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백범 암살 배후 찾으러 권중희·박도 미국 가는 날 | ||||||||||||||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 배후를 밝히기 위해 평생을 바친 권중희 민족정기구현회 회장(68)이 지난달 31일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미국의 개입 여부를 캐보고자 하는 그의 꿈이 드디어 실현된 것이다.
이날 오후 4시께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권 회장은 주름진 이마에 흐른 땀을 손바닥으로 닦고 있었다. "오늘부터 담배를 끊으려고 해요. 그래야 정신이 맑아져 미국 가서도 일념으로 문서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권 회장은 45년 동안, 많으면 하루에 3갑 반까지 피우던 '친구 같은 담배'를 집어 던진 것이다. 대신 '미국이 백범 선생을 암살하라고 정말 시켰는지 알아보려는 일념'만이 그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듯 했다. 권 회장은 미국 워싱턴에 46일간 머물며 메릴랜드주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백범 암살 자료를 찾게 된다. 미국에 있는 유학생들과 관련 학자들이 이들을 돕는다. 이들이 귀국하는 날은 오는 3월 17일. 이번 대장정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박도 선생(60)이 함께 한다. 그는 권 회장의 꿈을 이루게 한 주인공이다. 지난해 말 '의를 좇는 사람'이라는 연재글이 <오마이뉴스>에 올리면서 '권중희 선생 미국보내기' 성금모금을 벌이자 전국에서 성금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1월말 현재 952명이 3745만원의 성금을 보내줬다. 1000여 명의 독립자금으로 '의를 좇다'
두 사람은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에 있는 모텔급 여관을 잡아뒀다. '몸을 누일 자리만 있으면 되니 고급 숙박업소는 피하라'는 두 사람의 고집에 잠자리를 주선한 유학생들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인터넷을 연결할 수가 없어 현장을 발빠르게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 박도 선생의 걱정이다. 이날 출국장엔 한국방송, 문화방송, 경인방송 기자들도 나와 취재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정말 알맹이를 손에 갖고 올지 걱정이에요. 최선을 다하겠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빈손으로 온다면 무슨 면목으로 조국 땅을 밟을지…." 권 회장이 한국방송 인터뷰를 마치고 말끝을 흐렸다. 미국 방문을 앞두고 권 회장은 몸무게 4킬로그램이 줄었다고 한다. 이 때 박도 선생은 다음처럼 권 회장을 위로했다. "권 선생님이 씨앗을 뿌리고 돌아오시면 돼요. 꺼져 가는 민족정기에 불씨를 지피는 일을 한 것만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봅니다. 권 선생님의 뉴스를 우리 아이들이 보는 것만 해도 얼마나 뜻 깊은 일입니까." 미국 비밀 해제 문서를 열람해 본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약 500만 파일의 문건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한국 관계 자료를 찾고 그 중에서 백범 문서를 찾는 일은‘모래밭에서 바늘 줍는 것보다 힘든 일'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인사했다, 그리고 떠났다
이 때 권 회장은 20분전에 기자한테 눈시울을 붉히며 했던 다음과 같은 말을 머릿속에 떠올렸을 것이다. "표현할 길이 없어요. 고맙다고 해야 할지, 죄송하다고 해야 할지…. 너무 감동적이고 계속 꿈만 꾸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인생을 헛살지는 않았구나 하는 떳떳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2월 2일치에 쓴 것입니다. | ||||||||||||||
2009년 8월 26일 수요일
"45년 담배 끊고, 찾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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