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돋보기 12월10일] 어떤 성적표, PISA

교육방송 라디오 원고
 
윤근혁
 

◎어떤 성적표가 좋으세요

-겨울방학이 다가오는데요. 방학하는 날 아이가 성적표를 갖고 오는데요. 이에 학부모들은 이 성적표에 울고 웃기도 하는데요.
그렇습니다. 현재 전국 1만여 개 초중고에서는 성적표 준비작업이 한창인데요. 교사들은 그 동안 학생들에 대한 수행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성적표를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성적표(통지표, 학생생활기록표)는 크게 서술형, 단계형, 점수제시형 등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요. 서술형은 '@@을 잘합니다' 식으로 글로 나타낸 것이고요. 단계형은 과목별 영역에 따라 상중하(별표, 동그라미, 세모) 형태로 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국어는 말하기, 듣기, 읽기 등으로 영역을 나눠 평가하는 것으로 수우미양가식 평가는 아님). 현재 중고등학교는 점수제시형이 많고 초등학교는 단계형과 서술형을 주로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술형 성적표를 받아본 학부모들은 뭐가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는 소리도 하더군요.
마침 이에 대해 조사한 내용이 있습니다. 교사는 성적 통지방식으로 단계형 평가를 선호하는 반면, 학부모는 점수제시형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 동부교육청이 9일 발표한 결과인데요. 이 동부교육청은 '평가통지양식' 전시회를 열면서 이 행사에 참석한 교사, 학부모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이렇게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죠.
조사 결과를 보면 교사 558명 가운데 340명(60.9%)은 단계형 평가방식을 선호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근래 들어 많이 적용하는 형태인 서술형은 50명(8.9%) 정도만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교사들은 과목에 있는 영역별로 상중하 단계별 평가를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는 것인데요. 점수제시형 평가방식은 30.1% 수준인 168명이 동의했습니다.

이에 비해 학부모들은 점수제시형을 가장 많이 원하는 것으로 나왔는데요. 전체 응답자 178명 가운데 115명(64.6%)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무래도 자녀의 성적을 점수로 보면 정확히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작용한 결과로 보이는데요. 52명(29.2%)는 단계형 평가방식을 선호했고요. 서술형 평가방식을 원하는 학부모는 10명(5.6%)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서술형 통지방식에 대해서는 교사나 학부모가 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지금 서술형 통지표를 제공하는 상당수의 학교에서 쓰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블랙박스'라는 것인데요. 이 프로그램엔 서술의 편의를 위해 예문이 나와 있는데 이 예문을 일부 교사들이 그대로 활용하면서 서술형의 본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독일의 경우 성적표가  A4 용지 10장이라고 하는데요. 이 나라는 영역 단계별로 평가를 한 뒤 서술형을 덧붙이는 형태인데요.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통지표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모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OECD 평가 결과 복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벌인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나왔는데요. 우리나라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비회원 40개국 가운데 우리나라 현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문제 해결력 1등, 읽기 2등, 수학 3등, 과학 4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OECD가 지난해 6월 만 15세 학생들 세계 28만여 명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한 결과입니다.

우리나라는 151개 학교 5612명(당시 고1 학생)이 시험을 봤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7일 "우리나라 학생들의 전반적인 성취 수준은 국제 수준과 비교할 때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시험은 어떤 것이었나요?
OECD는 학업 성취도에 대한 국제비교를 하기 위해 3년에 한번씩 학업성취도 평가를 진행해오고 있는데요. 평가가 끝나면 '학업 성취도 국제비교 보고서'(이하 PISA 2003)를 내게 됩니다. 이 보고서가 최근에 나온 것입니다. 2000년에 이어 이제 두 번째인데요. PISA 결과는 국제관계에서 학생들의 수준을 가늠하는 가장 공신력 있는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럼 이 PISA 결과를 더 자세히 살펴보죠.
PISA 2003 보고 내용에 따르면, 상위 5% 안에 드는 최상위권 학생의 등수도 2000년 실시한 OECD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00. 31개국 참여) 결과보다 좋았습니다. 읽기는 20등에서 7등, 수학은 5등에서 3등, 과학은 5등에서 2등으로 전체적으로는 18계단이나 뛰어올랐는데요. 이번에 처음 실시한 문제 해결력은 최상위권 학생이 3등을 기록했습니다.

상위 5%와 하위 5% 수준 학생 사이의 점수 차이도 OECD 평균보다 낮게 나타나 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세계 수준에 견줘 적게 나왔습니다.

-이 결과 발표 후 결과에 대한 판단을 놓고 갖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그 동안 일부 언론이 주장한 학력 하향평준화론은 근거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 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학업성취도를 바탕으로 국제비교를 진행한 결과 우리나라 전체 학생들은 물론 최상위권이었고요. 우리나라 상위권 학생들도 세계 상위권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같은 결과는 언론 일각에서 주장한 '학력저하론', '평준화의 하향 평준화 주범론'을 뒤집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부국장 베르나르 위고니어가 8일(그제) 정부종합청사에서 한 말도 이를 뒷받침하는데요.

그는 "한 학교에서 다양한 배경의 변인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공부할 때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끼리 있으면 성적이 더 내려가고, 잘하는 학생들끼리 모아 두면 성적이 조금 올라가지만 다른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면 성적이 더 많이 올라간다."

일단 '한자로 자기이름도 쓰지 못한다', '서울대 입학생 중에 기초학력부진아가 많다'는 식의 자의적인 학력저하 논리는 수그러들 것으로 보입니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육학 교수는 "평준화 공교육 체제에 대한 공격을 위해 만들어 낸 자학적인 엉터리 진단을 재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의 이런 높은 학업성취도 배경엔 사교육의 힘도 있다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 한국학생들, 공부 시간도 '최고'

-학력저하론의 문제점을 얘기하셨는데요. 한국학생들의 공부시간도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고요. 시간을 많이 들이니 성적이 높은 것 당연하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한국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는 내용도 이번 OECD 조사결과에서 밝혀졌습니다.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이 9일 낸 보도자료에 있는 내용인데요.

이 의원이 분석한 내용을 보면 정규수업과 보충수업, 심화수업을 합한 학생들의 총 학습 시간은 일주일에 37.1시간이었습니다. 조사대상국 40개국 중에 1등이었는데요. 2등을 차지한 타이(32.2시간)를 크게 앞질렀습니다.

-더 자세히 살펴보죠.
한국 고교 1학년 학생들의 정규수업 시간은 30.3시간으로 타이(30.5시간)에 이어 2위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보충수업 시간은 4.9시간으로 40개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1등을 차지했습니다. 멕시코가 4.1시간으로 뒤를 이었고 핀란드는 0.2시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학교에서 실시하는 심화수업 시간은 주당 1.9시간으로 멕시코 3시간, 터키 2.2시간에 이어 핀란드와 공동 3위를 기록했습니다.

-사교육에 쏟아 붇는 시간도 많았을텐데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주당 평균 개인과외로 1.3시간, 학원에서 3.8시간, 기타 4.2시간으로 평균 9.3시간을 사교육에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많은 경우도 있었는데요. 터키(11.7시간) 그리스(10.0시간)가 그랬는데, 우리나라는 사교육 투여 시간에서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비해 PISA 보고서에서 학업성취도 최상위권을 차지한 핀란드의 사교육 시간은 1.3시간에 불과했고 아시아권인 홍콩과 일본도 각각 2.4시간과 2.6시간에 그쳤습니다. <한겨레 10일치 강성만 기자 기사 참고>

-공부하는데 들인 시간이 세계 1등이라는 것은 그렇게 자랑스런 모습은 아닐텐데요.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다는 말도 있듯이 정서 인지적 발달을 위한 독서나 여행도 학생들에게는 필요한 것 아닌가요?
요즘 학교 안팎에서 나오는 말 중에 학습기계(학습머신)이란 게 있는데요.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직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공부만 하는 학생을 놓고 이렇게 말하는 것인데요.

사정이 이런데도 서울시교육청은 2005학년도에 제1 교육목표로 '학력향상'을 잡아놓은 것은 확인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학력고사 또한 전국에서 부활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더 공부를 해야 학력저하가 아닌 것이고, 학력향상이라고 보고 있는 것인지 교육당국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04/12/11 [01:05]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