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돋보기 11월19일] 못믿을 배치표, 사회주의...

교육방송 라디오 원고
 
윤근혁
 

◎배치표, 믿지 마세요

-17일, 그제 수능시험 날이었는데요. 수능 후에 학원가에서 많이 팔리는 게 있죠? 바로 입시배치표인데요. 이 배치료라는 게 무엇인가요.
입시배치표는 각 대학의 학과를 지원 가능한 점수 별로 쭉 늘어놓은 ‘대학서열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배치표는 사설입시학원들이 나름의 기준을 적용해 만들어서 주로 돈을 받고 팔고 있습니다. 예전이나 올해나 전국의 수많은 수험생들은 이들의 배치표를 기준 삼아 지원 대학을 선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배치표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요.
그렇습니다. 올해 2005학년도 입시부터는 이 배치표의 신뢰성이 크게 손상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시다시피 올 수능은 7차 교육과정이 처음으로 적용되기 때문인데요. 각 영역별 시험 과목을 수험생들이 임의로 선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늘어난 것이죠.

한 술 더 떠 대학별로 뽑는 방식이 천차만별로 바뀌었습니다. 200개 대학의 입학전형을 보면, 한마디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다양하다는 지적인데요. 일단 수능 반영비율이 대학별로 다르고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면접·구술고사, 논술고사, 최저학력기준에 이르기까지 반영비율은 제 각각인 상태입니다. (수능의 점수변환방식도 대학마다 달라)

형편이 이런데도 배치표는 수능원점수로 서열을 정해 모집단위를 나열하고 있는 것이죠. 비교 대상이 안 되는 데도 학원들 임의대로 대학간, 학과간 서열을 매기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입시학원의 배치표 작성 행위가 무책임하고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으니 당장 중단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 수험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행인 것은 예전에 비해 대학들이 입학정보를 인터넷에 자세히 올려놨다는 것이고요. 인터넷 동호회 활동이 넘치고 있으니 이를 활용할 것을 권고하는 의견도 있는데요. 학원에서 입수한 배치표만 놓고 대학을 진학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제안이 나오고 있는 것인데요.

각 지원 대학별 점수공개동호회와 입시상담동호회는 대학 지원자들의 입학점수를 분석해 대학의 평균점수와 커트라인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들 동호회는 주로 인터넷 다음사이트의 카페에 가서 해당 대학이름을 치면 나옵니다.)

이런 동호회는 배치표에 의한 단순 점수 비교보다 현장감 있는 입시정보를 접할 수 있어서 오히려 꼭 참고할만하다는 입시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오마이뉴스 최육상 기자 기사 요약>
 
◎ 하버드 등 유수 대학들은 이사선출제

-여당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놓고 '사회주의 악법'이라는 비판도 있었다는 얘기를 저번 주에 했는데요.
그렇습니다. 지난 7일 사학재단이 연 '사립학교법 반대 교육자대회'의 결의문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여당은 '개방형 이사'라는 미명하에 강성 노조 교직원에게 이사를 추천 선임할 수 있게 하는 사학법 개악안을 냈다. 이것은 세계에 유례 없는 악법안이다. 세계의 양식 있는 지성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런 식이었는데요.

<<개방형 이사제는 교사·학부모·지역인사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대학은 교수회 등이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에서 전체 이사 가운데 1/3을 추천하는 제도인데요>>
이 같은 결의문 내용은 이미 일부 언론의 보도에서도 나온 것이었는데요. 하지만 이날의 결의문을 정면으로 뒤집는 분석 자료가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와세다, 게이오, 버킹검대학 등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유수 사립대학들 가운데 상당수가 교원, 학생 등이 이사를 뽑는 과정에 참여해 법인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설립자나 기존 이사회 임원들이 이사 선임권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과 딴판인데요.

이 같은 사실은 열린우리당 교육위 최재성 의원이 17일 발표한 '사립학교법 Q&A'란 보고서에서 밝혀졌습니다. 최 의원 쪽은 이날 "외국 사립대학의 법인 정관을 입수해서 분석한 자료를 내놓은 것은 한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세계 유수대학들은 사실상 개방형 이사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명문사립대학으로 꼽히는 하버드, 프린스턴, 스탠포드, 예일 등은 우리나라와 달리 동문 등 학교구성원도 이사 선출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하버드대학은 총장과 교수로 구성된 '하버드 법인'에서 학교운영에 관계된 일을 맡아보고 있으며, 동문들의 투표로 뽑힌 위원으로 구성된 감독관평의회도 이사회 역할을 하는 등 양원체제로 짜여 있었고요. 미국 프린스턴대는 학생과 동문도 이사를 선출하도록 해놨습니다.

-일본과 영국의 사립대학들은 어땠나요?
이런 점은 일본도 비슷한데요. 일본 사립학교법은 38조에서 개방형 이사회와 비슷한 규정을 아예 두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와세다대학은 교직원이 많게는 12명, 졸업생은 4명까지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체 정관을 만들어놓은 상태고요. 게이오대학도 교직원과 동문을 호선해서 이사로 참여토록 했습니다. 교직원과 동문에게 이사회 문호를 큰 폭으로 열어 놓은 것이다.

특이한 것은 영국인데요. 영국 유일의 사립대학인 버킹검대학은 교직원회에서 선출된 인사 2명과 학생회장 등 학생 3명이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해놓고 있었다. 학생까지 이사로 참여토록 한 것이죠.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최재성 의원은 뭐라고 하던가요?
최 의원은 그제(17일)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나라 사학의 법인 전입금은 중고등학교는 2.2%에 불과한데도 설립자 등이 이사 선임권을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외국의 사학들은 자체 재정으로 학교를 운영하면서도 이사회의 문호를 개방, 학교 구성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습니다.

'개방이사제가 사회주의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는데요. 최재성 의원은 "사학재단과 일부 언론이 개정 사립학교법에 대해 사회주의적이라고 비판한다면 미국이나 일본, 영국도 사회주의 국가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우리나라는 개방형 이사제를 한 번도 안 해봤기 때문에 사실을 왜곡하는 선전 선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가 교육문제인 만큼 합리성에 바탕한 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 교육복지로 부모 소득과 학력의 상관 관계 줄여야

-부모소득이 높고, 방과 후 어머니가 집에 있을수록 자녀 학업성적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요?
그렇습니다. 부모 소득이 높으면 높을수록 성적이 좋았고, 어머니가 방과후에 집에 있으면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보고 내용이 나왔습니다. 

사실 부모 소득과 학력의 정비례 관계 보고서는 한 해에 한두 번씩은 계속 나온 것인데요. 이번에도 다시 그런 사실이 확인됐네요.

이런 결과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4월부터 전국 중 3생과 일반계·실업계고 3학년생, 6천명을 조사해서 발표한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죠.
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소득 300만원 이상 부모의 중학생 자녀는 성적 상위권에서 44%나 됐고 하위권은 26%로 나타났습니다. 상위권 비율이 무척 높았던 것이죠. 방과 후 어머니가 집에 있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적이 우수한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이와 비슷한 또다른 조사결과도 있는데요. 월가구 소득 300만원 이상 부모를 둔 학생은 일반고에 41%, 실업고에 17% 정도 있었습니다. 반면 100만원 이하는 실업계가 23%로 일반계 8%에 견줘 세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아버지가 비정규직인 비율도 실업계는 15%로 일반계 6%보다 많았고요.

이렇듯 실업계와 일반계 고교 등 학교 계열에 따른 학생들의 가구 소득 등 환경 격차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적인 요인이 학업성취도까지 좌우한다는 조사결과인데요. 이에 대한 대안이 절실한 상태로 보이는 군요.
그렇습니다. 부익부 빈익빈이 경제용어에서 교육용어로 바뀔 형편까지 치달은 것처럼 보이는데요. 정부가 할 일은 과감한 교육복지 정책으로 공정한 교육경쟁이 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경제적 계층에 상관없이 공교육체제에서만큼은 학생들이 공평하게 대우받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일 것입니다.

 
2004/11/19 [11:50]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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