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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 사이트 '청와대 열린마당'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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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 사이트 | "노무현 대통령께서 약속하셨던 교육 공약과 교육개혁 정책들이 실종되어 버리고 교육개혁의 희망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부디 참다운 교육개혁에 힘을 쏟아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지난 7일부터 청와대 사이트(www.president.go.kr) 게시판엔 이 같은 내용의 호소성 편지글이 하루에 한 차례씩 올라가고 있다. 대통령 전자우편으로도 함께 보낸 이 편지는 14일 현재 교육시민단체 대표들과 현장 교사 등 7명이 직접 작성했다.
집단 시위 대신 이처럼 릴레이 편지를 보내고 있는 곳은 '교육공공성 실현과 교육개혁 촉구 비상국민회의(이하 교육개혁 비상회의)'. 교육개혁 비상회의는 지난 2일 교육개혁 위기를 걱정하는 교육시민단체와 교육계 원로들이 모여 만든 비상회의체다. 현재 이 단체에는 민주노총, 전교조, 학벌없는사회, 함께하는시민모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등 84개 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심성보 교육개혁 비상회의 공동집행위원장(부산교대 교수)은 첫날인 7일 보낸 편지에서 "지금 노무현 대통령의 교육개혁 의지가 요즘 교육현장에서는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으니 어떻게 된 영문이냐"면서 안병영 교육부총리와 교육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심 집행위원장은 A4 용지 4장 분량의 편지에서 "대통령 공약 내용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안 내용이 (사라지고) 95년 김영삼 정부시절 상황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평준화의 근본을 허물고 특정 개인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는 자립형사립고나 특수목적고 제도가 범람할 것이 명약관화해지고 있어 위험한 상태"라고 걱정했다.
그는 또 "교육부장관은 국민적 논의와 합의도 거치지 않은 채 밀어붙인 EBS 수능강의를 종교교리처럼 여기고 있으니 참여정부의 교육개혁은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개혁 비상회의, "안 장관 퇴진 때까지 편지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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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개혁 비상회의는 지난 2일 1차 비상시국회의를 갖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10대 교육개혁 요구안'을 제시했다. 사진은 이날 기자회견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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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 교육희망 안옥수 |
안승문 집행위원(서울시교육위원)도 같은 날 편지에서 "교육개혁이 지지부진한 근본 이유는 한나라당을 지지한 교육부 상층관료들이 교육개혁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도 상당수의 교육부 상층 관료는 한나라당과 정신적 공감대를 갖고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8일자 편지를 보낸 장혜옥 공동집행위원장(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교육정책에 스며든 시장주의 이념에 대해 화살을 겨눴다.
장 집행위원장은 "서열화된 학벌사회가 되다보니 교육도 돈 놓고 돈 먹는 식의 투기상품이 되어버렸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입시제도 개혁과 수능 폐지, 교사회·학부모회·학생회 법제화 등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년퇴임 2년을 앞둔 김용택 교사(경남 마산 합포고)는 13일치 편지에서 "교육을 학교가 아닌 EBS에 맡기겠다는 발상이나 학생의 인권을 무시한 네이스 문제 처리에서 교육부의 한계를 봤다"면서 "늦을수록 반개혁세력들의 저항이 거세다는 점을 감안하셔서 퇴임 후 국민들의 머리 속에 영원히 남을 좋은 대통령이 되시기 바란다"고 적기도 했다.
이철호 집행위원(범국민교육연대 사무처장)은 14일 전화 통화에서 "구호성 참여만을 외칠 게 아니라 대통령이 참여의 제도를 직접 나서서 만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쓰고 있다"면서 "교육부장관과 교육부가 지금의 거꾸로 된 교육정책을 바로세우지 않는다면 안 장관이 퇴진할 때까지 편지와 함께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교육개혁 비상회의는 오는 23일 국민대토론회에 이어 7월 말께 2차 비상회의를 갖고 '교육부총리 퇴진 운동' 등을 선언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참여정부 교육개혁 10대 과제'를 제안하기 위해 대통령 면담도 요청해놓은 상태다.
이 단체가 발표한 교육개혁 10대 과제는 다음과 같다.
▲EBS 수능 방송 일제시청 중단 및 수능 출제 연계 방침 철회. ▲서열화 시험인 수능 폐지 및 대학입시제도의 개혁. ▲사학청산법의 폐기 및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 ▲안전한 우리 농산물을 사용한 직영 무상급식 실시.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의 폐기 및 교육개방 중단. ▲ 학생회 학부모회 교직원회의 법제화와 교장선출보직제의 실현. ▲국립대 민영화 및 산학협동법의 폐기와 대학구조조정 중단. ▲올바른 교육 행정, 교육자치 제도 개혁 및 교육 관료 조직 혁신. ▲비정규직 교원의 차별 철폐 및 교원 법정정원확보. ▲대학운영위원회의 설치 및 대학 강사의 법정교원지위 복원.
<교육개혁 비상시국회의가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교육개혁 비상국민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님께 드리는 호소문 - 1
대통령을 위한 참여 민주적 교육개혁
노무현대통령님!
그동안 탄핵의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느라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그동안 소수당의 집권 대통령으로 겪어야 했던 지난 1년 반을 생각하면 마음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참여와 자치를 강조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교육개혁의지가 요즘 교육현장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으니 어떻게 된 영문입니까?
‘왜’ 교육개혁이 안 되고 있는가?
우선 정부가 교육개혁의 의제를 잘못 설정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교육 시장화의 위험을 안고 있던 1995년 김영삼 정부때의 5.31 교육개혁안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여 실행하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하기에 인수위원회에서 이를 수정하였는데, 지금의 교육부 교육정책은 1995년 상황으로 되돌아 가고 있습니다. EBS 수능강의를 모든 학교가 강제적으로 시청하도록 하면서 일선교사는 모두 EBS 보조교사로 전락하여 교사의 창의력은 송두리째 사라지게 하고 있습니다. 5.31 교육개혁때부터 시작된 교육의 시장화(상품화) 논리는 교육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오도하고 공동체로서의 학교의 근본을 상실하게 하여 학교를 점점 폭력화의 온상이 되게 한 출발점입니다. 이러한 시장화의 논리로 어떻게 인간과 시민 형성의 교육이 가능하겠습니까?
‘어떻게’ 교육개혁을 할 것인가?
참여정부는 참여적 개혁방식을 채택해야 교육개혁에 성공합니다. 교육개혁에는 자유민주주의적 개혁, 사회민주주의적 개혁, 참여민주주의적 개혁이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적 개혁은 개인에게 교육기회를 많이 주며 개별적 선택을 중시하는 방식입니다. 이 개혁은 당연히 유리한 위치에 있는 개인에게 유리한 방식입니다.
이에 반해 사회민주주의적 개혁은 가정과 인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집단에 교육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사회적 권리와 평등을 중시하며, 불리한 위치에 있는 소수자의 권리를 소중히 여기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참여민주주의적 개혁은 교육개혁을 하는데 있어 현장의 목소리와 영향을 매우 중시하며 시민사회의 사회적 응집력을 소중히 여기는 방식입니다.
자유민주적 교육개혁은 요즘 경쟁의 이념을 중심으로 하는 영미식 교육개혁으로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지배적 이데올로기로서 군림해 온 방식이었습니다. 평준화의 근본을 허물면서 특정 개인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는 자립형 사립학교나 특수목적고등학교 제도가 평등성과 공공성을 지향하는 사회민주주의적 개혁과는 갈등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봅니다.
또한 지역자치와 교육자치가 통합되면 지역주의가 부활되어 평준화의 기조가 흔들리고 자립형사립학교나 특수목적고가 범람할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교육적 관점보다는 효율성의 관점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자치의 지역자치로의 통합은 그래서 위험한 것입니다. 행정구조가 간소화되고 권한이양이 밑으로 내려간다고 하여 실제 현장의 주체가 권한을 주도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다면 참여민주적 교육개혁은 어려워집니다.
우리는 오랜 군사정권으로 인해 참여가 배제된 역사를 갖고 있기에 교육개혁을 하는데 있어 사회민주주의를 기본이념으로 하면서 참여민주적 방식을 병용하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내실화하여 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해야 합니다.
특히 참여정부는 참여와 자치에 기반한 교육개혁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기에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함께 하는 교육개혁을 해야 합니다. 주체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동없이는 교육개혁은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EBS 수능강의에 대한 내용 문제는 차지하고라도 이 정책은 교육부장관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으로서 국민적 논의와 합의를 거치지 않았기에 얼마되지 않아 국민적 반발에 부딪혀 꼬리를 내릴 것이 뻔한 정책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럼에도 교육부장관은 그것을 금가옥조처럼 신봉하는 종교교리처럼 여기고 있으니 참여정부의 교육개혁은 물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습니다. 참여적 교육개혁이 올바로 정착되려면 아래로부터의 접근을 시도해야 하는데 장관은 독불장군처럼 군림하며 하향식 교육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서구의 모든 나라가 위로부터의 일방적 개혁이 현장의 교육주체로부터 동의를 받지 못해 도중에 하차하게 된 교훈을 장관은 잊고 있는 것같습니다.
‘누구를 위해’ 교육개혁을 해야 하는가?
199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Amartya Sen은 세계가 풍요해 진 것은 틀림없으나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롭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이 빈곤하고, 건강이나 교육 등 시민적 자유 등 기본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불량급식체제로 인해 건강하게 자라야 할 아동청소년들의 몸이 허약해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그렇고, 21세기 정보화사회에서 아직도 체벌로서 교육하고 있는 교사가 있다면 학생들의 기본권조차 유린하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이런 폭력을 방치하고 있다면 학교는 학생의 기본적 인권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안전한 장소가 못됩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위기이고 또한 참여정부의 위기입니다. 부패한 재단의 비리를 폭로하거나 학생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바른 소리하였다고 쫓겨나는 교사나 교수가 있다면 민주주의의 발전을 어렵게 합니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는 민주주의 학습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참여적 교육개혁은 바로 아이들을 위한 교육개혁?이 되어야 합니다. 교사와의 갈등으로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은 없어야 합니다. 학교가 답답한 곳, 괴로운 곳, 가고 싶지 않은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교가 학생들로 하여금 소외를 경험하는 곳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에 서로 존중하고 친밀함을 느끼게 하는 공동체의식이 충만한 곳으로 바뀌어져야 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는 학생들을 주체로 대우해야 합니다. 학생을 주체로 세우지 않는 교육개혁, 학생의 권한을 확대하지 않는 교육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을 위한’ 교육개혁을 할 것인가?
참여민주주의적 교육개혁의 방향은 다음과 같은 원칙에 유념하여야 합니다.
1) 교육은 함께 생각하고, 학습하고, 성찰하는 곳이라고 인식을 하여야 합니다. 교실을 사색하고 숙고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켜야 합니다. 인간을 근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세계를 깊이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교육의 본질에 부합하는 교육개혁을 해야 합니다.
2) 참여민주주의적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규모를 작게 해야 합니다. 학급을 작게 하고 학년당 학급수를 대폭 줄여야 합니다. 학년당 학급수가 열 학급을 넘어서면 학년별 행사를 하기가 어렵게 되고, 학생들을 창의적으로 평가하기가 불가능하게 될 뿐아니라, 학생이나 학부모도 군중화되고 익명화되어 구성원들간의 의사소통도 어렵게 됩니다.
3) 학교가 살아있는 민주주의 학습장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학교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학생들에게 소상하게 설명하여야 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학교운영위원회가 의결기구화되어야 하고, 학부모회와 학생회가 학교의 주요한 의사결정기구로 기능해야 합니다. 학교규칙을 학생 스스로 만들고 집행하며 그 규칙을 공정하게 운영하는 학교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4) 교사는 학생들에게 말하기보다 들을려고 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로부터 교육개혁은 시작될 것입니다. 민주적 리더십은 듣는 태도로부터 시작합니다 .
5) 교사는 학교바깥에서 직면하는 문제를 학생들이 자각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은 보다 유연하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교실밖의 사회적 문제를 교과서의 지식에 비추어 토론하고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
6) 교사와 학생은 서로 존중하는 인간적 분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교사는 배려와 존중의 자세로 학생들을 대우해야 합니다.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며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학생을 체벌하지 않고 교육할 수 있는 교사의 교육적 역량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학생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는다면 교사도 인격적으로 대우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7)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숙제를 도와주어야 합니다. 학습지진아를 그대로 둔 채 진도를 계속 나가는 것은 배울 권리를 침해하기에 인권유린인 동시에 일종의 폭력입니다. 한 아이라도 뒤에 버려두는 교육을 해서는 안 됩니다.
8) 학교 안이나 밖에서 이루어지는 비형식적 학습을 많이 제공해야 합니다. 교실 밖의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교육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학습을 많이 제공해야 합니다. 이라크파병문제, 김신일씨 피살문제 등 교육의 영역에 자유롭게 비판적으로 수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정치의 논리로 교육의 자율적 공간을 침해해서는 안됩니다.
9) 교사와 학생들의 물리적 교수학습환경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무미건조한 근대적 건물구조를 갖고 있는 교실을 미학적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10) 부패구조와 신분불안 속에서 교육하고 있는 다수의 사립학교의 교사나 교수들은 기본적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해 좋은 교육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피해는 궁극적으로 학생의 피해로 돌아가기에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는 사학은 철저하게 걸러내고 감시하여야 합니다. 그러기에 현재의 사립학교법은 대폭 개정되어야 합니다.
참여적 교육개혁은 제도적 개혁과 교실학습(교수학습)의 개혁을 분리시켜서는 안됩니다. 수준별이동수업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다인수 학급이 존재하고 학년별학급수가 열 학급이 넘는 상황 속에서는 실험될 수가 없습니다.
교사평가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교육주체들의 합의가 없으면 교사를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기제에 불가합니다. 교사나 학생은 국가교육정책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동적 수행자가 되기보다 거꾸로 그것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참여적 주체자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참여와 자치를 중시하는 교육개혁은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었기에 정치지도자들은 교육개혁의 의제와 교육주체의 요구들을 입법화하여 집행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하루속히 정부는 국가와 시민사회간의 갈등하는 교육개혁의 의제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해야 합니다.
중차대한 교육개혁의 의제를 둘러싸고 무엇보다 대통령과 교육시민단체간의 만남과 대화가 더욱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점입니다.
2004. 7. 7. 교육공공성 실현, 교육개혁 촉구 비상국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상임대표, 부산교대 교수
심성보 드림
교육공공성실현 교육개혁촉구 비상국민회의 호소문 7
수신 노무현 대통령
발신 교육공공성실현 교육개혁촉구 비상국민회의에 참여하는 교사 김용택
노무현대통령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마산의 합포고등학교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현직교사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고 있는 교실을 보면서 정년을 2년 정도 남겨놓은 늙은 교사의 마음도 함께 무너지고 있습니다. 아이들로부터 소외된 교사.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이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시험문제를 풀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아시다시피 교육개혁은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인 그런 문제가 아니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민족의 운명이 걸린 절박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고등학교를 나온 분이 대통령이 됐다는 것만으로 서민들에게는 희망을 주는 일이었습니다. 권위가 사라진 대통령, 보통사람의 편에서 서민들의 애환을 함께 할 그런 어버이 같은 대통령을 기대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참여정부의 출범은 시민의 시대, 개혁의 시대를 꿈꾸는 시민들의 기대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꿈이 조금이 무너지면서 실망이 좌절감으로 바뀌고 좌절감이 다시 분노로 바뀌고 있음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무현대통령님께서는 취임 인사 때 임기를 마치고 난 후에도 오래오래 국민들의 기억 속에 남을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훌쩍 지나고 또 교육혁신위원회의 교육개혁의 구상을 보면서 대통령께 직접 문제의 심각성을 말씀 드려야겠다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육이 한계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얘깁니다. 교육개혁에 대한 열망이 어떠한가는 교육부총리의 임명과정에서 확인 된바 있습니다. 그러나 한 차례 교육부장관이 바뀌고 또 교육혁신위원회가 출범한 지도 8개월이 지났지만 이렇다할 개혁에 대한 소식이 없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교육혁신위원회가 지방순회과정에서 내놓은 밑그림을 보면 ‘참여정부의 교육개혁은 물건너 갔다’는 얘기들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가 나온 이유는 ‘교육의 기회균등’이라는 헌법정신의 실현이 아니라 경쟁을 통한 수월성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만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자유라는 가치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놓고 어떤 가치를 우선 실현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정부는 출범초기부터 ‘신자유주의’를 기저로 경쟁을 통한 효율성이라는 교육정책을 견지해 왔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평범한 교사의 눈에도 효율성이란 힘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정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수월성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가 시대적 대세라고 하지만 학벌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공정한 경쟁이 아니기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영재학교와 자립형사립학교를 설립하고 교육시장을 개방해 외국인 학교를 세워 능력 있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합니다.
옳습니다. 학벌이 지배하는 사회만 아니라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아야 한다는 데 의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공정한 경쟁이 아닌 부모의 경제력으로 자녀의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는 규칙이 무너진 사회가 된 지 오래입니다. 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승패가 결정 난 게임을 두고 제자들을 경기장으로 내 몬다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재능이 있어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교육이 가능하겠습니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라는 국민적 여망이며 참여정부가 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립학교를 세웠다는 이유만으로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된 학교를 지켜주는 법은 법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보편적 가치가 실종된 교실에서는 교육이 불가능합니다. 학교장에게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못한 ‘교사 근무 평가권’이 주어져 있다면 학교는 폐쇄적인 사회가 되고 말 것입니다. 이러한 모순투성이의 현실을 외면하고 정부가 교장편을 들어주고, 사립학교재단이사장의 손을 들어주고, 힘있는 사람들의 편에 선다면 정권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해결방법은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교육혁신위원회의 개혁안이 실망스럽다는 이유도 바로 그렇습니다. 연말께나 대통령께 보고하겠다는 혁신안은 일류대학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고 기득권세력들의 눈치를 살피는 수준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교육을 한다는 학교에서 탈법과 불법이 판을 치고 있다면 학생들이 무얼 보고 배우겠습니까? 교육과정이 있어도 일류대학의 전형요강 때문에 교육과정이 유명무실하게 된다면 교실에서 교사가 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교육개혁의 초점은 학벌문제 즉 일류대학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학교릏 교육하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교육개혁의 핵심입니다. 이미 학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해결방안이 대학이나 전교조와 같은 단체에서 내놓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중등의 50%, 대학의 85%가 사립학교인 나라에서 사립학교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교육개혁을 말할 수 없습니다.
학교가 교육하는 곳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장 승진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현행승진제도를 그대로 두고서는 학교의 민주화도 교육예산의 투명한 운영도 불가능합니다. 교사의 자질문제뿐만 아니라 학교운영위원회 효율적인 운영 등 학교의 개혁은 학교장 자격제에서 풀어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헌신성과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람 중에서 교장을 뽑으면 좋은 학교를 만드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주요한 것은 교육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교육부가 변하지 않고서는 교육다운 교육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선교사들의 바램입니다. 교육을 학교가 아닌 EBS에 맡기겠다는 발상이나 학생의 인권을 무시한 네이스 문제 처리에서 교육부의 한계를 봅니다. 항간에는 ‘교육부를 해체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교육은 희망이 없다’는 얘기들을 공공연히 합니다. 학교가 교육의 본질적인 기능을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지 못한다면 교육부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늦을수록 반개혁세력들의 저항이 거세다는 점을 감안하셔서 학교가 교육하는 곳으로 만들어 퇴임 후 국민들의 머리 속에 영원히 남을 좋은 대통령이 되시기 바랍니다.
교사 김용택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7월 14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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