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윤 부총리님! '참여정부' 장관 맞습니까"

주장] 보수언론· 교육마피아는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윤근혁
 
여기 돌이 하나 있다.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면 걸려 넘어지고, '디딤돌'이라고 생각하면 딛고 올라설 수 있다고 치자.

여기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교육개방을 반대하는 대신, 공교육 강화와 교육부 개혁을 지지하는 교육시민단체가 있다. 윤덕홍 교육부총리의 생각을 듣고 싶다. 이들이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면 걸려 넘어지기 전에 무시하면 된다. 디딤돌이라고 판단한다면 딛고 올라서면 된다.

▲ 윤덕홍 신임 교육부총리가 7일 오전 세종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교육시민단체가 걸림돌이라면 무시하라

전 교육부총리인 이상주 장관은 전교조를 걸림돌이라 보고 교장단을 디딤돌로 삼았음에 틀림없다. 그는 3월초 퇴임을 앞두고 한 신문과 벌인 인터뷰에서 "나는 현장교육을 위해 교장단 편을 들었다. …교장단들을 만나보면 전교조라면 치를 떤다"고 분명히 말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오명 아주대 총장과 김우식 연세대 총장에게도 결과로만 보면 교육시민단체는 걸림돌이었다. 이 둘의 교육부총리 임명을 교육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이 막고 나선 것은 다 알려진 사실. 윤 부총리 스스로 7일 취임사에서 말했듯 "네티즌들이 장관 두 명을 교체한 것"이다.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교육시민단체는 오늘처럼 장관 자리에 오른 그에겐 디딤돌이었다. 주로 '비판만을 일삼는다'고 비판받기도 한 이 단체들은 지난 6일 윤 부총리 임명 소식 앞에서 비판의 눈초리를 접고 "환영과 기대"를 나타낸 바 있다.

윤 부총리의 약속 위반, '기대'가 '우려'로

그런데 이 전교조,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 교육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NEIS와 교육개방을 둘러싼 그의 '좌충 우돌식' 행보 앞에서 현재 그에 대한 '지지 철회'를 고심하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

왜 그럴까. 현안으로 떠오른 NEIS와 교육개방 문제만 놓고 따져보자.
여기서 NEIS시스템의 세세한 문제를 말할 겨를은 없다. 우선 '참여정부'에 참여할 시민과 교사들의 여론을 들어보자.

교사 열에 아홉이 반대하고 있는 것은 이미 전교조와 한국교총 등에서 여러 번 검증된 조사 결과다. 지난 2월 한 중견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에서 조사한 결과 학부모 또한 열에 여덟이 '정보 유출을 우려'하고 있고 열에 여섯이 'NEIS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윤 부총리는 최근 어쩐 일인지 자신의 말을 바꾸면서까지 NEIS 강행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섰다. 사실 이런 여론을 밟고 3월 강행을 사생결단식으로 밀어붙이는 세력은 NEIS 중단과 함께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교육관료들 아니었던가.

교육부는 왜 NEIS 설문조사를 하지 않나

'뺑뺑이'의 늪
윤 부총리의 이상한 'NEIS 학교 방문'

"어서 빨리 가시죠. 시간이 늦었는데요."

한 교육부 간부가 윤덕홍 교육부총리의 등을 떠밀었다. 부총리는 힘겹게 기자들을 비집고 서울 성산초 현관문을 나섰다. 10분 전 스스로 데려오라고 지시한 "담임을 맡고 '나이스'를 쓰고 있는 교사"가 옆에 와 대기하고 있는데도 그는 못 본 척하고 떠났다.

지난 12일 윤 부총리가 취임 후 NEIS를 점검하기 위해 방문한 첫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는 이 학교에서 'NEIS 반대 운동'에 오히려 격분한 듯한 강승현 정보부장과 김영기 교장 등 2명만을 만났을 뿐이다.

다음 방문지인 서울 배문고에서도 사정은 같았다. 윤 부총리가 만나 NEIS에 대해 대화한 교사는 이 학교 손동빈 교감과 손성호 정보부장 등 2명. NEIS 사업을 총괄한 교육부 김정기 국장(국제교육정보화기획관)은 몇 번에 걸쳐 "시간이 늦었다"며 부총리를 다그쳤다. 한 학교마다 평균 30분씩 머문 윤 부총리는 이 학교 정보부장의 브리핑을 받은 다음 결심한 듯 기자들 앞에 섰다.

"선생님들 만나 나이스를 실제로 보니 정보유출 문제도 심각하지 않은 것 같고 큰 문제는 없는 듯하군요."

그가 5일 전 한 라디오방송과 인터뷰한 'NEIS 중단' 발언이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이날 윤 부총리가 두 학교를 들러 실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대상은 NEIS 찬성론자 4명뿐인 셈. 일반 교사를 만날 여유도 없이 배문고 5층에 있는 과학정보실 계단을 반 뜀박질 속도로 오르내린 그는 5일전 취임식에서 교육부 직원들한테 말한 다음과 같은 말을 기억하고 있을까.

"여러분은 저를 뺑뺑이 돌려서 바지저고리 장관 만들지 말아주세요." / 윤근혁
역대 독재 정권도 이런 압도적인 여론을 딛고 강행만을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범한 적이 별로 없다. 윤 부총리와 교육부에 묻고 싶다.

'왜 NEIS는 다른 정책과 달리 교사, 학생, 학부모를 상대로 한 조사를 벌이지 않는가.'
'왜 교사와 학부모, 학생 몰래 학교에 있는 정보를 모두 교육청 서버에 옮겼는가.'

윤 부총리와 교육부는 17일 '학생정보 입력 거부 선언'에 참여한 2만1천명의 학부모 가운데 한 명인 이월녀(서울인헌초 학부모)씨의 다음과 같은 소박한 말에도 답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법도 모르고 해킹을 하든 말든 잘 몰라요. 하지만 아이 정보를 저는 우리 담임선생님한테만 알려드린 것인데 왜 다른 데로 우리 가족도 모르게 갖고 간 겁니까. 일 년에 한 번씩 적어낸 가정환경조사서와 우리 아이 건강기록부, 생활기록부가 왜 교육청으로 간 겁니까?"

위법 문제는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치자. 이들 학부모는 곧 법원에 국가배상청구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으니 교육부가 기다려 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설혹 이게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이 학부모의 말처럼 윤 부총리는 참여정부에 걸맞는 여론수렴의 자세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참여정부가 교육관료만의 '참여정부'인가?

교육개방 문제도 사정은 같다. 외국 귀족학교가 들어오든 잘못된 공교육에 대한 충격조치로 교육개방이 필요하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개방의 내용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닐까. 벌써 WTO에 낼 교육개방 계획안인 '양허안' 마감 시간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교육부는 입을 닫고 있는 상태다.

윤 부총리는 교육관료와 보수언론의 '뺑뺑이 돌리기'에 벌써부터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인가. 조선·동아 등 보수언론은 최근 '교육관료의 말로 교육장관 때리기'를 해왔다.

하지만 이들 보수언론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윤 장관 또한 책임이 크다. 윤 부총리의 말 바꾸기와 발언 취소 소동은 취임 10일째가 되는 17일 현재까지 점점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 부총리가 처음으로 단독 인터뷰 자리를 내준 신문은 다름 아닌 <조선일보>였다. 그는 17일치 이 신문의 기사에서 "학제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가 또 말을 뒤집었다.

그는 이날 다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학제개편 문제는 교육 전반에 관한 온갖 아이디어와 앞으로 연구, 검토할 것 등을 방담 삼아 얘기한 것"이라며 "5ㆍ5ㆍ3 학제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지 숫자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연합뉴스)

'자기 버릇 남 못 준다'고 했던가. 그는 이날 교육부 출입 일간지 기자들 앞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그 동안 공인으로서 너무 쉽게 생각하고 처신을 잘못한 것은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 같은 사과 발언은 놀랍게도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연 10일 교육부 실·국장 회의에서도 있었다고 한다. 취임식에서 던진 '진주마피아니 서울사대파니, 장관 뺑뺑이 돌리지 말라느니' 직격탄을 날린 발언은 모두 치기 어린 말이었던가. 그의 최근 행보는 '자가발전 뺑뺑이'가 아닌가 할 정도로 걱정스럽다.

보수언론·교육마피아는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보수언론 바지저고리 장관' 기사
윤 부총리 '말 바꾸기'는 사실

저는 여기서 제가 쓴 글에 대해 일부 잘못을 시인해야겠다. 오마이뉴스 10일치에 '보수언론의 바지저고리 장관 만들기'란 제목으로 쓴 글은 성급한 것이었다. 윤 부총리가 말 바꾸기와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수능 자격고사화'를 얘기했다가 말을 바꾸고, '서울대 개혁'을 말했다가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변명하고, 'NEIS 중단' 의지를 표명했다가 "학교에 와보니 별로 문제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하루 이틀 전에 뱉은 말을 바꿨다. 그럴수록 제 기사의 잘못은 점점 커진다.

아직도 '조선·동아 등 보수언론이 자기 뜻과 다르기 때문에 장관을 공격했다'는 내용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동아는 12일 윤 부총리가 학교를 방문한 직후 두 번째로 말을 바꿔 'NEIS 시행' 의지를 표명했는데도 '딴지'는커녕 박수를 쳐주었기 때문이다. / 윤근혁
지금 윤 부총리 앞에는 조선·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이 버티고 있다.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윤 부총리 앞에는 또 서울사대파니 진주마피아니 수십년째 군림해온 교육마피아가 버티고 서 있다.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상생의 정책은 걸림돌과 디딤돌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모두 다 디딤돌이 된다면 제일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 속에서 가능한 것일까. 현재 그 앞엔 전교조도 있고 교장단도 있다. 무엇이 걸림돌이고 무엇이 디딤돌인가.

교사와 학부모, 교육시민단체의 의견을 무시한 공교육 강화와 교육개혁은 가능하지 않다. 이것은 인수위 최종보고서에서 지적한 대로 '국민의 정부 교육개혁의 문제'를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이제라도 윤 부총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참여정부'에 걸맞은 디딤돌을 찾아 나서기를 바란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3월 18일치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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