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바꿉시다③ 소년신문 가정배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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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고래가 그랬어>란 어린이 잡지사 대표 김규항 씨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소년신문에 얽힌 자신의 추억을 다음처럼 털어놓더군요. “몇 해 전까지 줄곧 소년신문 후원금을 냈어요. 낙도 어린이들이 이 신문을 공짜로 볼 수 있다고 하는 바람에 기부금을 냈지요.” 그러던 그가 후원금 내는 일을 멈췄다고 했습니다. 그의 기부금 중단 사유는 다음과 같았죠. “소년신문이 그저 좋은 것인 줄만 알았는데 내용을 훑어보니 아이들이 봐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들이 기사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들어가 있었어요.” 물신풍조, 컴퓨터 오락, 문제풀이, 정치에 대한 편협한 생각 따위를 부추기는 내용이 버젓이 들어가 있더랍니다. 그는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고 말했습니다.
소년신문 내용 나아졌습니까? 사실, 소년신문의 질적 발전을 가로막은 곳이 바로 학교인 셈이지요. 학교의 일괄 구매 방식은 독과점 신문시장을 만들어 놨죠. 신문사가 아이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와 같은 소비자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별로 없게 만든 게 바로 이런 체제입니다. 신문사로선 학교 관리자 한두 명한테만 잘 보이면 수백명의 구독자를 거저 얻을 수 있는데 신문 발전에 투자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겁니다. 다행이 ‘학교 안 집단구독 반대운동’ 이후 소년신문의 내용은 이전보다 나아졌습니다. 장삿속이 들여다보이는 광고기사, 엉뚱한 만화, 단순 문제풀이는 줄어든 게 사실이죠. 그런데 이제 내용이 좋으니까 학교 안 구독도 괜찮다거나 신문활용교육(NIE)의 완전학습 확보를 위해서 일괄구독은 필요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이렇게 학교에서 특정 상품을 막 팔아도 되는 것일까요. 학교에서 책이나 학용품 장사를 하는 일과 소년신문 장사를 하는 일은 그 본질에서 같은 것입니다. 일단 교육법부터 바꾼 다음에 합법적인 장사를 하는 게 이치에 맞는 일이죠. 이런 식이라면 담임교사를 활용해서 햄버거와 아이스크림도 팔게 하는 게 어떨까요. 이게 문제라면 새 책을 낸 출판업자들을 전부 학교로 오게 해서 책을 팔도록 하죠. 가뜩이나 어려운 음반시장을 위해 음반 가게를 교실마다 차리도록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일괄 구독 반대 운동에 직면한 어느 소년신문사 간부는 ‘가정 배달체제에 대한 내부 검토를 끝낸 상태’라는 말을 전하더군요. 학교에서 일괄 구독해주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신문을 만들겠다는 얘긴데요. 이제야 제자리를 찾으려는 모습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교장선생님은 사업에서 손을 떼십시오 며칠 전 지역 교장단 회의 자료를 보니 다음처럼 써 있더군요. “아침자습 활용금지. 소년신문 강요로 민원 사전 예방.”
좋은 말입니다. 지난해 이맘쯤에 쓴 기사를 꺼내보니 교장님들의 생각도 한 해 사이에 조금은 나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학교 안 신문 판매로 논란을 빚고 있는 소년동아·조선·한국일보 등 소년신문을 일부 초등학교 관리자들이 업체를 대신해 구독을 권유하고 나서 말썽을 빚고 있다. 이 소년신문의 학교 안 판매는 '특정상품' 강매와 '부교재' 채택을 금지한 교육관계법을 위반하는 것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일선 초등교사들에 따르면 적지 않은 학교장과 교감들이 3월 새학기를 맞아 신문활용 교육이란 명목으로 판촉활동에 나선다는 것이다. 서울 ㅈ초 학교장은 3월 초 방송조회 훈화 자리에서 소년신문을 직접 보여줬다. 서울 ㄷ초 학교장과 교감은 부장회의에서 "어려서부터 신문 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며 신문 구독 필요성을 역설했다.(주간 <교육희망> 2003년 3월 31일치) 악어는 사람을 보면 잡아 먹고 난 뒤에 눈물을 흘린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슬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눈물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서 먹이를 삼키기 좋게 물을 섞으려다 보니 그런 것이라고 합니다.
악어가 자기 이빨을 청소해주던 악어새를 먹어 버렸다고 칩시다. 이 때 나오는 눈물도 바로 ‘악어의 눈물’일 겁니다. 공생 상태를 벗어나지 않은 채 흘리는 눈물은 거짓눈물이면서 시늉일 뿐입니다. 교장 선생님들이 모여서 소년신문에 대한 민원을 걱정하는 것을 탓할 일은 아닙니다. 부작용을 해결하겠다는 모습이 이해도 됩니다. 서울교육청 등 교육기관도 아마 교장단의 자료와 비슷한 공문을 각 학교에 보낸 줄 압니다. 하지만 교장단 자료를 보면서 ‘악어의 눈물’이란 말이 왜 자꾸 떠오를까요. 교육관계법에 어긋나는 소년신문 학교 안 구독행위 자체가 곧 민원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요, 아니면 알고서 모르는 척 하는 걸까요. 진짜 민원 해결을 바란다면 교장선생님들은 소년신문 사업에서 손을 떼십시오. 교육청도 함께 손을 터십시오. | |||
| 2004/04/12 [09:10]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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