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하버드 등 유수대학들은 이사선출제

개방형 이사가 사회주의적이라고?
최재성 의원 외국대 분석... 미국 일본 영국도 사회주의?
 
윤근혁
 
▲ 지난 11월 7일 '사학법 반대 교육자대회' 모습.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자'는 팻말이 보인다.
ⓒ2004 오마이뉴스 권우성
"여당은 '개방형 이사'라는 미명하에 강성 노조 활동을 하는 교직원에게 이사를 추천 선임할 수 있게 하는 사학법 개악안을 개혁입법이라고 하면서 국민을 속이고 있다. 이것은 세계에 유례없는 악법안이다. 세계의 양식 있는 지성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역. 사학법인연합회 등 사학관련 단체들이 개최한 '사립학교법 반대 교육자대회'에 참석한 1만여명의 참석자들은 이와 같은 결의문 내용을 듣고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이날의 결의문을 정면으로 뒤집는 분석 자료가 나왔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와세다, 게이오, 버킹검대학 등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유수 사립대학들 가운데 상당수가 동문 또는 교원, 학생도 이사를 뽑는 과정에 참여해 법인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는 설립자나 기존 이사회 임원들이 이사 선임권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열린우리당 교육위 최재성 의원이 17일 발표한 '사립학교법 Q&A'란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이 보고서는 외국 사립명문대 법인 정관과 일본 사립학교법 등을 분석한 A4 용지 10쪽 분량의 자료다. 최 의원 쪽은 이날 "외국 사립대학의 법인 정관을 입수해서 분석한 자료를 내놓은 것은 한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여당 사립학교법 개정안 중 '개방형 이사제'를 놓고 사회주의적이라고 비판한 사학재단과 일부 언론의 주장에 대해 실증적으로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개방형 이사제는 교사·학부모·지역인사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대학은 교수회 등이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에서 전체 이사 가운데 1/3을 추천하는 제도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명문사립대학으로 꼽히는 하버드, 프린스턴, 스탠포드, 예일 등은 우리나라와 달리 동문 등 학교구성원도 이사 선출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하버드대학은 총장과 교수로 구성된 '하버드 법인'에서 학교운영에 관계된 일을 맡아보고 있으며, 동문들의 투표로 뽑힌 위원으로 구성된 감독관평의회도 이사회 역할을 하는 등 양원체제로 짜여 있었다.

외국사립대 정관 분석을 통해 본 법인이사회 구성 방식

사립대학(나  라)

법인이사회 구성 방식

설립자·기존 임원이 선임하지 않는 개방형이사 유무

대한민국 7명 이상으로 이사회 구성. 설립자나 이사장, 기존 이사회 임원들만 법인이사 선임권이 있음

×

하버드대학(미국) 법인은 감독관평의회와 총장·교수로 구성되는 하버드법인의 양원체제로 구성. 감독관평의회는 5년간 배출된 학위소지자(동문)들에 의해 투표로 선정된 의원으로 구성.

프린스턴대(미국) 40명의 이사 중 주지사, 대학총장 2명은 당연직. 13명의 이사는 동문들과 학생들이 선출.

스탠포드대(미국) 총 35명의 이사로 구성. 총장은 당연직 임명. 나머지 34명은 투표로 선출하되, 그 중 8명은 반드시 동문회에서 동문들이 선출함.

예일대학(미국) 이사회 총 19명 가운데 총장과 코네티컷 주지사와 부지사는 당연직 이사. 개교 당시 수탁자위원회 상속자들 중 선출된 이사 10명, 나머지 6명은 동문들 중에서 선출함.

와세다대학(일본) 법인은 평의원회와 이사회의 양원체제. 이사는 평의원에서 14∼17명을 선임하는데, 이 중 교직원 이사가 10∼12명, 동문회에서 선임하는 이사가 3∼4명임. 평의원은 총장, 학부장 말고도 교원 중 호선한 자 등으로 구성.

게이오대학(일본) 법인은 평의원회와 이사회의 양원체제. 이사회는 학장 등과 평의원 중 호선 된 자로 구성. 평의원회는 학교 교직원 중 호선된 자(10∼15명), 동문들의 투표로 선출된 자(30명), 평의원회에서 선출된  자(25명) 등으로 구성.

버킹검대학(영국) 이사회는 총장, 부총장, 겸직이사, 대학평의회 의원 등 14명 외에 버킹검 시의회에서 2명, 교직원회에서 선출된 2명, 학생회장과 다른 1명의 전업학생과 대학원생 1명 등으로 구성됨.

ⓒ 오마이뉴스 /자료제공: 최재성 의원실

미국 프린스턴대, 학생과 동문도 이사 선출
영국 버킹검대, 교직원 대표와 학생회장도 이사


또 프린스턴대학은 전체 이사 40명 가운데 13명을 학생과 동문들이 선출하도록 정관에 명시해 놓았다. 프린스턴대학과 예일대학은 주지사 등 지방정부의 수장이 당연직 이사로 참여하도록 하는 등 문호를 개방해 놓은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와 같이 독립된 사립학교법이 존재하는 일본도 이사장이 직원이나 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평의원회에 예산 등 학교운영에 관한 내용을 협의토록 법으로 규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와세다대학은 교직원이 많게는 12명, 졸업생은 4명까지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체 정관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이오대학은 평의원 중 호선된 자도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데, 평의원은 학교 교직원 가운데 호선된 자(10∼15명), 동문 투표로 선출된 자(30명) 등으로 구성하고 있었다. 교직원과 동문에게 이사회 문호를 큰 폭으로 열어 놓은 것이다.

영국 유일의 사립대학인 버킹검대학은 교직원회에서 선출된 인사 2명과 학생회장 등 학생 3명이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해놓고 있었다.

이 보고서는 "현재 우리나라 사학의 법인 전입금은 중고등학교는 2.2%, 대학은 6.8%에 불과한데도 설립자 등이 이사 선임권을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외국의 사학들은 자체 재정으로 학교를 운영하면서도 이사회의 문호를 개방, 학교 구성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개방이사제가 사회주의적'이라는 지적과 관련, 최재성 의원은 "사학재단과 일부 언론이 개정 사립학교법에 대해 사회주의적이라고 비판한다면 미국이나 일본, 영국도 사회주의 국가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일본만 해도 사립학교법 38조에 개방형 이사의 참여를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또 "우리나라는 개방형 이사제를 한 번도 안 해봤기 때문에 사실을 왜곡하는 선전 선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런 쓸데없는 이념 논쟁이 사립학교법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사립교는 개인재산... 이사장이 주인"  "국고지원... 국가와 학부모가 길렀다"
개방 이사제 74%, 학운위 심의제 66% 찬성
국고지원 한해 3조... '전입금 0%' 허다  이러고도 학교 '개인재산' 주장할텐가
'사학법 개정' 왜 반대하나 했더니...  조중동 사주 등 사학재단 이사 다수



'사회주의 논쟁' 불붙이고 기름 붓고
<조선><동아>, 개정 사학법안 놓고 때아닌 이념 '풀무질'

▲ 10월 20일 <조선> 1면 기사.
ⓒ조선PDF

전현직 사주가 사학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일부 보수신문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놓고 '때 아닌 사회주의 논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10월 15일치 '교육 쿠테타인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와 여당이 만들었다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교사들에게 학교를 넘겨주겠다는 뜻"이라면서 "교실은 전교조의 좌파이념 세뇌장이 되고 말 것이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교육 소비에트화', '교육 쿠데타'가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 발표에 때를 맞춰 '사회주의 논쟁'에 불을 붙인 셈이다.

이 같은 <조선> 사설이 나온 다음날인 10월 16일,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사학들이 '사학법인의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회주의로 가겠다는 말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반발"이라면서 '사회주의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이 두 신문의 '사회주의 풀무질' 사설이 나온 지 3, 4일 뒤인 같은 달 19일, 한국사학법인연합회를 비롯 사학 관련 9개 단체는 "이 나라가 사회주의 국가냐"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어 사회주의 논쟁에 본격 뛰어 들었다.

이들은 이날 성명에서 "지금 정부와 여당은 사립학교를 '사회에 공여된 공공의 재산'처럼 왜곡하면서 사학을 사회 공영으로 바꾸려 하는 참으로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규정했다.

이어 <조선>과 <동아>는 다음날인 10월 20일치에 낸 자사신문에서 사학재단의 '사회주의' 주장을 1면 머릿기사 등으로 비중 있게 보도했다. 결과로만 놓고 보면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 속에서 '보수신문-사학재단-보수신문'으로 이어지는 정교한 '삼각패스'가 이뤄진 셈이다. / 윤근혁 기자
  [주장] 사립학교법, 담장 걷고 울타리 치자는 것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11월 18일에 쓴 것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