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취재수첩> 학교 안의 ‘헨젤과 그레텔’

11월 중순 서울북부교육청엔 전화가 걸려왔다. 헨젤과 그레텔이란 명작동화를 가르친 한 초등교사의 수업이 문제가 있다는 익명의 제보였다. 이 전화는 교실복도에 내걸린 몇몇 학생의 수업결과물이 ‘사람을 요리한 내용이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전언이다.

이 전화를 받은 교육청 공모 초등과장은 득달같이 해당학교 교사에게 경위서를 강요했다. 경위서 내용은 왜 이 동화책에 나온 ‘마녀 요리사의 조리법’을 가르쳤냐는 것.

이어 교육청은 12월 초 학생전체의 일기장까지 낼 것을 명하고 4일엔 장학사 두 명을 학교로 보내 경찰관처럼 조사까지 실시했다. 교육청 공모 과장은 “교사 경위서와 아동 일기장을 내라고 지시한 것은 민원에 대한 조사 차원으로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 조사의 내용은 무엇일까. 아마도 교사가 책에 나온 마녀요리사의 행동처럼 사람을 끊는 물에 삶도록 아이들에게 가르쳤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일 테다.

이 조사는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사람요리법의 정당함을 가르칠 교사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이 수업은 교육대학원에 다니는 한 교사가 지도교수의 지도에 따라 현장적용학습을 진행하던 것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정답은 명확하다.

좋다. 민원에 대한 회신차원으로 경위서와 학생일기장을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교육청의 말을 믿도록 하자.

취재 도중 이 같은 교육청의 말을 듣고 기자도 이 교육청에 민원을 냈다. 민원 내용은 ‘북부교육청 소속 많은 학교 교장과 교감이 학교 예산을 빼돌려 자체 임의 모임인 교장·교감회를 운영하고 있으니 조사해달라’는 것이었다. 익명이 아닌 실명 민원이기에 기대하는 바가 더욱 크다.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 2002-12-09 제329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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