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학력평가 앞세워 사설문제지 장사?

교육부·교육청 간부들 주도 교육단체 도덕성 시비
 
윤근혁
 
이부영/윤근혁(bulgom) 기자   
▲ 지난 해 한국초등교육평가연구회가 전국 5000개 초등학교에 보낸 공문.
ⓒ2005 이부영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 간부를 회장과 회원으로 둔 한 교육연구단체가 전국 초등학교에 학력평가문항을 한꺼번에 배포해 일제고사를 보게 하면서, 뒤로는 60여권의 사설학습문제집을 만들어 전국 서점이나 학원가에 팔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이 단체가 초등학교에 제공해 학생들이 시험을 치른 문제의 상당수가 이들이 펴 낸 사설학습문제집 문제와 똑같은 것으로 분석돼 시험부정 논란은 물론 도덕성 시비가 일고 있다.

이 사설학습문제집은 교육부 학교정책 담당 현직 연구관도 직접 집필에 참여했으며 공정택 교육감 취임 이후 새로 임명된 서울시교육청 교원정책과 조아무개 장학관을 비롯, 일부 간부가 이 연구단체에 회장을 맡는 등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것으로 드러나, 일부 교원단체는 해당 간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학교엔 평가지 보급, 서점엔 사설 학습문제집 판매

지난 해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서 각각 900만원, 700만원을 지원받은 한국초등교육평가연구회는 같은 해 2월 23일을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전국 5천여개 초등학교에 일제히 ‘초등학교 평가문항 무료보급 안내’란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이 연구회는 공문 첫 문장에 “한국초등교육평가연구회(회장: 조○○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원정책과 장학관)에서는 2004학년도 학력성취수준 평가 문항과 수학경시대회 문항을 개발해 무료로 보급할 계획”이라고 적은 뒤, 각 학교장이 이 문항을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전국 상당수 초등학교는 이 문항을 활용, 2004년 한 해 다섯 차례에 걸쳐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시험을 치렀다. 이렇게 시험 본 학교가 이 연구단체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2003년 11월 854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홈페이지 이용으로 보급방식을 전환한) 2004년엔 1000여개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이 연구단체가 제공한 문항으로 만든 평가지를 받아 본 전국 초등학생들은 평가지 끝 부분에 “본 평가 문항은 교육부 및 서울교육청 등록 교과교육연구단체인 한국초등교육평가연구회에서 개발하여 제공했다”고 적힌 글귀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 지역 학원가와 서점을 확인한 결과, 이 연구단체는 이미 수십 권에 달하는 사설 학습문제집을 발간해 돈벌이를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 문제의 평가연구회가 만들어 서점가나 학원가에서 판매한 사설 학습문제집.
ⓒ2005 이부영
이 연구단체는 각 학교에 평가문항을 제공한 지난해만 해도 사설학습 문제집인 60권을 “지은이: 한국초등교육평가연구회”로 표기해 펴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학년별 본교재 시리즈 32권과 <수학 수준별 시리즈> 16권, <초등한자 시리즈> 5권을 비롯, 초등 3학년 <기초학력진단평가 예상 문제집>까지 만든 것이다.

이 단체는 올해도 1월 5일자로 비슷한 내용의 학습문제집을 30여권 발간해, 권당 7500원에 전국 서점에 배포했다. 이 문제집은 표지에 ‘300여명의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들께서 구성한 학업성취도 모의평가 문제집’이라고 책의 성격을 홍보한 뒤, 지은이 또한 ‘한국초등교육평가연구회’라고 적었다.

속표지 첫 장에는 이 연구회 회장의 ‘추천사’가 한 쪽 분량으로 들어가 있다.

장학관, 연구관, 장학사 줄줄이 참여

올 1월 5일 당시 연구회의 회장은 서울시교육청 조아무개 장학관이었다. 하지만 기자가 취재에 들어간 직후, 이 단체는 1월 7일 회장을 급히 바꿨으며, 홈페이지를 일시 폐쇄한 뒤 이틀만인 8일 이 단체가 발행한 학습지 관련 메뉴를 슬그머니 삭제해 재개통했다.

현재 이 단체엔 교육부 학교정책과 전아무개 연구관, 서울 강동교육청 이아무개 초등장학사도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국 초중등학교 정책 개발 담당인 교육부의 전아무개 연구관과 이아무개 서울 강동교육청 장학사는 이 연구단체가 낸 사설 학습문제집 가운데 수학과목을 돈 받고 집필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까지 이 단체 회장을 맡은 조아무개 서울시교육청 장학관은 “문제집을 찍은 인쇄업자가 명의만 붙여달라고 해서 붙여줬을 뿐 특별한 대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면서 “지난 해 9월 서울교육청 장학관으로 임명되면서 회장을 그만두려고 했을 정도로 연구회 일에 무관심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문제집 집필에 참여한 교육부 전아무개 연구관은 “아이들이 자율학습이나 선택학습을 하도록 문제집을 만든 게 어떤 잘못이 있냐”면서 “교육부가 추진하는 사교육경감대책과는 별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금천 전교조 서울 정책실장은 “학력신장을 내세우면서 일제고사를 부활코자 하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임명한 간부가 사설업체 문제집과 관련 있다는 것에 경악한다”면서 “법적 도덕적 책임을 지고 두 얼굴을 띤 해당 간부는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공정택 교육감은 ‘서울교육 학력신장 방안’을 오는 1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초등교육평가연구회는 어떤 단체인가
초3 기초진단평가 대비 문제집까지 팔아

현재 회원이 250여명인 한국초등교육평가연구회가 창립된 것은 95년이다. 교사들의 교육평가 전문성 신장을 기치로 내걸고 10년 동안 평가 관련 교원 참고 도서 20여권을 내기도 하는 등 대체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연구단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부터 올해까지 3, 4차례에 걸쳐 교육부 최우수(우수) 교과단체로 뽑혀 수천만원의 예산을 지원받기도 했다. 지난해만 해도 교육부 지원금 900만원, 서울시교육청 지원금 700만원을 받았다.

이 단체를 주도하는 회원들은 평가 관련 순수 연구 활동 말고도 개인 자격으로 J, D, K사 등에서 내는 사설 학습지 문제를 출제하는 데 참여해 왔다.

하지만 2003년부터는 단체 이름까지 내 걸고 학습 문제집을 내면서 여러 잡음이 생기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문제집만 해도 전임 회장이 출판업자를 이 연구회에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육부도 시험 준비를 금지시킨 ‘초등 3학년 기초학력진단평가’에 대한 예비 문제집까지 ‘2004년 새롭게 바뀐 출제경향 100% 반영, 기출 문제 유형 완전 분석, 적중도 높은 문제를 통한 실전 완벽 대비’라는 문구를 내세워 교사 연구단체 이름으로 만들어 판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이부영·윤근혁 기자
  문제집-시험문제 10개 중 2~3개꼴 '닮은꼴'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5년 1월 12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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