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9일 토요일

사학법 앞에만 서면 왜!

그들은 흥분하고 오버할까?
<조중동> 삼총사의 해괴한 보도와 그 까닭
 
윤근혁
 
 

“그들(전교조)을 상대로 똑같이 목숨을 던지지 않고서야 어떻게 싸움이 된다는 것인가? 사람은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죽기로 작정함으로써 오히려 영원히 살게 되는 수가 있다. 유신 권력에 저항한 지학순 주교, 함석헌 선생, 김재준 목사가 그랬다. 그런데 왜 지금은 얼치기 수구좌파 실권파를 상대로 그런 주교, 지사(志士), 목사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요즘엔 드센 ‘운동권’도 위와 같은 성명서를 내놓지는 않는다. ‘죽기를 작정하라’는 살벌한 글귀를 대명천지에 어디다 뿌릴 수 있을 것인가. 그럼 이 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 무시무시한 ‘성명서’는  누가 어디에 실은 것일까.


이 성명서를 작성한 이는 다름 아닌 2003년 <조선일보> 주필과 이사를 맡은 바 있는 류근일 씨다. 이 분은 다른 곳도 아닌 <조선일보> 2005년 12월 27일치 지면에 버젓이 위 같은 내용을 썼다.


조중동의 이중잣대와 기본상식 무시하기


위 글은 용기 있는 글이었는지는 몰라도 한참 ‘오버’한 것만은 분명하다. 사학법에 대한 ‘시일야방성대곡’ 치곤 너무 무섭지 않은가. 나라를 빼앗긴 것도 아닌데 죽으라니. 하버드, 예일, 게이오대학 등 세계 유수대학에서 다 하는 개방형이사제를 막기 위해 ‘죽기를 작정하라’니 어디 가당키나 한 소릴까.


오버는 또 다른 오버를 낳는다. <조선><중앙><동아> 등 이른바 족벌언론 삼총사가 벌이는 개정 사학법에 대한 ‘오버’는 사학재단의 오버를 낳고, 한나라당 ‘오버액션’의 씨앗이 되지 않았는가.


▲조선일보 2005년 11월 8일치 보도내용.     ©윤근혁
조중동 삼총사의 ‘이중 잣대’ 또한 사학법 보도에서 번득인다. 지난 해 사학재단은 류 전 <조선일보> 주필의 ‘죽으라’는 권고 대신 학교폐쇄라는 투쟁방식을 택한 바 있다. 이것은 유치원·초등학교 코흘리개 아이부터 대학생까지 모두 224만 3875명의 사립학교 학생 앞에 다가온 핵 폭풍 같은 으름장이었다.


교원단체의 토요일 반나절 연가집회를 놓고 '교육대란'이니 '수능생 대혼란'이니 들먹일 정도로 요란을 떨던 조중동의 태도는 어땠을까.


하루도 아니고 아예 3년 이상의 학습권을 송두리째 빼앗겠다는 음모 앞에 이들은 회초리를 들지 않았다. 조중동은 오히려 "사학 간판 빌려 '좌파 전위대'를 키우려 한다"(동아 2005년 12월 13일치 사설 제목)면서 학교 폐쇄론자들을 편들고 나섰다.


<조선>는 12월 10일치 '사학법에 무슨 딴 뜻 있기에 이렇게 밀어붙였나'란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하루를 휴교하고 앞으로 2006년도 신입생 모집 중지, 학교 폐쇄 등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한 뒤, “학교 재단들이 교육의 뜻을 접고, 있는 학교마저 문을 닫겠다고 나서면 정부와 여당이 책임질 것인가”라고 적었다. 사학재단과 한통속이 되어 교육부와 정치권을 협박하기에 이른 셈이다. <중앙>도 사학 거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버’ 앞에서는 취재의 기본상식도 거추장스러운 법이다. <중앙> 1월 24일치 보도가 그 본보기다. 이 신문은 사학에 대한 감사원 특감 소식을 전하면서 "전교조는 감사원이 사립학교에 대한 전면적인 특감 방침을 밝힌 지 하루 만에 '부패사학 피해자 증언대회'를 마련했다"며 "자칫 '과잉조치'란 비판을 들을 수도 있는 감사원 특감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조치로 이해되고 있다"고 해석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 보도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전교조와 민주노동당에 확인해본 결과 이미 지난 해 2월부터 행사가 준비됐으며, 1월 23일로 행사 일을 잡은 것 또한 1월 5일쯤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심각한 ‘오버’ 속에서는 자신이 지난 날 한일에 대한 기억을 까맣게 잊는 법인가보다. 예전엔 <조선> <중앙> <동아>가 사학의 족벌사유화를 한목소리로 반대한 사실을 아시는가.


그런데 이 당시 족벌신문 삼총사의 모습은 지금과 '정반대 얼굴'이었다. 이들은 1990년 사학법이 개정되자 입을 맞춰 다음과 같은 깜짝 놀랄만한 구호를 외쳤다.

▲ 재단이사장 친인척의 총장 취임 허용을 중단하라(<조선> 사설 90년 4월 21일치)

▲ 재단에 준 대학교수 임면권을 총학장에게 다시 위임하라(<조선> 사설 90년 4월 21일치)

▲ 사학의 사유화와 족벌화 법안 문제 있다.(<동아> 사설 90년 3월 24일)

▲ 기여도는 없으면서 족벌경영 일삼는 재단이사회에 힘을 몰아주지 말라.(<중앙> 사설 90년 3월 22일)


지면 사정으로 여기에 자세한 내용을 적을 수는 없지만 위에 적은 구호성 요구는 모두 조중동 사설에 나온 내용을 줄여서 옮겨 놓은 것이다. 이 당시 나온 <조선> 사설만 살펴보고 그 당시 이들의 주장을 짐작해보길 바란다.


"재단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는 몇몇 독소조항도 섞여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종래 총­학장에게 위임했던 대학교수 및 직원의 임면권을 이사회권한으로 환원시킨 점, 재임용과정을 거쳐 교수를 수시로 재임명하거나 탈락시킬 수 있도록 길을 터놓은 점, 형사사건에 기소된 것만으로도 직위해제를 가능케 한 점 등이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조항들인 듯하다. 재단이사장 친­인척의 총장취임을 허용하고, 또 이사회 참여폭을 확대시킬 수 있도록 한 것도 과거 문제가 됐던 이른바 족벌체제의 부활을 가능케 한 점에서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90년 4월 21일 <조선> 사설)


이유 있는 오버와 변신


그럼 왜 조중동은 사학법 앞에만 서면 ‘오버’와 ‘변신’을 하는 것일까. 그 까닭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다만 다음과 같은 이유도 한몫했으리라.


나는 2004년 11월, 전국 초중고 대학 사학 이사들의 직업과 경력을 모아놓은 두툼한 교육부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적이 있다. 이 자료를 보면 <조선> 방씨 일가 3명을 포함 언론사 전현직 사주들이 사학 이사장이나 이사를 맡고 있었다.


당시 <조선> 방우영 명예회장은 연세대 재단이사장, 방상훈 대표이사는 서울 숭문중·고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동아일보> 김병관 전 회장과 김학준 사장은 고려대와 서울중앙고 재단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과 이사를 각각 맡고 있었다. 김병관 회장은 지난해 자진 사퇴했다.


이밖에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포항공대 이사를, SBS방송 윤세영 회장은 추계예술대의 이사를 각각 맡고 있었다.


이 자료를 보면 전국 136개 대학 관련 사립재단 가운데 33% 수준인 45개 대학에 전현직 언론인이 이사(장)으로 포진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권오기, 오재경 전 <동아일보> 사장은 국민대와 휘경여중고,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은 경희대, 현소환 <연합뉴스> 전 사장은 국민대 이사를 줄줄이 맡고 있었다. 이밖에도 많지만 여기에 다 적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쯤되면 최근 조중동의 흥분은 이유 있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조중동 보수 신문이 그 역할을 포기한 지 오래라 언론이라는 생각을 버린 지 오래"라면서 "자기 자식들의 학습권보다는 자기 사주들의 재산권을 더 생각하는 신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최낙성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 전 집행위원장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전현직 사주들이 사립재단의 이사장을 맡아온 터라 이들의 안타까움을 인간적으로는 이해할만 하다"면서도 "하지만 사회의 공기인 언론 사업을 하는 신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더 이상 망각하지는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 내는 <시민과언론> 2006년 1,2월호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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