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돋보기9월24일] 학생체벌, NEIS 끝

교육방송 라디오 원고
 
윤근혁
 

◎헌법재판소로 간 학생체벌
 
- 학생체벌 논란이 결국 헌법재판소로 옮겨졌다고 하는데요.
'사랑의 매는 필요하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서로 상반된 체벌 관련 논란이 계속 이어졌는데요. 결국 이런 해묵은 논쟁이 21일 헌법재판소로 옮겨갔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죠.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체벌이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침해한다'면서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일단 체벌 관련 조항이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과 인격권, 제11조 1항의 평등권, 제12조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학생들이 일방적인 가해행위를 받아들여야 하므로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얘기고요. 극악무도한 범법자에게도 태형이 존재하지 않는 데 비해 학생들이 사소한 잘못으로도 체벌 당하는 것은 평등권의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육법에 체벌 관련 조항이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초중등교육법 제18조 1항과 교육법시행령 37조 7항에 규정되어 있는데요. 먼저초중등교육법 18조 1항을 보면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여기서 '기타의 방법'이란 말속에 체벌도 들어갈 수 있는 셈입니다.

또 교육시행령은 제31조 7항에서 "학교의 장은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 훈계 등의 방법으로 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건 내용으로 봐서는 체벌을 규제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바꿔 말하면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 체벌을 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학교현장에서 체벌 논란이 계속 있는 것을 보면 체벌은 현재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예. 참교육학부모회 조사결과를 보면 체벌에 대한 상담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2003년 체벌 상담은 모두 291건으로 전체 680건 중 42.8%였습니다. 올해 9월 현재에도 체벌에 대한 상담은 전체 상담 횟수 555건 가운데 103건으로 18.5%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체벌에 대해 교육당국은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나요?
아까 살펴봤듯 법으로는 체벌이 금지된 상태가 아닙니다. '불가피한 경우 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요.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 2002년 '매의 굵기와 길이' 등을 규정하는 지침을 각 학교에 내린 바 있습니다. 각 학교도 이에 근거해 체벌규정을 만들었고요. 하지만 이 체벌규정은 사실 어떤 내용인지 교사들도 모르고 있는 상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체벌문제는 보는 이에 따라 판단이 쉽지 않는 문제인데요.
분명한 것은 매로 사람을 가르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입니다. 참교육학부모회 박경양 회장은 "이제 우리도 법으로 체벌을 허용하는 야만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또한 체벌로 아이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어른들의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매로 강요된 권위나 교육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매와 강요가 없어진 즉시 권위나 교육도 사라지기 때문인데요. 체벌이란 무기 없이도 교육을 제대로 하는 교사가 좋은 교사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 고교등급제 2라운드

-고교등급제에 대한 교육부 실태조사가 마무리됐죠?
지난 22일로 일단 대학별 실태조사는 끝났습니다. 20일부터 3일 동안 진행했는데요. 실태조사를 받은 대학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6개 대학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대학에서 요구자료를 교육부 실태조사팀에게 주지 않는 등 '버티기'가 있었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자료를 요구했는데 대학들이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최 의원이 요구한 자료는 △출신 고교별 지원자 △합격자 △합격률과 전형자료 등이었습니다.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이죠.

-일단 조사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교육부는 조사결과를 추석이 지난 뒤에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정감사가 10월 4일에 진행되니까 적어도 9월 30일이나 10월 4일 이전엔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고교등급제 논란으로 당초 어제(23일) 예정됐던 2008년 새 대학입시제도 최종안 발표도 미뤄진 상태입니다. 교육시민단체는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고요.

-고교등급제는 사실 98년부터 대학별로 추진 움직임이 있었다고요?
그렇죠. 올해 논란이 심하게 일긴 했지만 이미 이전부터 고교등급제 추진 움직임은 계속 되어 왔습니다.

교육부가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한 6개 사립대 입학처장들이 18일 긴급회동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 대학들은 고교등급제를 구상해본 적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들의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이 당시 언론보도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미 2000년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를 비롯해 서울지역 7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대책회의를 갖고 '고교등급제 추진'을 결정한 바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실태조사 대학으로 지목된 한 대학은 고교등급제 내용을 '수시모집 요강'에 실제로 명문화한 적도 있었습니다.

서울대도 이미 98년에 '2002년부터 고교등급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이번에 실태조사 대상으로 지목된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도 98년 고교를 3∼5등급으로 나누는 고교등급제를 구체적으로 계획했던 것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고교등급제는 시행되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죠.

-고교등급제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교육계는 심각한 홍역을 치룰 가능성이 크겠군요.
실태조사 결과는 일단 두 가지를 예측해 볼 수 있겠습니다. 먼저 '고교등급제가 없었다'는 것인데요. 이럴 경우 겉치레 조사라는 반발에 휩싸일 가능성이 큽니다. 벌써부터 교육시민단체들은 특별감사를 진행하라고 요구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고교등급제가 있었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는 더 심각합니다. 우선 해당 대학에서 탈락한 학생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요.
이에 더해 연세대 총장과 교무처장 출신인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과 안병영 부총리한테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이번 교육혁신위 소속 대학입시혁신팀장이었던 민 아무개 교수가 2000년 고교등급제 추진합의 당시 연세대 입학관리처장이었는데요. 이들에 대한 퇴진 요구 또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교육부는 고교등급제를 놓고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상태로 보입니다.

◎ NEIS 논란 끝
 
-교육계 시스템 태풍으로 불리던 교육행정정보시스템, NEIS를 둘러싼 논쟁이 끝나게 됐다고요?
예. 지난 해 초부터 장장 1년 6개월여 동안 교육계에 큰 회오리를 불러일으켰는데요. 결국 어제(23일) NEIS에 대해 교육부와 전교조가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NEIS는 전국 1만여개 초중등학교와 교육청, 교육부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인데요. 학생정보인권 침해 논란 때문에 좌초위기에 몰리기도 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죠.
그동안 교육부는 NEIS 27개 영역 전체를 전면 시행하려고 했고 전교조는 이 가운데 학생부, 건강기록부와 관련된 3개 영역을 전면 폐기하라고 주장해 마찰을 빚었는데요. 합의 결과 서버를 분산하는 형태로 2006년 3월 1일부터 전체 영역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교육부와 전교조는 이날(23일) NEIS의 교무, 보건, 진학 등 3개 영역의 새 시스템을 내년 7월부터 순차적으로 개통한 뒤 시험운행을 거쳐 2006년에 전면 개통하기로 했습니다.

양쪽은 문제의 3개 영역에 대해 5백20억원 범위 안에서 단독 서버를 두기로 했는데요. 고교와 특수학교는 학교 단위의 단독 서버로, 초·중학교는 15개교를 하나로 묶은 그룹 서버로 운영하기로 최종 합의했습니다.

-520억원이 더 든다고 하니 걱정이기도 한데요. 그동안 지출한 사회적 비용은 이보다 엄청났을 것 같네요.

추가 비용 520억원은 NEIS 초기 추진비용과 똑 같은 액수인데요. 말씀대로 지난해 1년 동안 치룬 교육계의 마찰 손실비용을 따진다면 더 엄청난 액수일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부의 강행과 전교조 등 시민단체의 저지 싸움 속에 아이들만 피해를 봤습니다. 사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도 NEIS에 대해 국제인권협약이나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왜 이런 문제가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해결되어야 하는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참여정부'에서 학부모와 교사 등 교육주체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았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길지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은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지 생각해 볼 때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금까지 NEIS 관련해서 책임을 진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단식 45일째...강의석군 문제해결 '초읽기'

-'학내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며 단식 44일째를 맞고 있는 대광고 강의석군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고요.

어제(23일) 강군 부모와 대광고·교육부·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이 예배 선택권을 놓고 대광고에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대광고도 '예배선택권 허용 여부를 놓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대체활동 방안을 권고하기로 했다고요.
그동안 침묵해온 서울시교육청이 22일 마침내 "종교학교가 내년부터 연간 교육 계획을 제출할 때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대체 활동 방안을 명시하도록 지침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교육청은 또 장학지도를 통해 종교 과목 편성과 운용 실태를 중점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이제야 '종교과목 복수 개설'과 '종교활동 선택권'을 규정한 교육부 지침을 이행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뒷맛이 개운치 않네요.
수련으로 단련된 스님들도 40일 동안 단식하는 것은 목숨을 내놓고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강군은 벌써 단식 45일째입니다. 교육부 지침을 교육청과 학교가 그저 지키면 될 일을 이렇게까지 몰고 온 것입니다. 목숨을 내 건 한 고등학생의 단식이 있어야만 문제를 해결하는 시늉을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 일입니다.

 
2004/09/24 [12:41]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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