동향을 나타낸 것이다. *관련 그래프 : 비파업 선언 은행의 예금과 파업 선언 은행의 예금 대조 시민의 힘으로 은행 파업을 해결할 수 있는지 토론해 보자. 파업을 선언했던 I은행, J은행이 곧 파업 불참을 선언한 배경을 살펴보자. <고등학교, 법문사, 사회교과서, p.125>
이익 조정에 있어서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조정 절차의 민주성이 필수적이다.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고르게 참여하여, 양보와 타협의 자세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의견의 차이를 좁혀 나갈 때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과격한 집단 행동이나 실력 행사로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려 한다면, 문제 해결이 어려워짐은 물론 심각한 사회 무질서까지 초래하게 된다. 한편, 개인과 집단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회 전체의 이익을 침해하여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이런 경우, 특정 집단의 이익이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 우선이 되어서는 안 되며 갈등 해결의 결과가 공익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고등학교, (주)천재교육, 사회 교과서, pp.202-205>
다음 사례를 읽고 제시된 활동을 해보자. ① 헌법 재판소는 과외 금지 조치를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② 노동조합의 집행부 사람들이 주도권을 둘러싸고 싸움을 했다. ③ 철수가 학생회장 선거에서 여학생을 위한 공약을 내세워 당선되었다. ④ 여성에게만 주어지던 육아 휴직을 남자도 신청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⑤ 환경 단체들은 '동강 살리기 및 물 절약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하여 정부의 동강 댐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고등학교, (주)천재교육, 사회교과서, pp.196-197>
▲임금과 실업 문제
생활 속으로 - 최저 임금을 인상하면 10대들은 유리할까 불리할까? 루이지애나 주에 위치한 사이더윈더사는, 여름 한 철 동안 12명 이상의 청소년을 최저 임금을 주고 고용하여 주차장의 잡초를 뽑거나 주차 공간을 넓히는 등의 일을 시켜다. 그러나 1990년대 초에 최저 임금이 인상되면서, 청소년 근로자를 3~4명 수준으로 줄였다. 그리고 올해 또 최저 임금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 회사는 여름이면 청소년들을 고용하던 전통을 중단하였다. <고등학교, (주)지학사, 사회교과서, p.244>
▲사회보장 제도
어느 해 추운 겨울 개미와 베짱이가 사는 마을을 지나던 임금님은 개미는 부유하게 살고 있지만 베짱이는 가난한 것을 보고 크게 개탄하였다. 그래서 부자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려 가난한 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을 만들었다. 임금님이 이듬해 여름 그 마을을 다시 찾아가 보았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여름 한철 열심히 일해야 할 이 나라의 벌레들은 모두 냉방이 잘된 노래방에 가서 노래만 부르고 있었다. 베짱이뿐만 아니라 개미까지도……. <고등학교, (주)지학사, 사회문화교과서, pp.230-231>
의료 보험 재정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현행 복지 제도의 틀을 유지만 해도 복지 지출 규모가 급속도로 커져 20년 뒤에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복지 제도의 고비용 저효율 요소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고, 내실 있는 운영을 하지 않으면 '복지병'에 시달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신문 재인용) <고등학교, 법문사, 사회문화교과서, p.231> / 윤근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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