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이라크공격은 세계평화 이바지?

이라크전 보는 전교조 시선과 교육부 시선
 
윤근혁
 
교사들은 최근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두 개의 수업 자료를 받았다. 전교조가 만든 '반전 평화 계기교육 자료'와 교육부가 만든 '교과서 보완 지도자료'가 그것이다.

지난달 28일 전교조가 22쪽 분량의 '반전 평화 계기교육 자료'를 내놓자 조중동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이어 다음 날인 6월 29일, 교육부는 교육과정평가원에 의뢰한 분석 결과를 발빠르게 내놨다. "반전수업 자료가 파병 반대와 반미에 치우쳤다"는 게 그 분석의 뼈대다.

"정말 등골이 오싹한 것은 이렇게 편향된 수업자료까지 만들어 학생들을 의식화하려고 결사적으로 나서고 있는 전교조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가에 생각이 미칠 때다. 전교조는 학생들을 자신들의 무슨 목적의 정치 투쟁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인가." - 6월 30일치 <조선일보> 사설

"파병 반대, 반미 쪽 관점으로 기울어 전교조 교재 수업에 부적합" - 6월30일치 <중앙일보> 3면


교육부와 족벌언론 "전교조 자료는 반미 자료"

▲ 전교조가 6월 28일 낸 '반전평화 계기 수업자료'
ⓒ2004 윤근혁
하지만 이러한 언론들의 반응에 대해 일선교사들은 “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전교조 자료가 특별한 훈화 내용이나 지도안을 제시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언론 보도 내용 등을 묶어 놓은, 그야말로 '참고 자료'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이번 전교조의 자료는 ▲김선일씨 관련 자료 ▲한국군 파병에 대한 현지 반응 ▲이라크 파병에 대한 상반된 견해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대부분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교육부나 일부 언론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전교조식 논평이나 주장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외치는 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을 뿐이다.

자료에서 전교조는 국민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파병 문제에 대해 <동아일보>와 <한겨레>의 사설을 나란히 실었다. "파병 찬성 주장과 반대 논조를 견주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는 게 전교조의 설명이다.

일선교사들은 오히려 교육부가 내놓은 ‘지도자료’가 교육적으로 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지난 12일, 전교조의 '반전 평화 계기교육 자료'와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담은 '교과서 보완 지도자료‘를 발표했다. 초중고 여름방학을 일주일여 남겨두고 나온 이 자료는 14일 현재 학교로 전달되지 않은 상태며, 교육부 홈페이지에만 공개돼 있다.

23쪽 분량의 이 자료는 ▲이라크, 어떤 나라인가? ▲이라크에 평화를! ▲이라크 사태로 살펴보는 테러 등 세 묶음으로 되어 있다. 이 자료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한국의 이라크 파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 교육부가 12일 발표한 파병 자료인 '교과서 보완 지도자료'.
ⓒ2004 윤근혁
"미국은 이라크의 대량 살상 무기를 제거하여 자국민 보호와 세계평화에 이바지한다는 대외명분을 앞세워 영국·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이라크를 공격하였다."(5쪽)

"이라크에 파병되어 활동 중인 서희·제마 부대도 현지인에 대한 의료 지원 등 인도주의적 활동으로 파병 33개 국 중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14쪽)

"한국군이 활동중인 곳 어디에서나 환영하는 주민들의 모습과…제마 부대의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하고 바그다드에서 치료를 받으러 올 정도로 '한국군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14쪽)


그러나 파병 반대 여론을 극대화한 김선일씨 피살이나 오무전기 직원 피살 사건, 한국군 파병에 대한 이라크 국민들의 반응 등은 소개되지 않았다. 오히려 미 상원보고서에서조차 “미국행정부가 과장되거나 조작된 CIA 보고서에 의거해서 이라크 침공을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시정부의 대이라크 논리를 그대로 소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자료의 후반부는 "납치되었을 때 저항하지 말고 순순히 하라는 대로 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는 '테러 대응책'이 차지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교육부는 전체 자료 분량의 1/3이나 차지하는 7페이지 분량에 걸쳐 테러 대응책을 설명하면서 "100% 탈출 자신이 없으면 탈출을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 납치범과 눈을 마주치지 말라. 납치범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을 적어 놓았다.

교사들 "편협한 자료 만든 교육부는 자가당착에 빠져"

교육부의 이번 자료집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전쟁과 파병을 찬성하는 일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특정 가치를 강제로 주입하려고 한다"며 비판했다. 또한 '대량살상 무기 제거'라는 이라크 전쟁 명분이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세계 평화’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성옥규(서울 인수초) 교사는 "우리 교육에서 반공 의식을 학생들에게 주입하기 위해 온갖 방법이 동원된 사실이 있지 않냐"면서 "이 교육부 자료집 또한 학생들이 참고 자료로 써서 토론을 벌일 수 있도록 만든 게 아니라 한쪽의 주장, 파병 찬성만을 편협하게 주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연식(서울 서초중) 교사는 "교사들의 계기 수업에 대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 방해하던 교육부가 편협한 내용의 자료집을 만들어 돌린 것은 자가당착"이라면서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시대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에 교육부는 과연 디딤돌인지 걸림돌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 전교조가 낸 반전평가 계기수업자료집 
- 교육부가 낸 교과서 보완 지도자료.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7월 14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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