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교육부, 퇴직 교장단체에 수억원 지원

5억6천만원 지원...조직 현황 파악도 안돼
 
윤근혁
 
현직 교장단체가 수십억원대의 학교운영비를 빼내 조직활동비로 써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퇴직 교장단체가 올해 최초로 5억6000만원 국고 지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는 "한국교육삼락회(회장 최열곤, 아래 삼락회)의 활동 지원을 위해 올해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5억6542만원을 지원했으며 곧 4억4천만원 정도를 더 지원할 예정"이라고 지난 23일 밝혔다.

▲ 지난해 삼락회 지원법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대운동이 거세게 진행된 바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26일 참교육학부모회와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공동 집회 모습.
ⓒ2004 윤근혁
하지만 교육부는 삼락회의 조직현황과 회원명부조차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국회 교육위 최순영(민주노동당) 의원에게 보고한 국감자료에서도 "조직현황과 회원명부에 대한 관련자료를 삼락회에 의뢰했지만 현재 정비되어 있지 않아 제출이 곤란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22, 23일 교육부와 삼락회에 확인 결과 이 단체는 조직현황과 회원명부도 완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락회 관계자는 22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지금 퇴직교원을 대상으로 회원명부를 정비하고 있는데 조사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연세가 드신 분들이라 회원정비 진척사업이 늦어 우리도 답답하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퇴직 교원단체는 놔두고 퇴직 교장단체만 국고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지난 해 말 발표된 국회 자료에 따르면 삼락회는 전직 퇴직 교장과 교감이 전체 회원 2만명 가운데 97%를 차지하는 사실상 퇴직 교장단체다. 현재 퇴직 교원단체는 삼락회 말고도 평교사 중심의 전국 규모 단체인 한국퇴직교원협의회(회장 이규삼) 등 2∼4개 단체가 더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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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락회 홈페이지는 '개점휴업'?
개발비 4700만원 지원했으나 활동 저조

'한국교육삼락회 국고보조 지원내역'이란 교육부 문서를 펼쳐보면 올 7월까지 삼락회에 제공된 5억6천여만원의 지원 내역이 자세히 적혀 있다. 이 가운데 눈길이 쏠리는 대목은 홈페이지 개발.

교육부는 삼락회에 홈페이지 개발을 위해 4728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삼락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엔 글이 3건 밖에 올라있지 않는 등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다. 지난해 11월 13일 첫 글이 올라온 이 사이트의 자유게시판 글 가운데 그나마 일반 회원이 쓴 글은 단 한 건뿐이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23일 전화통화에서 "아직 홈페이지 개편이 끝난 상태가 아닐 것"이라면서 "퇴직 교원단체이다 보니 사이트 참여가 적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 윤근혁 기자
이에 대해 교육부 이아무개 사무관은 "지난해 7월 퇴직교원활동지원법이 국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에 삼락회에 대한 지원은 법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면서 "회원명부와 조직현황은 정비되는 대로 추후 제출 받을 것이며 법이 삼락회만을 지원하도록 한 것이라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이규택(한나라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통과된 퇴직교원활동지원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삼락회에 대해 보조금을 줄 수 있도록 한다'(법안 제 15조)고 되어 있어 법의 명칭과 달리 '삼락회지원법'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삼락회 최아무개 총무조직위원장은 22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현재 삼락회는 퇴직교원활동지원법 통과 이후 퇴직 평교사에게 대폭 문호를 개방했다"면서 "가정교육바로하기 운동과 교육포럼, 한국사도대상 등을 운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퇴직 학교장 출신이라고 해서 친목단체에 국고를 지원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라면서 "현직 교장회는 학교운영비를 떼 가고 퇴직 교장회에겐 교육 혈세를 이렇게 떼 주면 열악한 학교환경은 언제 고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삼락회 교육정치활동 논란
일부 교육단체 "국고 받으면서 교육계 보수 목소리만 대변"

삼락회가 퇴직교원활동지원법에 따라 국고를 지원 받으면서도 교육계에서 특정 교원단체와 함께 보수적인 교육정치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올 1월 말, 강원도는 고등학교 입학시험 부활 문제로 논란을 빚었다. 일부 교사들은 20여일째 밥을 굶으며 도교육청의 결정에 맞섰다. 이 때 강원지역 삼락회는 '고교 입시 부활과 비평준화 유지'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이 지역 보수단체들과 함께 냈다.

이에 앞서 지난 해 10월엔 '국민과 정부에게 드리는 글'이란 성명서를 내어 "학교 경영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학교장의 굳건한 경영 철학이 요구될 뿐"이라면서 "학교장 선출보직제 도입은 교육을 망치게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삼락회는 '교육봉사활동과 복지증진'이라는 회칙의 목적과 달리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온 단체라는 게 이 단체 사정에 밝은 교육시민단체 일각의 지적이다.

하지만 삼락회 관계자는 "우리 단체는 퇴직교원의 평생교육활동을 지원하고 청소년 선도활동을 벌이는 등 교육발전을 위한 순수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 윤근혁 기자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10월 25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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