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바뀐 전교조, '학교와 지역 속으로'

[현장-참교육실천대회] 눈바람 제주 달군 2천 교사 열망
 
윤근혁
 
▲ 아이들은 이런 놀이 좋아할까. 선생님들은 좋은데... 사진은 교육놀이분과 연수 모습.

이 기사는 전교조에서 내는 주간 <교육희망> 참실대회 취재팀 강성란, 최대현, 윤근혁 기자가 쓴 것입니다.
ⓒ2005 교육희망 안옥수
전국 교사 2300여 명이 '쨍! 하고 해뜰 학교'를 그리며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진눈개비가 내린 이곳, 제주도에 모였다.

판에 박힌 교육과정을 새로 짜고 모두에게 도움되는 공교육을 만들기 위해 전교조에서 연 참교육실천보고대회(참실대회)에 '참교육 침낭'을 매고 참석한 것. 이 행사는 국내에서 하는 교원 대상 연수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1월 11일 오후 2시 제주대 체육관. 제 4회 참실대회 '여는 마당'(개막식)이 열린 이곳은 강원도 산골에서부터 남도 섬마을까지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로 꽉 찼다. 어깨를 맞대고 노래와 춤을 출 때는 그 열기가 난방시설이 덜 갖춰진 차가운 대회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번 대회의 큰 주제는 '참교육과정 생산하여 교육공공성 강화하자'였다. 기존 판박이 7차 교육과정을 대체할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어 모두가 공유하는 교육을 해보자는 목표를 내세운 것이다.

이수일 위원장 "책임 있는 대안 제시, 국민과 함께 투쟁할 것"

▲ 개막식에서 연설하는 전교조 이수일 위원장
ⓒ2005 교육희망 안옥수
올 1월 1일부터 새로 전교조를 이끌고 있는 이수일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교육내용을 바꾸는 일은 교육혁명이며 이를 위해 우리는 진정한 참교육 전사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전교조는 이제 책임 있게 대안을 제시하고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서는 학부모, 국민과 함께 강력하게 나서는 교육운동단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여는 마당'에서는 새로 들어선 합법 4기 전교조 집행부의 '2005~2006년 참교육실천의 방향과 주제'가 발표됐다. 학교와 지역 속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단계의 참교육 운동방식이 처음 선보인 것이다.

박상대 참실위원장 서리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청소년 문화행사, 교육행사, 우리 농산물 급식 조례 제정운동과 같은 활동을 더욱 폭넓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지역주민의 지지 속에 전교조가 다시 서는 길인 동시에 학교를 지역 공동체의 중심으로 만들려는 전교조의 바람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학교에서 날마다 벌이는 참교육활동이 바로 교육과 세상을 바꾸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힘"이라면서 ▲전교조 차원의 참교육과정 완성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 법제화를 통한 진정한 학교자치 실현을 다짐했다.

부푼 기대 품은 교사들, 43개 분과 나눠 참여

이번 참실대회 참석자들은 21개 교과분과와 5개 학생·청소년분과, 7개 주제영역분과 등 모두 43개 분과로 나눠 제주대 강의실에서 발표와 토론을 전개했다.

박경화 수석부위원장은 "어떤 교사는 승진을 위해 연수를 받는 등 바삐 뛰고 있지만, 승진점수 하나 없는 이 곳에 참여한 교사들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뛰어왔다"고 말했다.

▲ 개막식에 참석한 교사들.
ⓒ2005 교육희망 안옥수
박 수석부위원장의 말처럼 이번 대회는 승진 점수도 없으며 연구실적과도 상관 없는 행사다. 참석비 또한 교사 개인 호주머니를 털어 마련했다. 다만 동료 교사들의 1년 수업 활동을 들으며 '나는 1년을 어떻게 보냈는가'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톡톡한 자극을 받는다는 게 참석 교사들의 말이다.

대학 기숙사 숙소엔 이불도 없다. 침낭이 없는 교사는 맨 바닥에서 자기도 했다. 하지만 교사들의 얼굴은 밝게 빛났다. 참실대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3박4일 전체 일정 동안 제 각기 가슴 속에 풍선처럼 부푼 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학교도서관, 국어, 교육놀이에 이어 올해는 환경교육분과에 참석했다는 구현(경남 밀양여고) 교사는 "항상 부족한 마음으로 참석해 많이 깨닫고 참교육을 실천하자는 마음으로 돌아간다"면서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지역에서 참교육실천이 체계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혜진(경기 수일고)교사는 "고3 담임을 하면서 학생들과 인간적인 만남을 하기 위해 참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껴 다시 찾게 됐다"면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간에 믿음과 신뢰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엔 북한의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이 축전을 보냈으며,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교수노조 황상익 위원장, 일본 교원노조 조합원들이 일부 일정에 함께 해 자리를 빛내 주었다.

대회 참석 교사들은 동남아 지진해일 피해 돕기 모금운동을 펼쳐 200여 만원을 모으기도 했다.

"참교사도 되고 인기 짱! 교사도 될래요"
[참교육실천대회 안팎] 제주대 강의실 43개 메운 연수

▲ 지리교육분과 모습.
ⓒ교육희망 안옥수

이 대회 두 번째 날인 12일 제주대 교정 곳곳에서는 교과, 영역, 주제별 등 모두 43개 분과의 토론 및 사례발표 연구가 진행됐다.

첫 날 '여는 마당' 후 곧바로 분과별 토론에 돌입한 참석 교사들은 이날 자신이 속한 분과에 참여해 다양한 방식의 연구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몇 개 분과의 연수 모습을 담은 것이다.

"인기 짱 교사가 될래요"

"학교축제를 이성 친구 찾아 두리번거리고 유행에 휘둘리는 마당이 아닌 한판 어울림의 대동놀이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2일 학생자치분과에 참여한 40여 명의 교사들이 꽁꽁 얼어붙은 제주대학 캠퍼스 운동장으로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학교축제 때 할 수 있는 대동놀이를 직접 연습하기 위한 것.

"앞으로, 뒤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이문정씨의 구령에 맞춰 가위바위보 기차놀이를 배우던 교사들의 입에서는 연신 웃음이 터져나왔다. 대문놀이가 시작되자 대문을 통과하는 교사의 등을 더 많이 치려는 사람, 이를 피해 도망가는 사람, 넘어지는 사람의 풍경으로 대동놀이는 왁자지껄 활기가 넘쳤다.

포크댄스를 배우는 시간. 빠른 스텝에 발이 꼬이던 교사들은 여기저기서 "이제 그만"을 외쳐댔다. 하지만 "학생회 간부들에게 알려주면 인기 짱 교사가 될 겁니다"라는 이문정씨의 한 마디에 불만의 목소리는 꼬리를 감추고 흰머리 성성한 중견 교사부터 파릇파릇 새내기 교사들까지 '땀나는' 한바탕 댄스를 계속했다.

'녹색교육을 한 번 해보자!'

제주대 인문대 8113호. 환경교육분과 분과원들은 눈을 반짝거리면 '녹색교육과정을 만들어내자'는 이수종(서울 연서중) 교사의 발표를 200여 명의 교사들이 귀를 쫑긋 세우면서 듣고 있다.

이 교사는 "환경교육은 단지 한 과목이 아니다"면서 "지속가능한 교육을 위해 생태교육을 중심에 둔 녹색교육을 새로운 교육이데올로기로 정해 인간과 인간,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생태적 인간형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태적 학교 만들기, 우리 동네를 생태 놀이터로 만들기 등 생생한 녹색교육의 실천 발표가 이어졌다. 사례발표의 배울 점을 적고 있던 한 분과원은 "아이들과 함께 밖에 나가서 생태교육을 진행할 때 거창한 것만 생각했는데 작은 부분에서부터 생태교육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분과원들은 오는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선을곶-백작이 오름, 유기농 귤 재배 단지, 저어새 등 철새 도래지 등 제주 지역을 돌며 생태 연수를 진행하면서 올해 참교육 실천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또래 속 제자리 찾기'

이번 참실대회는 지난 대회의 '특수교사와 특수교육의 정체성 찾기' 주제에서 한 걸음 나아가, 장애학생들끼리는 물론 비장애학생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 구성원이 되는 과정에서 특수교사의 역할을 알아가는 자리였다. 참석한 교사들은 모두 200여 명.

하루 동안의 발표와 토론을 통해 "일반 학생과 떨어져 교육받는 상황에서 한 반에서 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통학교육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일반교사의 장애인식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특수교육을 알려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분과원들은 벌써 실천에 옮기고 있다. 제주대 학생회관 등에 통합학급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장애편견을 깨는 만화도 전시하면서 참실 참가교사들에게 다가섰다.

하지만 지난해 참실국을 신설하며 참실대회를 준비해온 김덕윤 분과장은 다음과 같은 아쉬움도 표시했다.

"특수교육분과는 특수교사만 참여한다는 인식으로 통합교육에 정말 중요한 일반교사의 참여율이 적다. 학교현장에서 장애학생을 만나면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반교사도 적극 참여해 특수교육, 통합교육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게 됐으면 좋겠다." / 강성란, 최대현 기자

이 기사는 전교조에서 내는 주간 <교육희망> 참실대회 취재팀 강성란, 최대현, 윤근혁 기자가 쓴 것입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5년 1월 14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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