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형사고발 모자라 '빨갱이 사냥'까지, "급진 교사들의 참교육은 혁명교육"

'교육가족' 외치는 교장들과 교육부의 때묻은 과거 10년
 
윤근혁
 

가려야 하나, 벗겨야 하나? 교장과 장학사를 비롯한 교육 관료들이 펄쩍 뛰고 있다. 이들은 ‘같은 교육 가족끼리 이렇게 벗겨도 되는 거냐’면서 항변하고 있다. 교사들의 온정 어린 마음은 ‘교육가족’이란 말에 얼마쯤 술렁인다. 과연 이래도 되는 걸까? 가려야 하나, 벗겨야 하나? 교장과 장학사를 비롯한 교육 관료들이 펄쩍 뛰고 있다. 이들은 ‘같은 교육 가족끼리 이렇게 벗겨도 되는 거냐’면서 항변하고 있다. 교사들의 온정 어린 마음은 ‘교육가족’이란 말에 얼마쯤 술렁인다. 과연 이래도 되는 걸까?

벗길 건 벗겨야지

지난 4월초 전교조홈페이지에 뜬 ‘아직도 이런 교장선생님이 계신가요?’란 게시판. 이 곳에서는 5월 12일 현재 2백여 개의 글이 올라와 이와 같이 불붙은 논쟁의 모습을 중계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육관료를 비롯한 ‘교육가족’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건이 터졌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이 사건의 본질은 한마디로 일본의 과거 감추기다. 군대 위안부 문제 등 부끄러운 역사는 피하겠다는 게 일본의 속셈이다.

역사는 말한다. 역사는 ‘현재와 미래의 끊임없는 대화’이기에 말해야 한다. 교육관료의 비교육, 반교사 역사 또한 마찬가지. 현재와 미래의 참교육을 위해 벗길 것은 벗겨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교과서 왜곡을 일삼는 일본 앞에서도 떳떳한 일 아닌가.

89년 6월 1일자 조선일보 사회면을 자세히 보자. 이 곳엔 ‘교원노조 반대 교장-학부모 등 교사 고발 모두 67명’이란 큼직한 기사가 실려있다.
“교직원 노조 결성대회를 주도했거나 적극 참여한 교사들이 학교장과 학부모들에 의해 잇따라 검찰에 형사 고발되고 있다.

대검 공안부에 따르면, 31일 현재 교직원노조 결성과 관련 고발장이 접수된 교사는 시-도교위(시-도 교육청)가 고발한 국-공립교사 36명과 학교장 및 학부모가 고발한 31명 등 모두 67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사 옆엔 “교육현장의 정상운영을 위해 지속적인 설득작업을 펴 나갈 것”이라고 말한 교육부(당시 문교부)의 의견이 함께 놓여 있다.

말리는 교육부, 때리는 교장

이 기사대로라면 당시 ‘교육가족’의 실체는 색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설득하는 교육부, 검찰에 고발하는 교장들. 말리는 시어머니와 때리는 시누이를 둔 교사들은 누굴 더 미워했을까?

‘교육가족’을 외치면서 ‘자격제’를 통해 자리를 차지한 교장들은 역시 이쯤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다. 89년 5월 1일자 조선일보 2면엔 한자투성이 광고가 광고 면을 꽉 채웠다. 바로 서울특별시 초중등 학교장들이 낸 광고다. 제목은 ‘자유민주주의 교육수호를 위한 우리의 결의’. 드디어 가장 야비한 처방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특효약 노릇을 하는 ‘빨갱이 사냥’이 등장한다.

“우리 서울시내 초·중·고등학교 교장 일동은 교원의 노동 3권을 주창하여 온 일부 급진적 교사 집단이 …주창하는 소위 ‘참교육’의 실체를 개관컨대, 그들은 현행 학교교육 제도를 …반민주 파쇼정권 유지와 지배계층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매도하고 ‘교육의 민주화’니 ‘참교육’이니 하는 허울좋은 용어로 위장하여…어린 학생들에게 현실에 대한 부정적, 반항적, 혁명적 의식을 심어주려는 저의가 실증적 사례로 나타나고 있는 바, 이는 자유민주주의 교육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들켜버린 속 뜻

이 광고의 끝 부분엔 ‘교육가족’의 하나인 전교조 교사들을 싸잡아 비난한 속뜻이 담겨있다. 바로 교장들의 ‘황제와 같은 권위’를 지키려는 몸부림이 들켜버린 것.
“학교는 학교장의 지도·감독하에 관리·운영되어야 하며, 교사는 교장의 명에 의하여 학생교육에 충실하여야…그리고 교육의 주체는 교사라는 등의 왜곡된 논리로, 학교의 모든 결정권을 교사 집단이 가져야 하며, 교장 임기제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단호히 배격한다.”

요즘 정신 있는 ‘교육가족’들은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교육개혁의 주체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교육부(당시 문교부)도 전교조 가입 교사들을 비난하기는 교장들과 다르지 않았다. 조선일보 89년 5월 19일자 광고 면을 가득 메운 ‘선생님들의 노동조합 결성은 이래서 옳지 않습니다’란 광고를 눈여겨보자.

“우리는 이웃 몇몇 나라에서 교원노동조합이 그 나라의 교육발전을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그 나라 교육을 황폐화시킨 쓰라린 경험을 자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선생님들의 노동조합 결성은 앞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우리 자녀들의 교육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므로 문교부로서는 이를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역사는 말한다

이 광고가 나온 지 딱 10년 만인 99년 전교조는 합법화되었다.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는 12년 만인 올해 스승의 날을 맞아 이 당시 전교조 활동을 ‘민주화운동’이라고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역사는 말한다. 누가 ‘참’이고 누가 ‘거짓’인지를…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 2001-05-16 제271호에 실은 글입니다.

 
2003/01/19 [21:57]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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